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기말 페이퍼 기간이라 정신이 없습니다… ㅠㅠㅠ 글은 계속 쓰고 있는데 블로깅은 할 수 없는 슬픈 상황. 엉엉.
02
대선 결과와 관련해서 구글플러스에 남긴 두 개의 단상.
ㄱ.
문재인이 당선되면 관련 뉴스 찾느라 기말페이퍼를 제대로 못 쓸 텐데 어떡하지 걱정했는데…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믿고 싶지 않은 부인 단계에서 참담한 심정까지…
투표에서 선택하는 기준을 다시 고민하고 있다.
무엇보다 50% 넘는 사람이 지지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고민이다.
ㄴ.
감정은 비합리적 판단이 아니라 이 세상의 규범을 가장 정확하게 포착하는, 매우 합리적 판단이다.
이 감정을 읽어야 하고 이 정서를 읽어야 한다.
50% 넘는 사람들이 지지하는 이 정서, 감정을 조롱하고 넘어가면 아무 것도 준비할 수 없다. 다시 5년의 시간을 벼리는 방법이기도 하다.
03
독재자면서 ‘폭군’인 사람의 딸이 적법한 절차를 통해 대통령이 되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이 복잡한 감정을 정리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기말 페이퍼 기간만 아니었다면 블로깅을 여러 편 했을 듯하네요.
많이 화나고 속상하고 암담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날을 세워야죠. 20일 아침엔 라디오를 듣는 것도 싫었지만 그럼에도 결국 라디오를 켰습니다. 더 이상 뉴스를 듣지 않느다면, 그것은 새누리당과 박근혜가 원하는 결과에 따르는 것이니까요. 더 열심히 공부하고 더 열심히 성찰해야죠.
04
인터넷에 떠도는 선거 관련 글 중에, 직종, 소득분위 등에 따른 투표율을 비교한 내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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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직업별 득표율
*농림 임업 어민: 朴 55.2-文 37.1%
*자영업: 朴 50.2-文 37.1%
*화이트칼라: 朴 32.7-文 53.5%
*블루칼라: 朴 43.1-文 48.1%
*가정주부: 朴 55.6-文 32.3%
*학생: 朴 27.9%-文 57.7%
*무직: 朴 60.4-文 19.3%
2. 월(月) 소득별 득표율
*200만 원 이하: 朴 56.1-文 27.6%
*201만~300만 원: 朴 40.1%-文 47.6%
*301만~400만 원: 朴 43.5-文 47.3%
*401~500만 원: 朴 39.4-文 50.6%
*501만 원 이상: 朴 40.8-文 46.4%
3. 학력별 득표율
*중졸 이하: 朴 63.9-文 23.5%
*고졸 이하: 朴 52.8-文 33.1%
*대재(大在) 이상: 朴 37.4-文 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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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근거로 학력 혐오, 직종 혐오가 표출되는데 매우 당혹스럽습니다. FTA 반대하며 (전라도가 아닌 지역)농민이 집회를 연다면 불법집회로 신고하겠다는 글, 대구시청 게시판을 도배하고 있는 민영화(아, 선진화지 -_-;; )를 찬성하는 글(혹은 민영화는 대구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한다는 글)을 읽고 있노라면 그 상실감은 알겠지만 조금은 무섭습니다. 이런 감정이, 박근혜가 당선되지 않길 바라며 지향한 가치였나요? 문재인을 지지하며 가졌던 가치가 이런 혐오였다면 문재인에게 준 제 한 표가 억울합니다. 어떤 가치를 지향하며 박근혜가 당선되지 않길 바랐던 건가요?
05
박정희 향수로 박근혜를 지지했다는 분석, 납득이 안 갑니다. 전봇대가 나와도 새누리당이면 뽑을 경상도라는 말도 마찬가집니다(물론 제 친척만 표본으로 삼으면 납득이 갑니다.. -_-; ).
51%에 준하는 사람들이 (통상 사유에 반대하는 개념이라고 여기는)정서와 감정으로 박근혜를 뽑았다고 이해하는 순간, 앞으로도 계속 새누리당에서 대통령이 당선될 것입니다. 정서와 감정은 매우 합리적 가치 판단입니다. 정서와 감정은 이 사회의 지배규범을 매우 예민하게 파악하는 행동입니다. 정서와 감정 만큼 지배 규범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것도 없습니다. 그러니 그 정서와 감정이 무엇인지를 읽어야겠지요.
“무식하고 가난해서 박근혜를 뽑았다”가 아니라, 중도 혹은 진보의 가치가 왜 저학력, 저소득 계층에게 전달되지 않는지를 고민해야겠죠. 단순히 매체를 특정 집단이 독점하고 있는 문제는 아닐 겁니다. 이런 식으로 판단하는 순간, 우민화하는 결과만 초래합니다. 저학력이면 무식하다는 식의 판단, 매우 위험합니다(물론 제 블로그에 들어오시는 분들은 이렇게 판단하지 않으리라 믿고요).
