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아침 9시에 즐기는 영화가 좋다. 매일같이 하는 일이 있는데 9시 영화를 보면 그런 일상에 별다른 영향을 안 주기 때문이다. 더구나 루인의 심리적 통금은 저녁 5시. 이 시간 즈음 나스타샤와 놀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음란서생]도 아침 9시를 선택.
02. 스포일러 없는 감상문이 가능하랴.
영화를 다 보고 나오며, 이 영화의 능청스러움에 박수를 보냈다. 이 영화의 미덕은 이 능청스러움에 있다고 느꼈다.
오랜 포르노그래피의 논쟁에서 루인의 잠정적인 결론은, 음란은 좋지만 폭력은 반대한다는 것. 포르노를 표현의 자유 운운하면서 무조건 옹호하는 건, 누구에게서의 표현의 자유냐는 질문(표현의 자유는 애초 아무 말이나 다 할 수 있는 사람에게 해당 하는 것이 아니라 발화의 자유가 없거나 억압받고 있는 사람을 위한 권리이다)과 폭력을 음란으로 여기는 문화에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스너프 필름처럼 ‘여성’을 죽이는 것을 음란하다며 이를 금지하는 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건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이 세상에 차별/폭력이란 없다는 전제에서나 가능하다. 그래서 [음란서생]이란 제목을 접하고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다.
어떤 의미에서 이 영화는 지극히 진부하다. 그것도 많이 진부하다. 이 정도 음란이면 다른 영화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음란을 표방하고 있다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랄까. 이 영화를 접하면서 가졌던 불편함은 마초 같은 ‘게이’들이 주인공인 영화를 볼 때 느끼는 그런 불편함을 여기서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게이’영화에선 클리토리스란 단어를 듣곤 먹고 있던 음식을 토하는 장면을 통해 여성혐오를 드러낸다. 이 영화도 그런 지점에서 그다지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물론 이 영화는 표면적으로는 이반queer영화라고 자처하지 않지만.
루인은 이 영화를 접하는 내내 세 ‘남성’의 ‘동성애’ 욕망을 느꼈다. 윤서(한석규 분)와 광헌(이범수 분), 황가(오달수 분) 사이의 사랑 이야기라고. 서로를 향한 애정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여성’을 “거래”하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 중 하나다. (그래서 읽기에 따라 상당히 폭력적인 영화다.) ‘이성애’적 상상력 혹은 그런 “지저분한 소설”은 서로를 향한 욕망을 기존의 사회가 요구하는 모습으로 드러내는 일종의 가면이라고 해야 할까. 젠더 가부장제 사회에서 ‘이성애’ 결혼을 강제하는 것은 ‘남성’의 혈통을 유지하기 위한 것일 뿐 아니라 장인과 사위 간의 (‘남성’ ‘동성애’적) 애정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즉 젠더에 기반 한 이성애 구조는 ‘남성’ ‘동성애’ 욕망을 표현하기 위한 방법이다. ‘게이’ ‘남성’에 대한 혐오는 간접적인 방식이 아닌 직접적인 방식으로 애정을 표현했기 때문이 아닐까?
이 영화는 이렇듯, ‘남성’간 애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여성’을 매개하고 있음을 너무도 잘 그리고 있다. 남성들끼리 성행위를 실습(?, 연습?)하는 장면은 이를 잘 드러낸다. 욕망하지만 직접적으로 드러낼 수 없기에 금기를 지키는 척 하면서 표현하는 것이다. 후반부에, 윤서를 구한 광헌을 죽이려는 부분에서 윤서가 절실하게 광헌을 살리려는 모습은 둘(혹은 셋) 사이의 애정이 “단순한 우정” 이상임을 말해주는 장면이다. 이런 장면들은 음란함이 누구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설명하며 마초적인 ‘게이’들이 표현하곤 하는 ‘여성’혐오나 굳이 ‘게이’가 아니어도 극장에서 흔하게 접하는 영화에서 쉽게 접하는 음란함이라고 느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장점 중 하나는 마지막 장면이라고 느끼는데, 여기서 능청스러움이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섬으로 간 윤서가 새로운 줄거리를 얘기하는데 그 내용이 S/M+게이 관계다. (이때의 S/M은 어느 정도 편견을 가지고 묘사하는 점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는 윤서, 광헌, 황가의 능청스러움이 재밌었다. 그러면서 영화에서의 음란은 ‘이성애’적 음란이 아니라 금기를 깨고 ‘동성애’적 욕망을 발화하는 그 찰라, 라고 느꼈다. 비’이성애’에 대한, 이반에 대한 혐오로 읽힐 수도 있을 법한 이 장면들이 별로 그렇게 다가오지 않았고 금기에서 벗어난 발화의 능청스러움으로 다가왔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축인 정빈(김민정 분)은 근래 들어 접한 영화 중 드물게 짠하게 다가왔다. 슬펐다. 다음엔 정빈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
그리고도 하고 싶은 얘기가 많지만, 우선은 여기까지.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은 영화라는 점에서 볼 만한 영화다.
※정말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은데 오늘따라 몸이 좀 산만해서 글을 쓸 상황이 아니다. 태터툴즈 클래식에서 0.961로 바꾸려다 실패했는데 그 순간 글을 쓰고 싶은 몸이 사라졌기 때문;;; 담에 다시 쓰고 싶다. 한 번 더 즐기고.
클래식을 쓰고 계셨군요! 그런데 왜 다시 0.961로 돌아가시려고요? 하긴 모든 업그레이드가 다 좋은 것만은 아닌것 같아요. 전 현재 1.0인가요? 그걸 다운 받을 생각이 전혀. 안들고 있어요. 태그가 주르륵 뜨는 방식도 마음에 안들고, 무엇보다도 심금을 울리는 스킨이 따라주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서요. 🙂
클래식 오피셜 버젼을 쓰고 있는데, 루인에겐 0.961이 더 좋을 것 같다는 몸앓이를 해서요. 클래식의 장점도 있지만, 암만해도 RSS에서 글씨가 깨지는 문제도 있고 가끔 키워드 표시가 제대로 안 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클래식이 앞으로 버전업 할 것 같지도 않고요. 클래식의 장점 중에 하나는 알림판을 통해 자신이 단 댓글에 답글이 달리면 알려주는 건데, 이 기능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도 있고 해서요. 0.961이면 RSS에서 글씨가 깨지는 문제나마 해결할 수가 있겠다 싶어서요.
루인도 1.0을 써보고 싶긴 한데 태그가 뜨는 방식도 별로고지만, 무엇보다 스킨이… 흣. 애드키드님과 같은 이유로 안 쓰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