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잘 만든 책이다. 이런 책이 나와 기쁘기도 하고. 나중에 이 책의 리뷰를 쓰거나 이 책을 매개로 하는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단순히 어떤 약속을 해서만이 아니라 읽고 나니 이런 다짐이 자연스럽게 든다.
인권운동사랑방 엮음. <수신확인, 차별이 내게로 왔다: 평범하지 않지만 평범한 소수자들의 이야기> 파주: 오월의봄, 2013.
30 그래도 누군가 미혼모라서 뭐가 제일 힘드냐고 굳이 물어보면 제 대답은 분명해요. 불쌍하다는 눈빛으로 보는 게 싫다.
31 남들이 정상가족이라고 흔히 부르는, 엄마도 아빠도 있는 가족에게는 결핍이 없나요? 무관심, 방치, 폭력, 이런 문제들이 엄청나게 많아요. 여러 가지 결핍 중 하나일 뿐인데, 불쌍하다는 듯 쳐다보면, 좀 웃겨요.
45 저는 저보다 변변하지 못한 모습을 가진 사람을 나무라지 않는데 그들은 저에게 여자답지 못하다고 나무라더군요.
51 애초에 법관이 의사에게 무리한 요구를 한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걸 왜 의사에게 떠넘깁니까? 자신이 여성인지 남성인지는 본인이 알고 있습니다. 성별정체성의 주체인 나 자신은 배제되고 제삼자인 법관이 제삼자인 의사의 조언을 받아서 판결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된 거 아닙니까?
52 저는 병원에서 얘기하는 ‘성별주체성장애’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저는 제 주체성을 상실한 적이 없거든요.
54-55 스님이 ‘참는 자에게 복이 있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참다보면 이렇게 무참하게 짓밟힐 수 있습니다. 나는 말해야겠습니다.” 내가 참으면 무시하고 모르는 척합니다.
55 부모는 저를 버렸지만 나라는 저를 그렇게 감정적으로 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125-126 내가 그때 타파를 만났더라면, 타파의 월급을 조금이라도 받아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었을까? 하지만 나는 이내 그 질문을 버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사람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권리는 권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151 우리나라는 장애인학교나 특수학교는 잘 갖춰져 있지도 않으면서 조금만 장애가 있으면 그런 학교로 보내라, 일반 학교에선 못 따라 간다고 이야기 한다.
172 네 입장에서는 당사자가 나서서 막 소리를 내고 운동을 강력하게 지지하면, 목소리를 내주면 더 큰 효과가 있으리라고 생각을 하지만, 막상 당사자들은 힘겨루기에서 이길 자신이 없는 거야. 항상 그랬으니까. 항상 권력과 재력이 우선인 사회잖니. 그러니까 취약 계층들은 항상 그럴 수밖에 없어. 예전부터 그렇게 당해왔기 때문에.
198 나한테 적대감을 가진 아이들한테 다정하게 대할 필요는 없잖아요.
227 우리는 이렇게 사는데 정규직은 일도 제대로 안 하면서 돈은 다 받고, 욕 안 나오게 생겼냐고? 걔들은 고용이 보장됐으니 뭐 대충대충 하면 되는데, 우리는 시간대별로 쪼이고 늦게까지 시키는 일 하고, 토요일도 평일처럼 나와 일하고, 일요일도 교대로 나와서 일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