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
한땐 믿을 게 체력 뿐이었다. 근 10년 간 병원 한 번 안 갔다느니 하며 체력을 믿었다. 두통을 제외하면 특별히 어디 아픈 일도 없었고 병원에 갈 일도 없었다. 아울러 늦게까지 많은 일을 처리해도 체력이 어떻게 버텨주었다. 그러니 그런 몸에 맞춰 늘 살았다. 가끔 일주일 정도 빈둥거리는 시간을 어떻게든 만들어 푹 쉬곤 했는데, 그렇게 쉬고 나면 또 곧잘 움직였다.
몸살
믿을 게 체력 뿐이었는데, 올해 들어 나는 쿠크다스 몸, 순부두 몸이다. 계속 어디 아프거나 체력 부족으로 헥헥 거리거나, 피로에 쩔어 헤롱거리며 지내고 있다. 어제는 종일 멍하고 정신이 없고 어질어질해서 왜 이렇게 컨디션이 안 좋지 했는데, 저녁에 몸살로 판정이 났다. 갈수록 바쁠 이 시기에 몸살이라니… 덧붙여 오랜 만에 헤르페스도 피었다. 아, 싫다. 피로가 쌓이고 쌓여서 면역력이 현저히 떨어지면 입술 주위에 헤르페스가 피곤 했는데 몸살과 헤르페스가 같이 왔다.
일정
체력이 예전 같지 않으면 일정을 좀 더 수월하게 조절해야 하는데 아직 이걸 잘 못 한다. 몸 한 곳에선 예전처럼 일해야 한다는 감각으로 살고 있고, 또 다른 한 곳에선 일을 줄여야 한다는 감각으로 살고 있다. 둘이 충돌하니 엉망진창이다. 어지럽다. 그래도 나름 일을 좀 줄였지만 여전히 해결 못 하고 허우적 거리는 상황.
내년
나중에 더 자세하게 적겠지만, 내년 일정은 올해와 다를 듯하다. 생계형 일 자체가 달라질 예정이다. 또 어떻게 살아가려나… 한 가지 확실한 건 향후 몇 년은 다른 모든 일, 아마도 다른 거의 모든 일은 중단하거나 포기하고 논문에만 집중할 예정이다. 그렇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어쨌거나 나도 살아야지. 살아 남아야지.
견딤
어쨌거나 아직은 살아 있다. 이건 중요하다. 아직은 살아 있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비록 현재의 삶이 보잘 것 없다고 해도, 비루하다고 해도 이것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