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야기는 결혼으로 통한다.
부산으로 가기 전 머리를 잘랐는데, 어쩐지 여중생이 할법한 초코송이 머리를 했다. 크. 하지만 헤어디자이너는 정말 꼼꼼하게 물어보며 머리를 잘 잘라줬고 드라이도 해줬다. 후후. 다음에도 그 분이 있다면 그 분에게 하겠지만, 과연? 지금 가는 곳은 이제까지 네 번 정도 갔는데 네 번 모두 다른 미용사가 했다. 기존의 미용사는 없는 것 같았다. 왜? 아무튼 어쩐지 초코송이 같은 느낌의 머리라 분명 어머니가 한 소리 할 것 같아 미리 변명을 준비했다. 처음 만나자 앞머리는 괜찮은데 뒷머리가 길다가 조금 더 자르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런데 앞머리가 짧아서 좋다고 하셨다. 이것 자체는 예상 외의 반응이었다. 앞머리는 확실히 짧았지만 뒷머리는 그냥 단발머리 스타일인데요? 아무튼 준비한 답을 했다. “요즘 머리가 너무 빠져서 숱이 많아 보이는 스타일로 잘라 달라고 했어요.” 어머니의 반응은? “더 늦기 전에 결혼해야지.” 으하하. 이건 예상을 못 한 반응이어서 속으로 빵 터졌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결혼으로 귀결되는 훈훈한 상황.
전후 맥락을 생략해야 하지만, 어머니랑 백화점 구경 갔다가 유니클로에 들려서 여성용 옷을 선물 받았다. 우후후. 어머니도 여성용인 걸 알고 있고, 심지어 사주셨다. 우후후. 어머니에게 뭔가 촉이 있으신 것 아닌가라고 짐작할 수 있고, 전후 맥락을 들은 E 역시 그렇게 반응했지만, 딱히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아닌 것 같지도 않다는 게 함정.) 아무튼 내 나이에 어울리지 않겠지만, 내가 좋아할 법한 상의가 하나 생겼다. 퀴어 관련 문구 같은 게 없다는 게 아쉬울 뿐.
추가로 집에 있는 팔찌도 몇 개 획득했다. 어머니가 그냥 맘에 드는 거 가져가라고 하셨다. 더 정확하게는 어머니는 내게 염주를 줬고, 나는 팔찌를 받았다. 그런데 내가 고른 걸 보시더니, “요즘은 남자들도 그런 거 하니까 괜찮을 거다”고 하셨다. 어… 어머니?!?!?!?!?!?!?
모든 이야기가 절묘하게 결혼하라는 말로 귀결되는 상황에서도 뭔가 잔재미가 많은 시간입니다. 흐흐흐.
어머님께서 참 시대를 잘 읽으시는분이시네요..ㅎ
역시 어머님의 피를 물려받으신듯합니다…ㅎㅎ
근뎅 루인님은 결혼을 아예 생각이 없으신건지,
아니면 본인만의 생각이 따로 있으시나요?ㅇㅅㅇ;;
뭔가 재밌긴 했어요.
팔찌 이야기도, 시대를 잘 읽는 것도 있고 어쩐지 어머니가 자신에게 직접 “괜찮아, 괜찮아”하는 느낌과 제게 ‘네가 그렇게 다녀도 별일 없을 거야’라고 말하는 느낌이 같이 들더라고요. 흐
결혼은 결혼제도 자체를 비판하는 입장이에요. 결혼을 하겠다는 개개인의 욕망을 뭐라고 할 순 없겠지만 제도로써 결혼은 문제가 많다고 고민해서, 제가 결혼 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