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에도 퀴어이론 수업을 하고 있는데 올해는 새로운 주제를 여럿 추가했다. 그 중 하나는 ‘퀴어 팔레스타인’이다. 퀴어 팔레스타인과 함께 또 다른 주제를 추가하고 싶었는데, 일전에 적은 것처럼 한 학기에 할 수 있는 주제는 많지가 않다. 그것도 일 년에 한 번 생기고, 다시 생길지 알 수 없는 수업일 때, 혹은 내가 다시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을 때 세부 주제를 구성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제약이 많다. 암튼 그래서 나는 몇 가지 주제를 포기하고 퀴어 팔레스타인을 선택했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은 짐작하겠지만 나는 퀴어 의제도, 팔레스트인 의제도 잘 모른다. 한국에서 전개되고 있는 퀴어-팔레스타인 운동이나 논의를 잘 따라가고 있지도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퀴어 팔레스타인을 다루겠다고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인데 퀴어이론 수업이라면 늦어도 올해는 이스라엘의 침공과 팔레스타인 의제를 다뤄야 하지 않을까라는 고민 때문이다. 일종의 수업이 가져야 할 윤리 같은 거? 내가 뭐 윤리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잘 모르더라도 이 주제를 수업에서 시작해야 다음으로 이어가는 뭔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고민도 있었다.
그런데 이 수업을 했다는 것이 아니라 다음 주에 할 예정이다. 대학원 수업이 강사가 완전히 장악하는 주제가 아니어도 다양한 배경의 수강생이 있으니 괜찮지 않을까라는 대책없는 믿음은 아니고 실제 파편적으로 아는 지식과 정보를 엮어나가는 작업 또한 수업에서 할 수 있는 경험 중 하나니까. 암튼 이런 이유로 이런 저런 자료를 계속 살펴보고 있다. 이왕 시작한 주제라면 어설프게 넘어가고 싶지는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