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2007년 4월 6일 금요일 밤 11 : 15
극본 김 효 은
연출 박 효 규
출연 남편 (유석) : 이 석 우 , 아내 (선미) : 최 정 원 , 태준: 양 동 재
지난 서울여성영화제 기간이었다. 지렁이에서 같이 활동하던(했던?) 한 활동가가 이 프로그램을 얘기했다. 한 번 보라고. 봐야지, 하면서도 벌써 몇 주일을 미루고 있다가 며칠 전에야 봤다. 뭔가 일이 밀려 있으니, 이런 식으로 도망간다고 할까. (프로그램 제목에 링크했음. 로그인만 하면 무료로 볼 수 있음.)
미리 말하면, 이 프로그램을 읽는 내내 괴로웠다. 자꾸만 창을 닫고 싶다는 충동. 한 장면 한 장면이 불안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따지고 보면 뻔한 구성임인데도 아슬아슬하고 들키는 그 과정을 참기 어려웠다. 등장의 누군가와 이입하다가 밀려나기를 반복했다.
내용 소개를 그대로 퍼 와서 내용설명을 생략하려니, 별 도움이 안 될 법해서, 간단하게 요약하면, 주말부부 유석과 선미는 서로 다른 지역에서 살지만, 사이가 무난한 편. 근데 대전지역에서 일하는 남편이 서울로 다시 발령을 내려도 거절하고 계속 대전에서 지내길 원해서, 아내가 뒷조사를 하니, 남편은 호르몬 투여 등의 성전환을 바라는 트랜스여성이라는 설정. 그리고 뻔한데, 아내는 이혼을 거부하고 남편은 정말 미안하지만, 더 이상 이렇게는 못 살겠다고 자신의 몸이 끔찍하다고 죽을 것 같다고 말하고. 루인은 남편과 아내 모두에게 수시로 이입과 밀려남을 반복했다.
내용을 설명하며 “뻔한데”라는 말을 사용했는데, 이런 상황이 상당히 많다는 의미에서기도 하고, 트랜스젠더를 묘사하는데 있어 언론에서 요구하는 방식(소위 “이야기가 된다”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며칠 전에 전해들은 한 얘기에서, 누군가는 트랜스젠더를 그런 식으로 얘기했다고 한다: “죽을 만큼 싫은데, 너무도 끔찍해서 절단하고 싶다는데 어쩌겠느냐”고. 한국에서 트랜스젠더를 소비하는 몇 가지 방식 중의 하나인 이런 언설들. 수술을 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다고 말하고, 몸의 일부를 도려내고 싶다고 말하고, 그리하여 이런 식으로 말해야만 “진성 트랜스젠더”임을 “승인”하는 구조. 그리고 이런 말들을 소비하는 과정에서, 죽을 만큼 싫다는 이들은 이해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은 굳이 수술해야 하느냐고 말하는 구조들.
이 프로그램의 구조 역시 여기서 벗어나지 않는데, 남편은 아내에게, 거울을 통해 자신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괴롭고, 수술을 하지 않으면 죽을 것만 같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이 말에야 비로소 아내는 어느 정도 체념하는 반응을 보인다. 이런 식으로 “진성 트랜스젠더임”을 증명해야 만 비로소 수술에 대한 욕망을 이해하는 구조. 어떤 사람은 이 프로그램 속의 남편처럼 수술이 아니면 죽을 것 같고 자신의 몸을 볼 때마다 괴롭다고 얘기하고 다른 사람은 사람들이 “남성”과 “여성”이란 식으로만 나누지 않으면 별 상관이 없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고통을 전시하고, 고통을 통해 호소해야만 비로소 “진성”으로 받아들이는 그 맥락을, 이 프로그램은 얘기 하지 않고 있다.
