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화

발화하다.

글을 쓰다가 루인은 “말하다”란 표현보다 “발화하다”란 표현을 더 좋아하고 그래서 상당히 자주 사용한다는 걸 깨달았다. 한자어를 별로 안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발화란 표현은 너무 몸에 든다. 이중적인 의미 때문이다.

發火: 불이 남
發話: 입을 열어 말을 함. 말을(이야기를) 꺼냄.

(엠파스 국어사전)

바로 이런 이유로 발화란 단어가 좋다. 입을 열어 가두어 둔 언어를 드러낸다는 건, 금기시 되었던 욕망들을 표현할 수 있는 상상력과 용기를 가졌다는 의미면서 동시에 언어를 표현하는 찰라 자신도 모르게 그간 억압하고 있던 욕망들이 불에 타오르듯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냥 몸속에만 굴렸을 땐 정리가 잘 안 되던 몸앓이들도 글이나 또 다른 표현 수단으로 드러내는 순간, 정리가 되고 미처 깨닫지 못하던 내용들도 알게 되는 경험이 있다. 잘 몰라서 누군가에게 질문하려고 몇 마디 꺼내는데, 그 과정에서 “아!” 하고 깨달은 적도 있다. 루인에겐 발화란 단어가 이런 순간을 잘 포착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그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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