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어느 식당에서 여러 메뉴를 먹을 일이 있었다. 모든 음식이 놀라웠고 충격적으로 맛있었다. 맛나다는 말은 충분하지 않고, 그 모든 음식을 먹는 과정에서 깨달은 바, 소금은 짠맛을 위한 혹은 간을 내기 위한 조미료이기도 하겠지만 풍미를 내는 향신료이기도 하다는 점이었다. 조금은 음식에 풍미를 더했고 그리하여 소금의 종류에 따라 짠맛이 생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의 풍미를 돋우는 역할을 했다.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다.
며칠 전 어느 식당에서 여러 메뉴를 먹을 일이 있었다. 모든 음식이 놀라웠고 충격적으로 맛있었다. 맛나다는 말은 충분하지 않고, 그 모든 음식을 먹는 과정에서 깨달은 바, 소금은 짠맛을 위한 혹은 간을 내기 위한 조미료이기도 하겠지만 풍미를 내는 향신료이기도 하다는 점이었다. 조금은 음식에 풍미를 더했고 그리하여 소금의 종류에 따라 짠맛이 생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의 풍미를 돋우는 역할을 했다.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다.
오늘 나와 H가 비슷한 수준으로 경악한 사건.
퀴노아가 토했다. 그런데 몸이 안 좋아서 토한 게 아니라 헤어볼을 토했다. 로켓을 타고 가며 봐도 헤어볼이었다. 그리고 나와 H는 경악했다. 니가????? 니가 왜??????
그러니까 퀴노아는 그루밍을 하지 않는 고양이다. 털에 뭐가 묻어도 냅뒀고 목욕을 시켰을 때도 대충 그루밍 흉내 몇 번 내다가 그냥 돌아다녔다. 그래서 퀴노아는 살며 헤어볼을 토할 일이 없었고 퀴노아의 털은 주로 귀리의 헤어볼에서 발견되었고(귀리는 꿀묘라 구분이 된다) 퀴노아의 그루밍은 보리와 귀리가 해줬다. 물론 그루밍을 해줘봐야 욕만 먹었지만.
그럼 빗질을 해주면 되지 않느냐 하는데 이런 고양이가 그렇듯(이라고 쓰고 전에 읽은 고양이 만화에 나온 다른 고양이의 경우 밖에 모른다) 빗질도 싫어한다. 보리는 빗질을 해주면 500미터 밖에서도 고릉거리며 달려온다. 귀리는 빗질을 해주면 화를 내면서 떠나지는 않는데, 일단 귀리는 다른 냥이들보다 털 생산량이 3배라 어지간하면 붙잡고 빗질을 한다. 퀴노아는… 화낸다. 음… 화낸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고 쌩 난리를 친다. 정말 누가 고양이를 학대하거나 납치하려는 걸까 싶을 정도로 난리를 치며 하악거려 빗질 한 번이 어렵다. 그리하여… 보리와 귀리가 그루밍을 해주거나 어쩌다 빗질 두 번이 귀리에게 허용된 최대치다.
그래서 살면서 퀴노아의 헤어볼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그런데… 너도 이제 그루밍 정도는 하는 고양이가 되었구나 ㅠㅠㅜ
나는 알러지가 심해서 예전에는 몇 번 응급실에도 다녀온 이력이 있고, 몇 년 전에는 알러지 검사를 했을 때 10개가 넘는 알러지 유발 항목이 나왔다며 이런 경우는 드물다는 결과를 받기도 했다. 물론 내 주변에는 언제나 그렇듯 나보다 더 심각한 사람이 있기도 하고, 워낙 오래 알러지와 살아서 심각하지는 않는데… 알러지 자체는 대단히 위험한 병인데, 오래 함께 살다보니 초기 대응이 가능한 단계랄까…
이 알러지라는 것이 반드시 발생하는 경우도 있지만(날리는 먼지, 음식 조리 중 발생하는 연기 등) 랜덤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오랫 동안 복숭아를 잘 먹었는데 복숭아 알러지가 터진다거나, 키위 귀신이었는데 알러지가 터져서 퇴마되었다거나….. 내게는 고양이털 알러지가 가장 심해서, 사무실 동료가 깔끔하게 ‘털 알러지’가 있다고 정리해주기도 했다. ㅋㅋㅋ
그나마 털 없는 천도복숭아는 괜찮아서 한 번씩 먹었는데 얼마 전에는 천도복숭아를 먹고 알러지가 심하게 터져서 며칠 고생을 했다. 기본적으로 항히스타민 제제를 서너 종은 상비하고 있고 그 중에는 처방약도 있는데, 도합 다섯 종의 다른 항히스타민제를 먹었음에도 쉽게 낫지 않았다. 사실 이정도면 병원 가야 하는데 귀찮… 초기 진화를 해서 불편하지 심한 상태는 아니기도 했고. (물론 초기 진화를 함부로 했다가 더 위험할 수도 있는데, 30년 가까이 알러지와 살다보니 내게 잘 받는 종류를 알아서… 처방약도 있었고.)
또 며칠 전에는 병원에 갔다가 근처 식당엘 갔는데 무화과 샐러드가 나왔다. 무화과! 남부지역 시골에서 살았던 이들 중에는 비슷한 경험이 있을텐데 내게 무화과는 시골 뒷마당에 있는 무화과나무나, 동네 어딘가에서 자라고 있는 무화과나무에서 따서 먹는 과일이었다. 그래서 마트에서 무화과를 봤을 때의 충격이란… 그래도 좋아서 무화과를 사먹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알러지가 터졌다. ㅋㅋㅋㅋㅋ 무화과 껍질도 먹는 거라고해서 먹었다가 무화과 껍질에도 털이 있어서….. 하지만 식당에서 내놓은 무화과는 깨끗하게 세척한 뒤 잘라둔 무화과였고 속만 먹으면 괜찮겠거니 했는데, 속에 젓가락 대었다가 맛을 봤는데 전신이 찌릿! 알러지 경험이 오래된 이들은 알겠지만 알러지가 터질 거 같은 음식을 먹었을 때의 어떤 느낌이 있다. 알러지가 터지기 직전이나 터지기 시작한 순간의 느낌도 있고. 그런데 젓가락 끝으로 맛을 봤을 뿐인데 느껴지는 위험 신호.
그리하여 세상 좋은 과일은 바나나와 방울토마토와 사과 정도가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