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인식, 역사

젠더 인식이란 지금 현재의 모습을 밑절미 삼는 해석, 혹은 실시간으로 지금 이 순간의 모습을 밑절미 삼는 재해석이 아니라 과거부터 만남을 이어오며 알아온 ‘침전된 인식/지식’을 밑절미 삼는 인식이다. 그래서 오래 그리고 자주 만나는 사람보다 낯선 사람, 생판 처음 보는 사람이 어떤 해석에 있어 더 날카롭고 예리할 수도 있다. 그것이 사실이건 아니건 상관없이.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다. 그냥 길을 가다가, 택시를 탈 때, 우편물을 수령할 때 종종 나를 여성으로 독해하는 사람이 있다. 빈/비엔나에선 마담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하지만 나를 오래 만난 사람은 오히려 그렇지 않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어떤 사람은 종종 여전히 ‘매우 남성적인 외모’지만 자신을 트랜스젠더라고 말하는 사람으로 이해하기도 하고. 어느 것이 진실이고 어느 것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 내가 스타일을 조금 바꾼 건 사실이지만 그 이후의 해석에서 무엇이 진실에 가까운지는 알 수 없다. 그저 이런 순간이 재미있다. 외모와 관련한 글을 준비할까 보다.



7 thoughts on “젠더 인식, 역사

  1. 아주 재미있는 ask.fm 익명 질문을 받았습니다. 루인님이 말씀하신 한국에서의 트랜스젠더/젠더퀴어와 관련된 내용이라 공유하고 싶어서 올려요.

    저도 젠더퀴어고 트랜지션중인데 트랜스젠더들이 자기들이랑 다른 정체성이라고 차별하고 트랜스젠더가 아니면 트랜지션 진행하면 안되고 생물학적 성으로 살아야 된다는 식으로 말해서 화가 나네요 진오님은 트랜스젠더들의 이런 차별에 어떤 식으로 대처하시나요?

    1. 어라…. 제가 쓴 비밀덧글이 저한테는 안보이네욬ㅋㅋ 답변은 전체공개로 해주시길 바라요 <3

    2. 그 분께서 덧글을 하나 더 달아주셨네요. 복사 / 붙이기 합니다.

      밑에 글쓴 트랜지션중인 젠더퀴어인데요 트랜스젠더들이 저보고 ‘트랜스젠더는 제3의 성이 아닌데 너같은 사람들 때문에 사람들이 트랜스젠더를 제3의성이라고 잘못 아는 경우가 발생하니 어디가서 트랜스젠더란 말 하지마라 넌 우리랑 다른 정체성이다’ 라면서 저를 까고 소외시키네요 ㅜ 수술정보도 트랜스젠더들 끼리만 공유하다보니 결국은 트랜스젠더 사람들이랑 같이 어울리면서 정보도 얻아야 하는데 저보고 가짜 트랜스젠더라면서 따 시키고 그래서 힘드네요 ㅜ 자기들이랑 다른 정체성이니까 트랜스젠더라고 말하지 말라고 하네요 ㅜ

    3. 일단 비밀글은 저에게만 보입니다… 하하

      익명의 분에게 그딴 말을 한 인간들의 입을 확 찢…
      …은 아니고… 흠흠…

      정말이지 트랜스젠더가 어떻게 쓰이고 있는가와 함께 어떤 식으로 독점되고 배제의 범주로 쓰이는가를 살피는 작업은 더 많이 말해져야겠다는 느낌이에요.
      다른 한편,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렵지만, 범주의 규정과 배제, 그리고 우리와 그들의 구분을 통한 집단을 규정하는 권력 작동을 어떻게 탐문할 것인가가 중요한 질문거리인 동시에, 트랜스젠더 범주에서 배제되는 이들, 때때로 젠더퀴어로 자신을 설명하는 이들의 감정을 어떻게 설명하고 독해할 것인가도 중요한 이슈라는 판단이 들어요. 이 감정이 어떤 움직임(affect)을 만들어 낼 것인가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또한 이것을 범주나 명명의 이슈가 아니라 전혀 다른 이슈로 살피는 작업이 필요한데 마땅히 어떤 언어/분석틀을 가져오면 좋을지는 좀 고민이에요. 뭔가 다른 지점을 살펴야 한다고 몸 한 곳에서 간질간질하는데 아직은 분명하진 않네요.. 하하 ;ㅅ;

    4. 잘은 모르겠지만, 익명으로 질문하신 그 분에겐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느낌이에요. 느낌적 느낌이라 문제지만요..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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