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자체가 이성애주의가 아니라 결혼한 사람은 모두 이성애자라는 인식이 이성애주의다. 이런 인식이 모든 결혼한 사람에게 이성애-이원젠더 규범을 자연질서로 강제한다. 따라서 ‘내’가 레즈비언이건 게이건 다른 어떤 범주건 상관없이 이런 식으로 사유한다면 이성애자는 아닐지언정 이성애주의자이긴 하다.
이런 선언문 같이 거친 말을 하는 건 이성애주의가 마치 퀴어 공동체엔 없다는 것처럼, 혹은 기혼이반이나 결혼하는 바이에게만 관련 있는 것처럼 이해하는 태도, 이성애주의가 레즈비언 등에겐 관련 없다는 식으로 발화하는 방식에 화가 났기 때문이다.
여러 번 얘기 했지만 한국에서 동성결혼을 할 수 없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이런 언설은 트랜스젠더를 부정하거나 배제한다. 많은(이것은 고의적 수식어다) 트랜스젠더가 동성결혼을 한다. 결혼하거나 아이를 가지면 태어났을 때 지정 받은 젠더로 살 수 있을 거란 믿음이나 주변의 강요로, 혹은 파트너와의 합의 하에 호적 상 성별을 바꾸지 않은 상태로 결혼을 한다. 피상적으로 이 결혼은 이성애 결혼 같겠지만 이성애 결혼이 아니다. 어떤 결혼은 명백한 동성결혼이고 어떤 결혼은 비이성애 형태의 결혼이다. 그러니 한국 사회에서 동성결혼이 불가능하진 않다. 동성결혼은 이루어지고 있다. 이 결혼이 이성애 결혼으로 인식되면서 주요 이슈로 다뤄지기보단 누락된다. 혹은 트랜스젠더의 경험은 여전히 특수하거나 LGBT 공동체에서도 주변부 이슈로 인식되기에 쉽게 간과되는 것일까? 퀴어 삶의, LGBT 삶의 복잡성을 간과하고 결혼을 이성애주의로 등치하는 태도 및 인식이야 말로 이성애주의의 반복이자, 모든 사회적 제도를 규범적 이성애가 독점하는 기획에 동참하는 행위다. 이런 반복과 동참이 “결혼=이성애”란 공식을 자연화한다.
‘동성결혼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동성결혼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다. 그리고 제도적 허용 여부로 가부를 판단하고 결혼의 형태를 상상할 이유는 없다. 동성결혼의 제도화를 둘러싼 논의와는 별도로 결혼 자체를 어떤 경험 맥락에서 상상하고 있는지를 재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바이와 결혼을 곧장 등치시키고 이를 이성애 권력과 붙이는 식의 언설을 반복한다면,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의 퀴어정치와 LGBT란 용어 사용을 근본적으로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LGBT란 용어 사용은 단순히 동성애자 외에 양성애자와 트랜스젠더를 포함하는 식이어선 안 된다. 기존 상상력 자체, ‘이성애 vs 동성애’라는 이분법적 상상력과 그에 따른 언어 자체를 재검토함에서 출발해야 한다.
아 결혼 음 음… 음…ㅠ_ㅠ 결혼이 사회구조적으로도 개인의 삶에도 매우 큰 영향을 주는 분할선인 마당에 바이’만’ 결혼과 자꾸 결부시키는 것이 그 자체로 문제일 뿐더러, 바이가 아닌 커뮤니티 내의 기혼 이반들도 배제시킨다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제가 말을 못해서 어버버법ㅂㅂ ㅠ
제가 그… 기혼이반이슈를 바이와 등치시킨 퀴어아카데미 저번 강의자 분의 석사논문을 봤는데 선택의 특권을 누리는 이성애자 비혼자 비혼주의자 등과 달리 레즈비언은 결혼과 이성애적 생애의 시간 자체에서 떨어져나온 존재들이라는 식으로 서술하고 있어서(심하게 제맘대로 정리한 것) 매우 찜찜했다고 합니다.
