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것의 효능을 둘러싼 논의는 언제나 협상의 여지가 없다. 예를 들면 우유.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 우유. 우유의 긍정적 효과를 주장하는 논의는 관련 업체와 무관하기 힘들고 부정적 효과를 주장하는 논의는 실험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
또 다른 논쟁은 비타민 복용제. 이것이 효과가 있다는 주장과 오히려 암을 유발하거나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주장이 대립 관계를 이루고 있다. 물론 이 논의에서 제약 회사와 비타민 등 건강보조식품을 판매하는 회사 사이의 이윤 관계가 얽혀 있으니 흥미롭게 살펴야 할 지점이다.
그리고 더 많은 논쟁이 있다.
그런데 나는 이런 논의를 살피면서 궁금했다. 합성 비타민 복합제의 무용성 및 유해성을 주장하는 이들은 일상 생활에서 식사만 제대로(!) 하면 복합제의 복용이 필요없다고 주장한다. 현대인이 식사를 제대로 챙길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고, 한식은 영양이 고루 갖춰진 식사라고 주장하는 언설은 헛웃음만 나오지만(잘 차린 한식을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되지?) 아무려나 이런 건 나의 주요 관심이 아니다. 나의 질문은 단순하다. 합성 비타민 복합제의 무용성을 주장하는 사람이 비건채식을 하는 사람에겐 어떤 조언을 할 것인가, 이것이 나의 질문이다.
채식은 위의 논쟁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뜨거운 이슈다(온전히 나의 체감일 수밖에 없다). 온갖 산업이 얽혀 있고 경험이 얽혀 있고 믿음과 주장이 각을 날카롭게 세우고 있는 논쟁 분야가 육식의 유해론이다. 합성 비타민 복합제의 유해론과 무해론을 둘러싼 논의는 어쨌거나 충분한 비타민을 섭취해야 한다는 점 자체엔 동의한다. 고기가 유익하다는 주장과 아무 필요 없고 유해할 뿐이라는 주장은 협상 불가능하고 과학과 의학의 믿음 체계 자체를 달리 한다.
고기를 비롯한 잡식이 건강에 좋으며, 고기를 반드시 먹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합성 비타민 복합제를 비롯한 여러 영양제가 유해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비건채식에게 어떤 말을 할까? 고기를 먹으라고 할까, 고기를 못 먹겠다면 합성 영양제를 먹으라고 할까? 물론 전혀 다른 답변의 가능성도 있겠지만 그 어떤 대답이 나와도 뜨거운 논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비건 채식이 반드시 건강한 식사라고 믿지 않는 나로선(정크비건이 할 얘기는 아니겠지만… 크) 이런 논쟁을 둘러싼 입장과 의견이 궁금했다.
아울러 의료화, 탈병리화 등을 둘러싼 강의를 했는데, 이런 논의를 좀 더 일찍 접했다면 더 재밌게 강의를 했을 텐데… 아쉽기도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댜기는 갱쟝해요. 정말 깊은 생각을 하셔요!
갱쟝 댜기와 오래오래 건강하게!
헤헤헤 🙂
고기를 반드시 먹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아직 있던가요? 미국 영양학회에서도 균형잡힌 비건/베지테리언 식습관은 모든 연령대에 안전하다고 발표문 냈었던 때가 벌써 수년전이었지 싶은데…
하긴. 얽혀있는 산업체들이 문제겠네요. 요즘은 또 식품에 들어있는 콜레스테롤이 사람의 몸에서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효과는 포화지방에 비해 크지 않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와서ㅎㅎ 양계협회는 얼마나 기쁠까요ㅋㅋ
혹시 그 논문의 정확한 출처를 알 수 있을까요? 찾아보니까 한국어 문서 중에도 관련 내용을 언급은 하는데 정확한 출처가 없어서요.. ^^;
제가 본, 쇼닥터가 나와서 떠드는 이야기에선 고기를 반드시 먹어야 한다고 직접 말하거나, 건강식인데 고기가 반드시 들어가는 방식이었어요.
그나저나 정말 콜레스테롤이 혈관 콜레스테롤과 무관하다는 연구 결과에 쾌재를 부르는 곳이 상당히 많겠어요. 크크크크크
암튼 이와 관련한 논쟁은 말 그대로 영원한 논쟁거리겠어요.