어떻게 해야 할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제 전공인 트랜스젠더 이슈로 쓰는 글도 (때때로 젠더 이슈 전공자에게도)쉽지 않다고 평가 받는 입장에선, 할 얘기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더 많은 고민을 하고 방법론을 바꾸고 해야겠죠.
06
그나저나 ‘여성’대통령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범주 논쟁이 아니라 연대의 정치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범주 논쟁 자체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잖아요. 그러니 범주 논쟁 좀 해도 괜찮다고 믿어요. 페미니즘의 여성 주체가 박근혜를 지칭하는 것은 아니라고 믿고요. 페미니즘은 본질적 존재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지향하는 가치를 논하는 것이잖아요.
그럼에도 여성혐오와 여성단체혐오가 더 증가할 거라 걱정입니다. 이것이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입니다. 어쩌면 반-박근혜 혹은 자칭 진보연 하는 사람/집단의 여성혐오를 생생하게 실감할 수 있는 시간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새삼스러운 일이 아닐 수도 있지만요.
네, 정말 많은 것을 고민하고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 올 듯합니다.
07
짧게 한두 줄 쓰고 끝내려고 했는데…
그럼 전 기말페이퍼가 끝나면 돌아오겠습니다. 꺄릇.
구구절절 제 입안에서 맴돌기만 하던 문장들이네요 특히 박근혜가 ‘여성’대통령일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스스로는 꽤 삽질스러웠는데 ㅋㅋㅋ 루인님께서 딱 정리해주셨어요. 어찌되었든 걱정스럽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마치 여권이 신장되기라도 한 듯한 효과를 낳을것같아서요(이 문장도 진짜 구리긴한데 ㅋㅋ 한국적 맥락에선 아직 이런 걱정이 유효하지않을까 조심스레 쉴드쳐봅니다).
맞아요. 표면적으론 분명 여성의 인권이 신장되었다는 효과가 나올 거예요. 실제 국가고시에서 여성이 1등한 것을 두고, 여성 한두 명이 장관한 것을 두고 더 이상 여성 차별이 없다는 식의 언설이 나오곤 하잖아요. 그래서 여성인권 관련 지원도 더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불현듯 드네요…
이번 결과로 인해 더 열심히 싸우고 더 지랄(;;)해야겠다는 오기가 생겼어요. 그래도 연말까지만 조금 패배감과 우울함을 허락해보려고요 ㅠㅠ 안그러기엔 너무….아직은 너무 받아들이기힘든 결과예요 저로서는. ㅠ
이 충격적 사건을 하루 이틀만에 감정을 수습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ㅠㅠ 아마 몇 년이 지나도 울컥울컥할 것 같아요. 그러니 너무 서둘러 감정을 다독일 필요는 없지않을까 싶어요. 급한 일정도 아니고 5년이란 시간을 두고 싸워야 하는 일이니 천천히 가요. 🙂
저 같은 경우엔…… 그네를 지지한다는 것을 하나의 다른 의견으로 받아들이기가 어렵더라고요.
호모포비아도 그저 다른 의견일 뿐이다, 뭐 이런 느낌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당고의 그 마음 알 것 같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현재로선 저도 납득은 안 되는데 그렇다고 그냥 무시할 수도 없어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ㅠㅠㅠ 어떤 의미에선 문재인 패배가 제가 많은 가르침을 줬다 싶기도 해요. 이번에 문재인이 당선되었다면 박근혜 지지자의 정서를 그냥 무시했을 테니까요.. 아, 이것은 전형적 정신승리인가요… ㅠㅠㅠ
투표권이 없는 저도 대선을 열심히 지켜봤는데…하여튼 결과 나온 그날은 넘 속상하더라구요 ㅠㅠ
몇년이 지나도, 몇십년이 지나도 떠오르기만 하면 울컥할듯 해요.
정말 출구조사 결과를 봤을 때부터 계속 황당하고 울컥하고 그래서 정말 몇 년이 지나도 쉽게 가라앉을 감정은 아닌 것 같아요.. ㅠㅠㅠ
전 심지어 소신투표가 아니라 전략 투표였기에 억울하기까지 하달까요.. 엉엉.
말씀하신 대로 지금은 범주 논쟁이 나올 지점이 아닌지 모르겠지만, 사실은 좀 신경이 쓰여요. 박근혜 당선이 이른바 ‘여권’ 신장에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거나 하는 의견이라면 납득할 수 있겠는데, 그걸 ‘박근혜의 젠더는 여성이 아니다’ 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을 보면… 뭔가…-_-;;;
페미니즘의 여성 주체가 아니라고는 말할 수 있을 듯한데.. 박근혜의 젠더를 결정해버리는 것도 좀 복잡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좀 더 많은 얘기와 논란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요;;; 어떤 욕망들이 있는지, 어떤 인식이 있는지 좀 더 살필 수 있으면 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