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을 사러 갈까는 많이 망설였다. 하지만 갑자기 생긴 여유 돈으로 이런 바람이 있을 때 사지 않으면 결국은 사지 않을 것만 같아 사러 갔다. 사고 싶은 앨범 목록엔 10장 정도가 적혀 있지만 네 장만 골랐다.
The Music의 [Welcome To The North]은 지난 앨범에서부터 매력적으로 들었기에 망설임이 없었다. And You Will Know Us By The Trail Of Dead의 [Worlds Apart]와 갈등하기도 했지만 우선은 더 뮤직부터. 이유는 간단한데 And You Will Know Us By The Trail Of Dead는 앨범이 좋긴 하지만 손이 자주 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개인주문으로 살 만큼 좋아했지만, 자주 듣지 않는 앨범을 이 기회에 산다는 건, 망설이기 마련. 언젠가(도대체 언제? 한 달 뒤? 여섯 달 뒤? ;;;) 사러 간다면 그때 사겠지. 암튼 더 뮤직의 앨범을 지금 듣고 있는데 대체로 만족스럽다. 지난 앨범에서처럼 춤이라도 출 것 같은 신나는 우울.
Atmosphere의 [God Loves Ugly]는 이미 mp3로 여러 번 반복해서 들었던 만큼, 앨범을 소장한다는 기분으로 선택했다. 비트 신나고 랩 잘하니 망설일 이유가 없다. (확인하니 이제 품절인데 루인이 마지막 앨범을 산건가? 흐흐)
오랫동안 정말 사고 싶었던 앨범은 Cat Power다. 역시나 예전에 mp3로 들으며 혹했지만 이상하게도 앨범은 사지 않았었다. 루인에겐 Nina Nastasia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헤헤. 왕창 다 사고 싶은 욕망이 없는 건 아니지만 고르고 골라 [Moon Pix]와 [You Are Free], 두 장.
오랜만에 산 만큼 많이 들을 것 같다.
종종 예전과 최근의 행동들을 비교하곤 하는데, 많이 사서들을 때 보단 적게 사서 여러 번 듣는 것이 더 좋았던 것 같다. 처음으로 앨범을 사서 듣기 시작했을 땐, 몇 장 안 되는 앨범을 끊임없이 반복해서 들었기에 어떤 곡의 아무 부분이나 1초 정도만 들어도 어느 앨범에 몇 번째로 수록된 무슨 노래인지를 다 알았다. 하지만 앨범을 모으기 시작하면서부터 “나, 그거 알아”라고 말 할 수는 있지만 앨범을 꼼꼼하게 듣지는 않는 것 같다. 아마 오랫동안 앨범을 사러 가지 않게 된 것도 음악을 듣고 즐긴다는 기분보다는 앨범을 사 모아야 한다는 강박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다. 음악이 좋아서, 음악만이 삶의 유일한 위로라고 말할 정도로 좋아서 앨범을 사기 시작했는데 어느 새 그것이 일이 되었나 보다. 레코드 가게에 가면 몇 장씩이고 사야만 할 것 같아서 부담스러웠나 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그 처음은 두근거리는 몸으로 레코드 가게에 가서 처음으로 앨범을 샀던 그때의 모습으로가 아니라, 지금까지의 경험을 통해 많이 변해있는 ‘처음’이다. 시행착오라고 불리는 경험을 통해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를 모색하는 과정에 있는 처음이다. 좋다.
저도 어느 순간부터는 대체 내가 앨범을 모으려고 사는 것일까? 아니면 들으려고 사는 것일까? 그것이 참으로 헷갈리더라고요. 안 듣고 쌓아둔 앨범을 보면. -_-;; 제가 한심스러워져요. 에잇.
정말 그래요. 사놓곤, 안 듣고 어딘가에 있는 앨범을 접할 때 마다, 한심스럽고 안타깝고, 그래서 얼른 들어야지 하고 조급해선 결국 즐기지도 못하고…
이걸 알면서도, 사고 싶고 듣고 싶은 앨범을 찾고 살 목록에 적는-_-;;; 루인을 발견하면, 흑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