01. 공연 전
3시, 알바가 끝난 후 바로 공연장으로 향했다. 가방과 몸은 가벼웠다. Muse 콘서트에서 산 Muse 가방을 챙겼는데, 꼭 필요한 것만 담았다. 옷도 가볍게 입었다. 공연장 열기를 예상할 때 따뜻하게 입으면 제대로 즐길 수 없기 때문이다. 알바가 끝나는 날이기도 해서 신나게 놀아도 부담이 없는 상황이었다. 6시 입장이라 너무 이른 것 같지만, 중간에 저녁을 일찍 먹어야 했으니 그렇게 이른 것도 아니었다. 다만 공연장 근처에서 식당을 찾느라 헤맸다.
그 와중에 길고양이를 만났다. 총총 걸어선 어느 가게 앞에 멈췄는데, 가게 앞엔 비에 젖은 사료가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냥이는 비에 젖은 사료를 두어 개 먹다가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나는 고양이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따라갔다. 가방을 가볍게 했지만 혹시나 해서 캔사료를 하나 챙겼기 때문이다. 아니다. 괜한 접근에 고양이가 놀랄까 하여 지나치려고 했다. 배가 신경 쓰였다. 아무래도 임신한 것 같았다. 조심스레 따라갔다. 고양이가 비를 피할 수 있고 밥을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이동했을 때 캔사료를 줬다. 가방에서 캔사료를 꺼내서, 손가락으로 캔을 톡톡, 두드렸다. 고양이는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아는 듯했다.
이른 저녁을 먹고 공연장으로 갔다. 사람이 많을 거라고 예상했다. 선착순 입장이라 일찍 온 사람이 많으리라. 가급적 무대 가까이에 서고 싶었기에 조금 서둘렀지만 내가 빠른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도착하니 썰렁했다. 4시 20분 즈음, 공연장에 도착한 관객은 나 뿐이었다. ;;; 기획사에선 이제야 공연장 외부에 포스터를 붙이고 있었다. 티켓팅은 5시부터였다. 예매도 현장구매도 모두 5시부터였다. 날이 많이 쌀쌀했다. 끄응.. 발 동동거리며 기다렸다. 딱히 줄을 선 것은 아니지만 줄을 선 것이 되어 1등으로 티켓팅을 했다.
티켓을 수령한 후 바로 줄을 섰다. 어쩌다 보니 첫 번째로 입장을 하게 되었다. 누가 보면 내가 모과이 덕후 같겠지만 딱히 그런 것도 아닌데..;;; 흐흐. 날씨가 많이 춥다고 하지만 그렇게까지 추운 것도 아니었다. 음악을 들으면서 기다렸다. 6시, 입장하여 공연장에 들어가니, 텅 비어 있었다. 이런 풍경이 처음이라 재밌었다. 암튼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또 한 시간을 기다렸다.
7시부터 비둘기우유 오프닝 공연이 있었다. 오프닝 공연 소식을 공연 전날 확인했다. 공지는 오래 전에 나왔겠지만 확인을 안 했다. 더 일찍 알았다면 예습이라도 하는 건데… 오프닝 공연은 괜찮았다. 이를테면 비둘기우유의 발견 정도? 앨범을 구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모두 품절이다. 끄응.
02 공연
공연장에 도착해서 멤버의 모습을 보기까지 얼추 네 시간은 기다린 듯하다. 공연은 8시부터였다. 하지만 15분 지나서 시작할지 30분 지나서 시작할지가 관건이었다. 얼추 15분 정도 지나 나타났다.
멤버를 기다리다 깨달았다. 난 모과이 멤버가 총 몇 명인지도 몰랐다는 사실! 뚜둥… 음악만 들었지 멤버엔 별 관심이 없다. 내가 멤버 구성원을 다 아는 경우는 두어 그룹이 될까? 흐흐. ;;
다섯 명의 멤버가 나왔다. 행색은 일요일 아침 늦게 일어나 대충 차려 입고 슈퍼마켓에 뭔가를 사러 가는 포스? 크. 하지만 음악은 끝내줬다. 속이 다 후련해질 사운드를 들려줬다. 스피커 예열이 잘 되었는지 소리가 무척 좋았다. 공지에 따르면 모과이 공연은 소리가 너무 커서 청력이 약한 사람을 위해 귀마개를 판다고 했다. 즐기기에 딱 좋은 소리였다. White Noise를 필두로 내가 좋아하는 곡들이 연이어 나왔다.
