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고 원고 잡담

ㄱ.
며칠 전 급하게 원고 하나를 마무리해서 넘겼다. 청탁 받는 과정에서 약간의 사연이 있었지만 부득이하게 생긴 일. 그저 시간이 촉박해서 많이 아쉬웠다. A4 기준 10장 넘는 분량이고 그래서 어렵다고 정중하게 거절할 수도 있지만 그러지 않은 건, 원고 청탁과 강의 청탁은 거절하지 않는 나의 성격 혹은 원칙 때문이겠지. 이번의 경우엔, 청탁 주체와 과거에 좋은 인연이 있었던 점도 중요했고.
좋은 기억으로 남는 건 참 중요하구나 싶지만… 나의 과거를 돌아보니, 난 틀렸어.. ㅠㅠㅠ
ㄴ.
올 한 해 쓸 원고 일정이 있다고 할 때 청탁 원고는 예측할 수 없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은 정말 예상 못 했다. 종이책으로 출판할 일은 없을 거라고 믿었달까. 작년 2학기 기말페이퍼의 일환으로 썼고, 그저 이곳에 오는 분과 나누기 위해 공유한 글이었는데, 그 원고를 밑절미 삼아 글을 써달라는 청탁이었다. ‘여성 범주 논쟁’과 관련한 글은 블로그 출판으로 그칠 줄 알았는데 특정 학교를 중심으로 배포되는 교지라고 해도, 종이로 출판되어 기분이 묘하달까. 재밌기도 하고.
ㄷ.
그나저나…
그래도 출판한다는 이유로 기말페이퍼를 쓸 때보다 훨씬 공을 들여 수정했다. 어색한 문장을 바꾸고 뺄 부분 빼고 더할 부분 더하며 많은 부분을 고쳤는데… ‘여성 범주 논쟁’과 관련해서 최근에 쓴 세 편의 원고(기말페이퍼 → 콜로키움 발표문 → 이번 출판본) 사이에서 차이를 느낄 사람은 거의 없겠지? 세 편을 다 읽은 분 중 많은 분들은 마지막 부분만 추가했다고 느끼겠지? 이것이 이번 글쓰기에서 내가 겪은 비극! ㅠㅠㅠㅠㅠ
+그러니까 이걸 쓰는 이유는, 많이 고쳤다는 걸 알아달라는 읍소? ㅠㅠㅠㅠㅠㅠ
ㄹ.
원고 수정에서 가장 신경 쓴 건, 독자층이었다. 내가 예상한 주요 독자는, 학부생이지만 페미니즘 이슈에 관심이 많거나 열심히 고민하는 이들. 어떤 의미에서 가장 어려운 독자층이기도 하다. 다른 한편 트랜스젠더 이슈는 그 어떤 독자층이건 상관없이 낯설다. 이 고민 속에서 나는 많은 미묘한 뉘앙스를 죽였는데, 이건 또 이것대로 재밌었다.
한편, 내 블로그에 오는 분만 대상으로 유포할 때와 불특정 다수의 독자를 대상으로 유포할 때, 신경이 더 쓰이는 건 불특정 다수일 때다. 내 블로그에 오는 분만 대상으로 하면, 어떤 믿음이 있어서 좀 더 편하달까? 아무래도 블로그에 쓰는 글은, 2005년 8월부터 운영한 이곳의 역사적 맥락에 위치한다. 물론 바로 이런 이유로 더욱 신경 쓰고 세심하고 고치기도 하지만. 반면 종이책을 비롯한 다른 매체에 출판하는 원고는 그냥 그 글만의 독자적 맥락을 가진다. 글을 쓰는 나의 맥락이 아니라 해당 매체의 맥락에 내 글이 위치한다. 그래서 미묘한 부분에서 신경이 더 많이 쓰일 수밖에 없다.
아쉬운 건, 더 길게 쓰고 싶었는데 분량이 너무 많으면 그건 또 그것대로 민폐라 참았다.. 흐. ;;
ㅁ.
종이책으로 나오면 그때 writing 메뉴엔 올리겠지만, 스캔 파일은 언제 올릴 수 있을까? 지금은 스캐너보다 노트북이 더 문제다. 언제 고치지? ㅠㅠㅠㅠ
알바비 나오면 지출해야 하는 일 목록을 적었더니… 많구나.. 그럼 노트북은 언제?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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