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 멀리 떠나는 길

햇살이 많이 뜨겁다. 덥다. 가만 앉아만 있어도 땀이 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묻는 건 무의미하다. 그래도 묻고 싶다. 지금 이 시기, 비가 그치고 태양이 뜨거운 여름날, 먼 길은 가는 건 그나마 다행인걸까. 비 그친 길을 가는 거니, 그나마 다행인걸까.

… 하긴. 이런 질문은 얼마나 부질없나. 그래서 묻고 싶다. 억지로 매달리는 심정으로 묻고 싶은 거다.

조금 슬프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
사나흘 정도 비웁니다.

주절주절주저리

사실 하고 싶은 말이 없는 건 아니다. 잠들기 전엔 항상, 내일 아침엔 이런 글을 써야지 하고 글의 초안을 상상하다가 잠든다. 근데 아침에 일어나면, ‘그런 글은 써서 뭐하나’ 싶어 관둔다. 밤에 쓰는 글은, 밤에 구상하는 글은 역시 너무 감상적인 걸까? 그래서 공개하면 안 되는 걸까? 누군가는 그랬다, 밤에 쓰는 연애편지는 보내지 않는 거라고. 하긴. 밤에 쓴 글은 밤에 쓴 티가, 낮에 쓴 글은 낮에 쓴 티가 난다. 소설 중에도 밤에 쓴 것 같은 소설과 낮에 쓴 것 같은 소설은 확연히 다르다. 쓰는 시간은 문장에도 영향을 끼치는 걸까. 그리고 난, 밤엔 가급적 글을 쓰지 않으려 한다. 어디까지나 가급적일 뿐이지만.

사실, 원고 청탁을 받고 며칠 전부터 써야지, 써야지 하면서도 징징거리면서 미루고 있다. 다른 일을 하면서 회피하고 있다. 그래서 별의 별 글을 구상하고 있다. -_-;; 심지어 예전엔 “달팽이관을 관통”하지 않는 음악들도 달팽이관을 자극하는 중이다. ;; 흐.

일단 두 편의 글을 얼른 마무리해야 하는데. 발 동동. 괜히 징징.

아, 그러고 보니 계정을 연장해야 하는데, 귀찮다. 흐흐. -_-;;

신내림

사는 곳 근처에 만화책과 비디오/DVD를 싸게 처분하는 가게가 생겼다. 이른바 폐업정리. 하지만 그곳은 처음부터 만화와 비디오 대여를 하던 곳이 아니다. 몇 달을 못 가고 재고정리, 폐업처분이란 이름으로 종류를 바꿔가며 장사를 하는 곳이다. 그리고 이번엔 만화책과 비디오/DVD를 팔았다.

가끔 그곳에 들러 만화책을 산다. 잠 들기 전에 만화책을 읽는다. 낮에 읽기엔 시간이 빠듯하니, 잠들기 전에 읽는다. 이렇게 하루의 긴장을 풀고 있다.

최근에 읽은 만화는 귀신과 관련있는, 신내림이 소재인 만화였다. 어릴 때부터 신기가 있었던 건 아닌 듯 한데, 우연히 신이 내렸다. 그리고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만화다. 이런 만화를 읽으면 어김없이 만화 소재와 비슷한 상상을 한다. 아니, 재밌는 소설이나 만화를 읽으면, 소재를 내 멋대로 바꿔가며 신나는 상상의 세계로 도망친다.

그렇다고 내게 신이 내리는 상상을 한 건 아니다. 물론 내게도 신이 내리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다. 만화와 같다면 뭔가 재밌을 거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사는 삶은 만화와 같지 않다. 그리고 이미 내게 신이 내렸는데 내가 자각을 못 하는 건지, 언젠간 신이 내릴 건데 아직은 시기가 아닌지, 신이 내릴 가능성 자체가 없는지는 알 수 없다. 그래도 신이 내린다면, 나는 어떤 삶을 살까?

하지만 이번에 한 상상은 내게 신이 내리는 상황이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귀신이 되었을 때 나는 어디로 갈까, 하는 상상을 했다. 내가 만약 상대방을 선택할 수 있다면 나는 어디로 갈까.

아마도 서울에 머물지는 않으리라는 걸 깨달았다. 아니, 깨달을 필요도 없었다. 내가 귀신으로 살아간다면, 그곳에 가고 싶은 건 자명한 일이다. 그곳에서 살아가리라.

아직도 이런 바람에 머물러 있는 자신을 깨달으며, 조금 슬펐다. 그리고 조금 기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