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논쟁적 지점이 있는 메모입니다.
트랜스젠더, 바이, 동성애자 등이 타고나느냐 선택이냐라는 논의 구도에 붙잡혀 있는 이상 다른 어떤 논의도 불가능하다. 즉, ‘생득 vs 선택’ 논쟁은 이성애규범적, 이성애중심적 사유체계지 트랜스젠더, 바이, 동성애 등의 맥락에서 사유하는 방식이 아니다. ‘생득 vs 선택’ 논쟁은 그리하여 기존 이성애-이원젠더 규범을 가장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마치 트랜스젠더 등을 포용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쇼(show)에 가깝다.
생득이 퀴어적 사유방식이 아니라고는 저도 생각하지만, 어떻게 이성애규범적 사유방식인지는 조금 더 설명 듣고 싶어요! :O
퀴어 사회 내에서도 생득을 부정했을때 알러지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있죠.
저는 솔직히 소수자와 관련된 어떤 특질이던지 간에 생득이던 아니든 그게 중심요인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생득이 수사학적으로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아마 생득이라는 것을 언급할 때 사람들에게 ‘어쩔 수 없는 것’ 이라는 감정을 불러 일으켜서 어쩔 수 없는 것에 대한 절망의 기억이라던가, 감정적인 측면의 정치 테크닉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해 오긴 했어요 …
강한 의견이라 일부러 비밀글로 안 합니다 :P…
(비밀글로 저랑 다른 의견을 받을 때 그게 저를 감정적으로 건드리는 경우엔
뭔가 부담이 더 심해지더라구요. 악플같은거 비밀댓글로 받는거보다 공개댓글로 받는게 마음이 편하듯이랄까요;)
이미 하신 말씀 속에 대답이 얼추 들어있는 것 같아요.. 흐흐흐 🙂
타고났느냐, 선택이냐란 논쟁은 결국 이성애자-비트랜스젠더가 편안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논쟁 같아요. 타고 났다고 하면 ‘어쩔 수 있느냐’로 반응하고, 선택이라고 하면 ‘비난’하는 식의 간단한 반응은, 결국 이성애-비트랜스젠더가 비이성애-트랜스젠더를 간편하게 받아들이는 방식이랄까요.. 기존 질서를 조금도 건드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른 논의가 진행되어야 하겠고요..
그러고 보니, 좀 더 자세하게 블로깅해도 좋을 주제네요.. ^^;
잠깐 쓰고 있던 글인데요 –
일어나는 감정을 긍정해줘야 한다고 믿는다. 감정을 회피하거나 부정하거나 부끄러워하거나 공격해버리면 그 감정은 더 겉잡을 수 없게 된다는 경험적인 생각이다. 감정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의식적으로 결정해서 태어나는 것들을 제외한다는 나의 정의 안에서 말하자면, 결국 감정 자체가 의식적으로 결정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잘못’ 이 되지 못한다.
라고 쓰다가 문득, 잘못과 잘못이 아닌 거라는 건 무엇일까, 잘못이라는 것의 판단 대상을 의식적인 행동에만 국한해도 되는가 라는 생각으로 흘러들어왔네요.
아아, 왜 이 말을 하는지 의아해 하시겠다.
생득이라는 게 사람들이 ‘자신이 의식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일’ 에 대해서 도덕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는 현상을 정치/수사학적으로 이용하는 방식이 아닐까 하는 덧붙임이었습니다. ㅜㅜ
전 ‘타고 났다고 하는데 어쩔 수 있느냐’라는 반응이, 기존 규범적 감정구조를 가장 안전하게 유지하는 방식이라는 의심이 있어요. 바로 그래서 문제랄까요.. 감정 구조를 건드려야 논의가 가능한데, 기존 규범을 흔들면서 기존 규범에 가장 안착한 감정을 어떻게 건드릴 수 있을지..
그래서 저로선 꽤나 어려운 일이기도 하달까요..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