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맵에 있는 location history 혹은 Timeline(타임라인)(https://www.google.com/locationhistory)을 살펴보면 나의 일상을 따로 기록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몇 시에 어디로 갔고,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어디에 있었고, 해당 시간에 사진을 찍었으면 그때 찍은 사진이 무엇인지 모두 한번에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내가 있던 위치나 가게 상호명의 경우엔 오차 혹은 오류가 생기기도 하지만 나름 정확하게 표시된다.
구글의 My Activity(https://myactivity.google.com/)를 확인하면 내가 구글 계정으로 무엇을 했는지 모두 다 나온다. 안드로이드폰과 크롬북, 크롬 웹브라우저를 사용하기에 이런 정보는 더욱 자세하고 다양하게 나온다. 몇 시에 무슨 앱을 사용했고, 몇 시에 무엇을 검색했고, 몇 시 몇 분에 구글맵에서 어느 위치를 검색했고, 내가 어떤 사이트를 방문했고, 몇 시부터 몇 시까지 행아웃을 몇 번 사용했고… 행아웃 메시지 같은 거야 나타나지 않지만 나의 활동 내역의 상당 부분이 꽤나 정확하게 기록된다.
일종의 기록으로서, 나는 이 블로그에 나를 기록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구글 타임라인이나 액티비티가 나의 최근 고민을 작성하지는 않는다. 그러니 블로그의 의미는 남아 있다. 하지만 과거, 다이어리르 사용하던 시절 남기곤 하던 기록, 몇 시에 어디에 갔다, 어디서 누굴 만났다 정도의 기록은 더 이상 애써 남길 필요가 없는 일이 되었다. 6월의 어느 금요일 저녁에 어느 식당에서 음식을 먹었다면 그리고 그 음식을 촬영했다면, 그 모든 걸 구글 타임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니 나는 더 이상 내 자잘한 일상을 애써 기록할 필요가 없다. 그냥 안드로이드 폰 혹은 구글 계정이 로그인된 기기를 몸에 지니고 다니면 그만이다. 그럼 나보다 더 정확하게, 시간까지 정확하게 기록해준다.
(이것은 언젠가 어떤 사건에서 알리바이로 요긴하게 쓰일 수도 있다.)
이럴 때 기록한다는 행위는 무슨 의미가 될까? 더 이상 내가 나의 일상을 남기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괜찮은 시대에 기록이란 무엇을 의미할까? 기록에 다소 집착했던 나는 이제 더이상 무엇을 기록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예를 들어 구글 캘린더에 나의 약속을 다 적어두고 있는데, 타임라인과 캘린더가 결합하면 더 강력한 기록이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럼에도 일상을 꾸준히 기록한다면 이것은 무슨 의미일까 종종 궁금하다.
(예를 들어 구글이 트위터를 인수하고, 구글 서비스와 결합시킨 다음, 나의 타임라인에 내가 쓴 트위터 내용까지 표시하기 시작한다면? 몇 일 몇 시 어느 장소에서 내가 어떤 트윗이나 리트윗을 했는지 모두 확인할 수 있다면? 혹은 다른 블로그나 게시판을 구글서비스와 결합시켜서 타임라인에 표시할 수 있게 된다면? 그런데 언젠가 이런 시대가 올 것도 같다.)
물론 이런 시대로 바뀌고 있기에 나는 블로그가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 내가 어떤 고민을 하는지에만 집중하면 되기 때문이며 블로그는 내 고민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정말 안일하고 단순한 결론이다. 나는 이런 결론에 머물겠지만 세상은 더 복잡하게 변하고 있다. 어느 순간이 되면 나의 고민을 기록하는 행위 자체도 무의미해질 수 있다. 기기를 뇌에 직접 이식하는 세상이 올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내가 죽기 전에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믿는다. 자, 그럼 전통적 의미의 몸, 기기와 분리된 몸의 의미는 어떻게 재구축될까? 니키 설리반이 말했듯 소마테크닉의 의미를 얼마나 더 복잡하게 사유해야 할까? 나는 나의 욕망이나 행위를 어디까지 기기에 위임/대리할 수 있을까? 전통적 의미의 육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무엇이 될까?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그런 시대에 나 같은 인간은 가장 쓸모 없는 존재가 될 것이다. 이것만은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