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자인권연대 발족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어떻게 하다보니 이렇게까지 와 있다. 이런 위치에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스스로에게 커밍아웃을 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러고 나서도 무엇을 커밍아웃한 것인지 애매했다. 성적 지향성을 커밍아웃한 것인지 성별 정체성을 커밍아웃한 것인지 불확실했고, 성적 지향성만 커밍아웃한 것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이곤 했다.
언어가 부족했다. 자신의 경험을 말할 수 있는 언어의 부재. 아니다. 단순히 부재한 것이 아니다. 몸이 말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통로를 차단한 상태였다. 그래서 트랜스라고 자신에게, 그리고 여기 [Run To 루인]에게 커밍아웃하기까지 또 한 번, 시간이 필요했다. 이렇게 커밍아웃을 하고도 언제나 불안했다. 루인의 애매한 위치-어디에서도 애매하게 자리 잡고 있는 위치가 주는 모호함. 불확실함. 이런 과정에서 언어를 모색하고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몸으로 바꾸는 시간을 거쳐 왔다/거치고 있다.
지난 퀴어문화축제의 TG수다회는 확실히 좋은 기회였다. 그 자리가 일종의 전환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미나에 참석하고 어떤 기획팀에 참석하고 이제 성전환자인권연대 발족위에 참가하고 있다. 순식간의 일이다. 일 년 전, 아니 한 달 전만 해도 상상도 못한 일이었고 방학 계획에는 전혀 없던 일이었다. 그럼에도 지금 일어나고 있고 몸이 경험하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알 수 없다. 하지 않겠다고 했던 일들을 할 수도 있고 그래서 한 달 뒤에 또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 없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계속 변해가고 있다. 움직이고 있다.
숨차요, 헉헉♪
하지만 즐거워요^^
‘그것만은 하지 않을거야.’라는 다짐이나 생각들은 ‘절대’라는 말처럼 쉽게 변하는 거 같아요. ^^v
흐흐, 정말 그래요. “절대 안 할 거야” 하면서 어느새, 하고 있다는… 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