멤버의 경우,
Stuart Braithwaite는 리더기타를 담당했는데 무척 친절했다. 곡이 끝날 때마다 “땡큐”란 말을 했다. 그것도 다소 수줍은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물론 곡을 연주할 땐 격정적이었다.
Dominic Aitchison는 좀 재밌는 캐릭터였다. 가장 덩치가 크고 무대 가운데에 자리했는데 무뚝뚝한 표정이었다. 베이스를 연주하는데 심드렁한 표정으로 한 줄 한 줄 뜯었다. 물론 연주는 끝내줬다.
Martin Bulloch는 드러머인데… 범생이 느낌도 났달까. ;;; 하지만 심심찮게 눈을 감고 드럼을 연주했고 완전 심취한 듯한 포스가 멋졌다.
John Cummings는… 내가 선 자리에선 시선이 잘 안 가는 곳에 자리했다. 다른 멤버들이 다소 모여 있는 모양새라면 John Cummings는 (관객 입장에서) 왼쪽 끝에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정말 미친 듯이 연주했다. 가끔은 약에 취한 상태로 연주하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Barry Burns는 정말 이것저것 다 연주했다. 기타, 베이스, 키보드, 신서사이즈, 보컬 등. 오오.. 능력자. 흐.
(여담인데, 멤버들은 물 대신 와인잔에 담은 무언가를 마셨는데 그게 소주란 소문이.. 크크. 실제 스태프가 물을 준비하면서 소주병도 한두 개 같이 무대에 준비하는 걸 목격했다. ;; )
(갑자기 곡 제목이 안 떠오르는데) 기타로 연주한 줄 알았던 멜로디가 베이스로 연주한 것이라 놀랐고 좋았다. 아, 좋아.
기타 세 대의 협연인 Rano Pano는 정말 멋졌다. I’m Jim Morrison, I’m Dead는 감상용이라고 느꼈는데, 공연장에서 즐기기에 더 없이 좋은 곡이었다. Mogwai Fear Satan은 명불허전! 본 공연의 마지막 곡이었는데, 아, 이 감동을 어떻게 잊을 수 있으랴.
전체 셋 리스트: http://goo.gl/Qk6hI
다시 만나자고 했으니 그 말을 믿으련다. 그때 또 가련다. 그때도 무대 바로 앞에서 볼 수 있기를! 아직도 꿈을 꾸는 것만 같은 이 기분이라니! 흐흐.
03 공연 끝나고
바로 뜨기가 아쉬워서 무대 앞에 서성거렸다. 그리고 셋리스트 종이는 못 받았지만 기타 피크는 하나 획득했다! 우후훗.
오른쪽이 피크, 왼쪽은 티켓을 겸한 입장용 팔찌. 별도의 티켓이 있을 줄 알았는데 팔찌가 유일했다. 한편으론 이해할 수 있지만 그래도 좀 아쉬웠다.
가방까지 모과이였음 딱이었는데…아쉽네요ㅎㅎㅎ
대단해요! 캔까지 챙기는 센스!
그러게요. 정말 가방이나 옷도 모과이였으면 딱이었는데요! 흐흐.
캔이야, 늘 챙기는 거니까요.. 훗..(은근히 자랑? ;; )
첫 번째로 입장하면 어떤 기분일까요. 완전 콩닥거리고 괜히 옆구리가 막 간지러울 것 같은데.
모과이는 지난 번 루인님 포스트 보고부터 즐겨 찾아듣고 있어요. 좋아요 참. 어릴적에 라됴헤드에 살짝 미쳤었는데 그쪽 취향이 뮤즈로 에어로 옮겨져왔거든요. 들을수록 모과이도 제 입맛.
그나저나 피크라니. 제대로 득템하셨어요!
첫 번째로 기다리면서 웃음이 나더라고요. 정말 뭔가 간지럽고, 괜히 웃기기도 하고요. 흐흐.
모과이 광팬인 것도 아닌데 일찍 가서 첫 번째로 들어가니, 뮤즈에게도 못 한 일을 하고 있구나, 싶었고요. 으하하. ;;
모과이가 입맛에 맞다니 기뻐요! 헤헤.
피크는 정말 우연한 득템이라 무척 기쁘지만.. 지금은 책상에서 뒹굴고 있는 게 현실이랄까요.. 크. ;;; (가진 자의 여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