2003년에 발표한것
http://www.ncbi.nlm.nih.gov/pubmed/12778049
2009년에 발표한것
http://www.ncbi.nlm.nih.gov/pubmed/19562864
모든 사람들이 고기를 반드시 먹어야 한다는 사람들은 그 개인이 어지간히도 고기를 좋아해서 자기 합리화를 하다못해 자신의 공적인 입장까지도 오염된 경우 아니면 관련 산업체에 연관이 있는 경우 아닐까요?
콜레스테롤이 재조명을 받은 이후로 좀 별로인게, 포화지방이 체내 콜레스테롤을 높이는건 아직도 유효하건만, 콜레스테롤만 높은게 아니라 포화지방도 높은 동물성 식품들이 ‘콜레스테롤 괜찮으니 우리 식품 많이 먹어라’는 식의 판촉활동을 펼친다는것이에요.
출처 정말 고마워요! 잘 읽을게요. 헤헤헤
콜레스테롤 연구가 그렇게 사용된다니… 정말, 헐…이네요. 그 연구의 연구비를 어디서 지원했는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상관없이 그 연구 결과를 포화지방이 많은 업체에서 활용하다니요… 정말이지… 저것이 마케팅인가 싶고… 어이가 없다 싶고 그렇네요… -_-;;
천만에요! 재밌게 읽으세용 ㅎㅎ 2003년이나 2009년이나 내용은 비슷비슷한거 같아요. 시간 없으면 2009년것만 읽으셔도 될듯해요.
식품업계 마케팅 무섭죠. 종종 이 사람들 양심 어디에 팔아버렸나…싶은 때도 있어요. 많이 팔아야 살아남으니 이해가 안되는건 아니지만.
저는 각종 학설이나 연구 발표 물론 중요하지만, 최근에는 제 기준을 더 많이 세우는 방향으로 가게 되었어요. 그러니까 이건 약간 어떤 면에서 내가 얻게 되는 정보에 대한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그 정보의 판단 역시 제 가치판단이 더 많이 개입되는 것 같아서, 그냥 저의 몸 반응을 제일 우선으로 치게 되었어요. 이게 좀 뜬금없는 연결고리 같지만, 저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로 개인이 자신의 삶을 얼마나 통제할 수 있을까에 대해 약간 회의가 왔는데(이 부분은 나중에 뵙게 되면 좀 더 자세히..), 먹거리 부분에서도 좀 그런 태도가 약간 생겼어요. 먹거리를 육식 채식으로 나눌수도 있지만 사실 원전 생각하면 또 완전 뒤죽박죽이 되잖아요. 후쿠시마 이후로 표고버섯은 절대 먹으면 안되다는 사람도 있고요. 건강이란 개념이 사실 참 추상적이고, 우리가 통계나 연구를 통해서 그것을 구체화하려고 하지만 개개인의 삶으로 들어오면 또 몸은 다 너무 다르기도 해서 참 뭐라 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어느 정도는 운명에 순응하듯 몸의 운명(?)에도 순응해야하는 것 같고… 그냥 내가 맘편하고 할만한 건강법을 지키는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일이 아닐까 싶어여 저는. 내가 나에대해서 평생 알아가야하듯이 내 몸도 평생 관심 두고 공부해야 조금씩 힌트를 얻게 되는 것 같아요.. 겁내 횡설수설인데 기회가 되면 뵈었을 때 얘기 나누고 싶네요 ㅎㅎ
그쵸? 저도 그런 경우가 많은데 어디에 좋다고 해서, 특히나 더위에 엄청 취약해서 더위를 식혀주는 차나 그런 걸 마시면 바로 몸에 안 좋은 반응이 올 때가 많더라고요.. 오미자 같은 거.. 그래서 결국 내 몸에 좋은 반응을 하는구나 싶은 걸 먹는 게 최선이구나 싶더랄고요. 말씀하신 것처럼요.
다음에 만나면 신나게 이야기해요. 흐흐흐.
저 요즘 관심주제
오.. 어떤 식으로 고민하는지 더 알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