또한 이 프로그램은 단 한 번 얘기하지 않지만(아주 안 하는 건 아니지만 다른 맥락으로 사용함), 너무도 분명하게 드러나는 구조는, 동성애금기다. 동성혼 자체를 얘기하지 않음으로서 동성혼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으로 만드는 그 구조가 너무 분명해서, “동성혼은 절대로 안 되니까, 그런 말은 꺼내지도 마!”란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건가, 하고 중얼거렸다. 며칠 전 커밍아웃과 관련한 글을 적으며 모든 트랜스젠더를 “이성애자”로 간주하는 사회에서 트랜스젠더로 커밍아웃하는 것의 의미를 살짝 언급하며 지나갔다. 어떤 자리에서 루인이 트랜스라고 커밍아웃을 하면 사람들은 루인을 당연히 mtf/트랜스여성이라고 간주하며(왜 사람들은 루인이 ftm/트랜스남성일 가능성은 생각하지 않은 걸까? 물론 이 이유를 짐작 못 하는 건 아니지만…) 그때부터 사용하는 수사는 “예쁘다”거나 “남자친구 있느냐”이다. 꾸엑!!! 이럴 때 루인의 커밍아웃은 무엇을 커밍아웃한 걸까? 이런 수사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모습에 존재하는 “이성애자 트랜스젠더”임을 커밍아웃한 걸까? 이런 이유로 루인에게 커밍아웃은 지금까지의 관계 방식을 지속하면서도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소통하고 얘기하자는 의미일 수밖에 없다. 모든 트랜스젠더가 “이성애자”는 아니고, “이성애”의 의미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음을 계속 얘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 얘기가 옆으로 세어 나갔는데, 어쨌거나 이 프로그램은 “동성애는 절대 안 돼!!”라는 부르짖음 같았다. 아직은 수술을 할 의향이 없는 레즈비언 트랜스여성과 “이성애”여성의 결혼이 불가능한 건 아닌데. 수술을 할 의향은 있지만, 여전히 아내를 혹은 남편을 사랑할 수도 있고, 아버지가 반드시 “남성”이어야 하고 어머니가 반드시 “여성”이어야 하는 건 아닌데. 공중파 방송에서 할 수 있는 어떤 방식에 따라 구성한 내용이겠거니 하면서도, 아쉬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앗 전 사실 루인님 ftm으로 생각했었어요. 그러다 어떤 포스팅을 보고(1년 쯤 전인듯?) 아 혹시 반대인가 하고 급혼란에;;; 글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너무 여성스러우셔서 여자분일 거라고만 생각했던 거죠. 그런데 사실 정말 ‘여자’이시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졌던 건데.. 완전 상식적으로 생각한 거죠. (저의 무지함이 드러나는.. -.-;)
흐흐흐흐흐흐흐 벨로님의 해석도 참 재밌는 것 같아요. 🙂
아, 그리고 루인은 가끔 ftm인 척, 하기도 해요. 흐흐흐. 어떤 특정 상황에서 농담으로 말하는 것이긴 하지만요. 헤헤
“남자친구 있느냐”…최고^^;
그쵸? 흐흐흐
문제는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 중 한 명은, 아주 집요하게 여러 번 묻고 있다는 거죠. -_-;;; “루인이 이성애자일 근거가 무엇이냐”고 말을 해도, 계속 이렇게 묻는데, 정작 자신은 이와 관련한 감수성이 있다고 믿고 있다는, 사소한 문제가 -_-;; 흐흐
굉장히 사 소 한 문제;;; ㅋㅋㅋㅋ
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
(띄어쓰기가 의미를 정말 멋지게 포착하고 있어서, 새삼 감동했어요. 헤헤)
뜬금없는 리플이긴 한데 얼마전 학교에서 쥬디스 버틀러에 대한 발표가 있었거든요^^ 임옥희 선생님이;; 방청객 중에 어떤 분이 게이라고 커밍아웃하고 코멘트를 했는데 글쎄 인류학과 강사중에 어떤 분이 그 분에게 “남성이세요 여성이세요”라고 물어봤지 뭐예요;;;;;;;;
슬쩍 자랑하면, 루인, 이번 학기에 선생님 수업 듣고 있어요!! 우헤헤. 선생님 수업 때 채식과 관련한 수업을 여러 주에 걸쳐 하기도 했고요. 흐흐흐
수업 준비 하다가 깜빡 잊고 선생님 강좌 못 갔는데, 같이 수업 듣는 분이 방청객의 반응이 재밌었다고 하더니, 그런 일이 있었네요;;; 그 강사는 도대체 무슨 맥락으로 그렇게 물었는지, 정말 묻고 싶어져요.. 힝.
예전에 정신과 진단을 할 때가 생각나요? 질문중 내용이 남자를 좋아한 적이 있느냐더군요. 반대의 질문은 없었어요.
이성애가 트랜스젠더임을 증명하는 증거일 수 없는데도, 자꾸만 이성애자이길 강요하는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은 동성애자라고 했더니, 정신과 의사가 진단을 거절했다고 하더라고요.
부부클리닉 사랑과전쟁중에서 가장 충격적인 이야기였죠! 바로 남편이 트랜스젠더 아니 크로스드레서였다는것이 더욱 충격이라는거! 그보다 더 충격적인건 남편이 오래전부터 알고지내오던 비디오가게 사장하고는 연인사이라는게 더더욱 충격적이지 아니할수밖에 없거든요? 그때문에 남편쪽에서는 아들이 그런 이상한길에 빠지지못하게 일부러 맞선을 보게한뒤 2개월여만에 결혼해서 딸을 낳고 그렇게 살았다는거!
저 역시 여자로서 충격적이지 아니할수밖에요! 특히 여자보다 더 예쁘게생긴남자는 더더욱 조심해야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