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20일 즈음 마감하기로 한 원고 일정이 바뀌었다. 부득이한 상황으로, 그 원고를 이번 주 목요일에 마감하기로 했다. 내게 의사를 묻는 메일에 잠시 고민은 했다. 길지 않은 글이라도 5~7일 정도 여유를 두고 글을 쓰는 편이라 내일부터 쓴다고 해도 빠듯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마감 원고가 하나가 아니다. 금요일 학과 콜로키움에 발표할 원고는 수요일 마감이다. 다음주 수요일까지 두 편의 원고(그 중 하나는 분량이 꽤나 많다)를 마감해야 한다. 기존 원고 일정 만으로도 뭔가를 추가할 상황이 아니다. 그럼에도 원고 일정을 조정할 수 있겠느냐는 정중한 메일에 그러겠다고 답했다. 답장은 약간 길게 적었지만 속으론 ‘그냥 쓰지, 뭐’라고 중얼거리면서.
일정이 촉박하니 갑자기 긴장감이 살아나고 몸이 살아난다. 이런 긴장감이 좋다. 마감이 분명하게 있어서 촉박한 느낌이 들 때의 긴장감은 내가 살아 있다는 느낌 중 하나다. 아울러 이런 긴장감은 그동안 여유롭던 내 몸을 깨운다. 마감이 있어야 글을 쓰는 건 아니다. 마감이 있어야 아이디어가 마구마구 떠오르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마감이 있고 일정이 촉박하면 또 그 상황에 맞게 몸이 움직인다. 이렇게 움직이는 몸이 좋다. 이 긴장감이 어떤 생기를 줘서 좋다.
이제 마감을 향해 열심히 달리자. 신난다. 방학하고 한동안 느슨하게 움직였는데 다시 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