그나저나 어쩐지 같이 집에 갈 때마다 제가 혼자 너무 신나게 떠드는 바람에 죄송한 마음이네요. 잘 들어주시니까 좋긴 한데 민망하달까 면구스럽달까요…;;
(마치 트윗과 같이 의식의 흐름 따라 다는 댓글이 되어 버렸습니다)
전, 결혼 이슈와 관련해선 말씀을 적절히 잘 하셨다고 판단해요. 그 주제에 함몰되지 않도록, 하지만 지적할 부분은 지적하면서. 다만 그 말이 사람들에게 거의 전달이 안 되었다는 게 아쉬웠어요. 딱 적당하게 짚었는데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은 아니지만)많은 사람에게 전달되지 않는 그 간극을 얘기하고 싶었고요. 물론 그럴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요… ㅠㅠ
말씀하신 논문은 저도 읽었는데… 흥미롭고 의미있는 논문이지만, 비공개 님의 지적에 동의해요. 그런 지점들이 정말 아쉬워요. 그런 점에서 ㅂㅇㅇㅅ 님의 논문과 비교해도 재밌겠다 싶지요… 아하하 ;;;;;;;;;;;;
저도 얘기 나누는 그 시간이 즐거워요. 전 오히려 한창 이야기를 할 즈음 헤어져야 해서 이야기의 맥이 툭 끊기는 게 아쉽달까요. 정말 미묘한 타이밍에 끊긴달까요. 흐. 그래서 그 시간 말고 그냥 만나서 신나게 얘기를 나누자는 제안을 할까 했다지요.. 하하. ;;
아참 Report of the Special Rapporteur on torture and other cruel, inhuman of degrading treatment or punishment, Juan E. Mendez 이거 혹시 보셨나요? TG와 IS에게 강요되는 외과수술에 대한 문제제기가…
댓글에 링크를 달려고 했는데, 매우 중요한 키워드가 금칙어인 듯한 기분이??
오오, 제가 유엔 자료는 간과하는 편인데 좋은 자료 고마워요!
근데 중요한 키워드가 금칙어인 듯한 건, 기분이 아니라 사실입니다. ㅠㅠ 예전에 하루에도 몇 천 개의 스팸이 달리던 시절에, 그 스팸을 모두 스팸필터에 등록하다보니 제 전공에 해당하는 단어도 금칙어에 등록되었달까요.. ㅠㅠㅠ
루인 글을 읽고나니 어제 결혼이 이성애중심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질문을 붙잡고 있던
그 질문자도 이런 맥락에서 질문을 하려던 것이었을까요? 하는 생각이 드네요.
난 어제 그 질문자가 왜 자신이 그런 질문을 하는지 설명도 없이 가족과 결혼은 이성애중심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말만 반복하는 것을 이성애자 남성의 관점에서 저리 말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그런 질문에 패널이 제대로 대답을 못 하고 남들 다 하는 예식 따라하면 돈이 덜 든다느니 하는
엉뚱한 대답을 하고 있어서 또 어이가 가출했었는데-_-
만약 그 질문자와 패널이, 루인이 이 글에 쓴 것과 같은 논의를 하려던 것이었다면
전 루인이 쓴 글에 동의하고, 이렇게 깊이있게 생각하지 못한 데 대해 반성하고,
그 질문자에게 질문 좀 그만하라고 끼어든 제가 잘못했어요-_ㅜ
어제 그 질의응답은 정말이지…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어요…
맥락 없는 질문과 당혹스러운 답변과… 그 질의응답을 끊어주려한 당근의 발언이 고마웠어요. 물론 그 시도는 실패했지만요.. ㅠㅠㅠㅠㅠㅠㅠㅠ
저도 그 질문자의 맥락이 궁금했어요. 도대체 어떤 맥락에서 저 질문을 하는 건지 종잡을 수가 없어 참 난감하더라고요. 그 긴 시간 마이크를 잡고 있었다면 질문의 맥락이라도 설명했다면 좋았을 텐데 그냥 주장 한 문장만 있었으니까요.
그나저나 그 질문자를 “이성애자 남성의 관점”이라고 표현한 지점이 재밌어요. LGBT 인권포럼 자리라 “게이 남성의 관점” 혹은 “바이 남성의 관점”이란 식으로 독해할 가능성이 더 클 것 같아서요. 으하하.;;;;;;;; 흔히 퀴어 이슈 관련 모임에선 모든 사람을 동성애자-비트랜스젠더로 가정하고, 참가자가 이성애자일 가능성을 가장 낮게 보는 경향이 있는 듯해서요. 흐흐. 물론 어떤 표현도 다 추측일 뿐이지만요.. ㅠㅠ
아..이성애자 남성의 관점이라는 단정을 해버린 건..
그 남자분 질문하는 방식이나 내용이 여성학 학부수업에서 많이 접하던 이성애자 남성분들의 모습이랑 정말 많이 닮았다고 그땐 느껴서;; 나도 모르게 짜증난 거였어요 ㅋㅋ ㅠㅠ 빈혈인 주제에 난 왜케 다혈질인가..
그쵸 생각해보면 LGBT 인권포럼인데 지금 생각하니 그렇게 단정한 내가 웃기네요 ㅋ 하긴 나 연구자 발표회 볼 때도 그 연구자 질문지에 바이랑 TG 다뤄진 방식 보고 이 사람 게이 아님? 하고 막 단정했잖아요 ㅋ 단정이 특기인가-_- 하아;; 반성..
당근이 쓴 글의 뉘앙스는 알겠는데, 뭐랄까 표현이 묘하게 재밌었달까요.. 그래서 그랬어요. 흐흐흐.
그리고 그 연구자 발표 그건… 후후.. 만나서 얘기해요.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