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인식론을 향하여: 메모

알다시피 그리고 이미 알고 있듯, 기존의 설명 체계와 사유 체계는 트랜스젠더를 배제하거나 사유하지 않으면서 전개되고 있다. 그리고 트랜스젠더를 얘기한다면 후반부에 덧붙이는 식의 첨언이거나 트랜스젠더는 좀 다르게 경험한다는 식으로 부연할 뿐이다. 이것은 모두 기존의 지식 체계, 설명 방식 자체는 조금도 건드리지 않으면서 트랜스젠더를 예외지만 추가로 알아야 할 항목 정도로 여김과 같다. 트랜스젠더 인식론은 기조의 지식 체계, 설명 체계 자체를 재구성하려는 작업이다. 그리하여 개개인 수준에선 엄청난 차이가 있지만, 트랜스젠더를 인식틀로, 세계를 이해하는 기본 토대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기본이어야 한다. 비트랜스젠더 중심의 설명 방식은 문제 삼지 않으면서, 트랜스젠더를 중심축으로 삼는 걸 문제 삼는다면 이런 문제제기 자체를 다시 문제 삼아야 한다.
다른 한편, 트랜스젠더 인식론은 트랜스젠더의 경험, 트랜스젠더에 대한 경험을 쓰는 작업에도 중요하다. 나는 트랜스젠더의 경험과 관련한 문헌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생산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때 중요한 건 트랜스젠더 경험 관련 글을 어떤 관점에서 설명하느냐가 쟁점이다. “트랜스젠더, 저 변태”라고 설명할 것이냐, “저 힘들고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설명할 것이냐, “이원 젠더 구조에서 삶이 어떻게 조직되느냐” “비트랜스젠더의 삶은 트랜스젠더의 삶을 기반으로 어떻게 구성되느냐”로 설명할 것이냐는 완전히 다르다. 나는 가장 마지막 두 가지 방식이어야 한다고 믿으며, 이를 위해 트랜스젠더는 인식론의 토대여야 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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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트랜스젠더 인식론과 관련한 글에 모 님께서 문의 메일을 주셨고 답장을 썼는데, 그 답장을 각색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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