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라곤] 2007년 1월 10일 09:30, 아트레온 3관 5층 G-7, 조조로 4,000원
1.
연구실이 있는 건물의 바닥청소를 한다고 아침 07시 30분에 학교에 왔다. 연구실 문을 열기 위해서. 열쇠를 미리 맞길 수도 있지만, 청소하시는 분이 그냥 열어달라고 해서 그러겠다고 했다. 보통 아침 8시 30분 즈음해서 학교에 오는 걸 알기 때문에 그랬는지도 모른다. 의자나 소파 등을 책상 위로 올리고 도서관-_-;;;으로 갔다.
인터넷에 접속하여(맞다, 도서관엔 인터넷을 하기 위해 갔다, 냐하하 ;;;) 영화를 검색했다. [리틀 미스 선샤인]을 보려고 CGV상암을 확인하니 시간이 애매하다. 자주 가는 아트레온엔 딱히 보고 싶은 영화는 없었다. 9시 30분에 [에라곤]을 할 뿐이었다. 무슨 영화지? 광고로도 접한 기억이 없다. 홈페이지에서 소개한 글에 따르면 대충 판타지인가 보다.
매점으로 가서 아침을 먹으며 영화를 볼까 그냥 책을 읽을까 갈등했다. 망설이다가 밥을 다 먹고는 영화관으로 향했다. 원래 이런 거다. 그냥 충동으로 움직이기 마련이다.
2.
조조를 볼 때 좋은 건, 영화관을 나서면서 눈부신 햇살을 볼 수 있다는 것. 아마 아트레온이기에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조조를 본 후 문을 나서면, 눈이 부시다. 이 느낌이 좋다.
이왕 나선 김에 밥을 사갈 요량으로 맛이 나쁘지 않는 근처 가게에 들러, 포장주문했다. 입이 까다롭지만 그런 만큼이나 대충 아무거나 영양분만 섭취하면 그만이라고 말하는 루인이니 11시 30분 즈음에 산 포장음식을 15시 즈음에 먹는다고 해서 불평이 있을 리 없다.
1시 즈음에나 연구실에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청소하시는 분이 말했지만, 혹시나 해서 12시 30분 즈음 사무실에 들어서니, 이미 잘 말라 있었다. 지난여름에도 12시 즈음에 사무실에 들어갔었다.
그나저나 버틀러는 멋지다. 아흥. ♡_♡
3.
사실, 2번까지로 끝내려고 했다. 그럼 이 영화에 대한 완벽한 감상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영화관까지 갔는데…
아무튼 영화관에서 영상도 봤으니 대충 얘기하자면, 조금도 관심이 없던 [그놈 목소리]는 강동원이 나온다고 해서 관심을 가져볼까 고민 중이다. 강동원을 좋아한다거나 그런 건 아닌데, 불현듯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떠올랐다. 하지만 예전에 어느 인터뷰 기사를 읽고, 그 자신 만만함에 끌렸던 흔적이 몸에 있어서가 더 정확하리라. (이런 맥락에서 김아중도 꽤나 멋지다. 기억을 믿을 수 있다면, 한 인터뷰에서 김아중은 영화가 성공할 줄 알았다고 말했다. 물론 자기가 나와서가 아니라 완성한 필름을 봤을 때 재밌다고 느꼈기 때문에.) [마리 이야기]의 감독 작품인 [여우비]는 의외로 재밌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홍보 영상만 봤을 땐 지브리 작품인 줄 알았다. 오마쥬인가? 노골적인 장면이 너무 많은데, 특히 (루인의 필통이기도 한) 고양이버스를 닮은 장면에선 지브리나 미야자키의 신작인 줄 알았다. 그러기엔 배경과 인물이 엇돌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지만.
4.
맞다. 영화감상문을 쓴다면서 영화에 대해선 조금도 언급하지 않는 것. 애초 이 글을 쓰면서 하고 싶었던 것은 그거였다. 완전 무시하자는 거다. ;;; 그래도, 이번엔 진짜 언급하자면….
영화가 끝나고 평소처럼 씨네21과 필름2.0을 샀다. 그러며 씨네21을 펼치고 [에라곤]과 관련한 글을 읽다가 적절한 표현을 찾았다. “[에라곤]을 젊은 장르-오타쿠가 쓴 팬픽션의 영화라고 일컬어도 틀린 표현은 아닐 터이다.“(김도훈) 특수효과를 감상할 것이 아니라면 [반지의 제왕]을 보는 것이 좋겠지만, 어차피 루인은 영화를 보러 간 것이 아니라 도서관에서 기다리기 싫어서 갔기 때문에 별 불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