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net으로 받은 성명서예요. 혼자 읽기 보다는 한 번쯤 같이 읽으면 좋겠다 싶었서 올려요.
읽고 있으면, SBS의 보도 태도는 두 가지가 겹쳐 있다고 느껴요. 외국인이라는 것과 에이즈라는 것. HIV/AIDS 감염인인데 심지어 외국인이기까지 하다는 것. 에이즈에 대한 공포 혹은 혐오와 외국인에 배타적인 태도가 겹쳐 있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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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는 HIV/AIDS 감염인과 국민에게 즉각 사과하라!
– 반인권적이고 비과학적인 에이즈 보도를 규탄한다 –
1. 3월 12일 저녁, SBS는 “에이즈 걸린 요리사, 8년간 특급호텔서 근무”라는 제목의 뉴스를 보도하였다. SBS는 ‘외국인’ ‘요리사’가 ‘에이즈’에 걸린 것을 강조하며 선정적으로 뉴스를 보도하여 에이즈 감염인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 국민의 인식을 호도하였다. 이는 지난 2월 26일, 국가인권위원회가 감시와 격리로는 에이즈를 예방할 수 없다고 밝히며 권고한 에이즈예방법 개정의 방향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것이기도 하다.
2. 에이즈예방법대응공동행동은 감염인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려는 국가의 노력과 감염인의 자발적 협력, 국민의 바른 인식을 통해서만이 에이즈를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SBS의 보도내용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HIV/AIDS 감염인과 국민들에 대한 SBS의 사과를 요구한다.
3. SBS의 보도는 과거 언론의 에이즈 보도 행태를 답습한 전형적인 왜곡 보도이다. 에이즈 감염인이 발견된 후 20여 년간, 언론은 “에이즈에 걸리면 죽는다”고 겁을 주고, “문란하고 부도덕하여 에이즈에 걸린다”는 편견을 조장하고, 에이즈 바이러스를 퍼뜨린다고 감염인을 낙인찍었다. “감염인을 철저하게 감시하고 격리하는 것이 에이즈를 예방하는 길”이라는 식의 보도를 반복하였던 것이다. 그 결과, 이 사회는 감염인을 차별해왔고, 에이즈 감염인의 수는 늘어나고 있다. 그 책임이 상당수 언론에게 있다는 것을 SBS는 아는가?
4. SBS는 8년 경력 특급호텔 ‘요리사’가 에이즈에 걸린 사실이 ‘충격’적이라며, 감염인은 요리사 자격이 없는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 물이나 음식을 통해 감염되는 콜레라나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는 결핵과는 달리, 에이즈는 일상생활을 통해서 감염되지 않는다. 요리사란 직업과 에이즈 감염은 무관하다는 감염내과 교수의 말도 SBS 스스로 인용한 바 있다. 유엔에이즈 같은 국제기구도 동의 없는 에이즈 강제 검진을 오히려 에이즈 예방에 해롭다고 간주하여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BS 보도는 특급호텔 주방장이었던 점을 강조하면서 외국인 요리사도 에이즈 검사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논조를 띠고 있다.
5. SBS는 외국인 요리사를 고용한 호텔도 에이즈 감염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 문제라는 식으로 보도했다. 고용주는 피용자의 에이즈 감염 사실을 알 필요가 없다. 아니 알아서도 안 된다. 직무 수행과 무관한 질병을 이유로 해고하거나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SBS 기자 자신이 감기나 당뇨병, 에이즈에 걸리면, SBS 사장은 그 사실을 ‘당연히’ 알아야 하는가? 특히 에이즈 감염인은 사회적 편견과 냉대로 고통 받고 있으며, 이 때문에 현행 에이즈 예방법조차 ‘비밀누설 금지의무’ 조항을 명문화하고 있는 것이다.
