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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은 복잡함을 견디는 힘을 주죠.
강좌를 시작하고, 우선은 사회자가 질문을 하고 정희진선생님이 대답하는 시간이었다. 무슨 질문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페미니즘 혹은 여성주의란 무엇인가와 같은 류의 질문이었을 테고 그때 여러 대답을 하는 와중에 “페미니즘은 복잡함을 견디는 힘을 주죠”라는 말을 했다. 이 말에 눈물을 흘리며 울 뻔 했다.
페미니즘은 그 언어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명쾌한 대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복잡함을 견디게 한다. 비단 페미니즘 뿐이랴. 지금 공부를 하고 있는 이유, 언어를 고민하는 이유는 복잡한 삶을 복잡하게 고민하며 이런 복잡함을 견디는 힘을 얻기 위해서다. 트랜스젠더 정치학과 언어를 고민하는 이유도 그렇게 퀴어이론을 고민하는 이유도 그렇고 채식주의를 고민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단순 명쾌한 어떤 대답을 얻으려고 했다면 시작도 안 했을 거다. 복잡함을 통한 쾌락을 느끼는 것, 이것이 계속해서 언어를 고민하고 공부를 하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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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사회자는 정말 아니었다. 사회자의 말을 듣고 있으면 짜증이 부글부글.
그 사회자 정말 ㅠ.ㅠ
정말이지 사회자의 말을 듣고 있으면, 정희진선생님의 말을 들으며 즐거웠던 모든 감흥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것만 같았어요. 작년이 확실히 좋았어요. 흐
그나저나 정희진선생님이, 사회자의 질문이 가지는 문제를 지적할 때 사회자의 표정이란 정말 압권이었어요. 흐흐.
저도 이 날 다녀왔어요^^ (작년 ‘거짓말’에도 갔었구요) 우리 같은 공간에 있었네요. 검색하다가 우연히 이곳을 알게됐지만요.. 페미니즘 책을 저는 작년에 처음 읽었는데, 정희진 선생님 책이었어요. 제가 읽었던 모든 책중에서 가장 빛나는 서문이라고 생각했구요, 읽으면서 희열까지 느꼈었죠. 예리한 통찰력에 감탄과 그 어떤 윤리책보다도 저를 반성하게 해요. 근데, 왜 강연만 가면 웃음이 나는 걸까요^^?
와앗, 그랬군요. 후후, 이런 식으로 같은 공간에 있었던 사람을 만나는 것도 참 즐거운 일이라고 느껴요 🙂
루인도, 선생님 책이나 글을 읽고 있으면 정말이지, 즐거움도 이런 즐거움이 있을까 싶은 느낌이 들어요.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