6. SBS는 ‘요리사의 국내행적을 파악할 수 없는 것이 문제’라고 보도했다. 한국 정부가 현행법으로는 외국인 요리사가 어떻게 감염되었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파악할 길이 없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책이 없다고 했다. 마치 외국인 요리사의 행적을 다 알아야 에이즈로부터 안전할 수 있다는 인상을 심어준 셈이다. 그러나 ‘요리사의 국내행적을 파악’하는 것이 어떻게 에이즈예방에 기여하는가. 감염인이라는 이유로,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범죄자 취급을 하면서 일거수일투족을 정부가 감시해야 한다는 기존 에이즈 정책이 오히려 에이즈 감염인의 증가를 부추겼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감염인들이 마치 함부로 돌아다니며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다닐 수 있는 사람인 것처럼 몰아세우는 보도는 모든 감염인들에 대한 모욕일 뿐이다.
의학적으로 볼 때 에이즈는 누구나 걸릴 수 있고, 따라서 누구나 에이즈 예방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에이즈 감염인이란 사실을 밝힌다 해도 아무 문제가 없고, 지지와 보살핌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지금도 자신이 에이즈에 걸린 줄도 모르고, 에이즈 검사를 받을 엄두도 못내는 이들이 많다. 감염인을 감시하고 외국인, 성노동자 등 몇몇 집단에게만 에이즈 검사를 강요하고 콘돔만 던져준다면, 그것이야말로 국민의 건강권을 방치하는 길이다. 감염인 인권 보장이 에이즈 예방의 지름길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7. SBS는 감염인이 프랑스에서 온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부각하면서, 한국 정부가 5년 간 입국 금지를 시킨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며 현행법이 미비하다고 했다. HIV 감염사실을 알게된 외국인이 겪을 불안과 두려움에다가, 오래동안 머물렀던 한국 땅에서 당장 나가라는 명령으로 삶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것으로도 부족한가. 또한 HIV감염이 5년간 입국금지라는 징벌조치를 당해야 하는 이유가 되는가.
현행 출입국관리법상 체류 중인 외국인이 에이즈에 감염되었을 경우 모두 강제 퇴거시키고 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는 외국인에게 내국인과 차별적인 에이즈 예방 조치를 취해서는 안 된다고 권고했다.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를 위한 국제협약’은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을 ‘그 나라의 국민과 평등하게 처우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아, 생명의 유지와 회복하기 어려운 건강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긴급하게 필요한 의료를 받을 권리’를 분명히 하고 있다. 프랑스 국가에이즈위원회도 ‘시민권이 있든 없든, 모든 환자들에게 의료 접근권과, 의료 이용을 위한 체류권을 보장하여야 한다. HIV 유행에 효과적으로 맞설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외국인에 대한 에이즈 검사를 강요할 것이 아니라 치료받고,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만 에이즈를 예방할 수 있다.
8. SBS는 3월 12일 보도를 통해 감염인의 인권을 침해하고 사람들에게 에이즈에 대한 편견을 심어줌으로써, 에이즈 확산에 일조한 셈이다. SBS는 반인권적이고 비과학적인 보도에 대하여 감염인과 국민에게 사과하고, 보도 내용을 즉각 정정하라.
2007년 3월 14일
HIV/AIDS감염인 인권증진을 위한 에이즈예방법 대응 공동행동
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공공의약센터,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동성애자인권연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인권운동사랑방, 윤가브리엘], 한국HIV/AIDS감염인연대 ‘KANOS’, 나프(Nopi Narara HIV/AIDS people)공동체,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노동건강연대,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인권단체연석회의[거창평화인권예술제위원회, 구속노동자후원회, 광주인권운동센터, 군경의문사진상규명과폭력근절을위한가족협의회, 다산인권센터, 대항지구화행동, 동성애자인권연대, 문화연대, 민가협,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부산인권센터, 불교인권위원회, 빈곤과차별에저항하는인권운동연대, 사회진보연대, 새사회! 연대, 아시아평화인권연대, 안산노동인권센터, HIV/AIDS인권모임나누리+,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 울산인권운동연대, 원불교인권위원회, 이주노동자인권연대, 인권과평화를위한국제민주연대, 인권실천시민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인이동권쟁취를위한연대회의,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전쟁없는세상, 진보네트워크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 평화인권연대, 한국교회인권센터, 한국DPI(한국장애인연맹),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전국 36개 인권단체)], 아름다운재단 공익변호사모임 ‘공감’, 한국레즈비언상담소, 건강세상네트워크, 문화연대, 행동하는 의사회, 최용준, 김형석,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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