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들이 없어지다

하고 싶은 말이 반드시 있었던 건 아니다. 그럼에도 언제나 “새글쓰기”를 누르면, 할 말이 줄줄줄 생기곤 했다. 그런데, 이상도하지, 요즘은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막상 컴퓨터 앞에 앉아 [Run To 루인]에 접속만 하면, 언제 그랬냐는듯 할 말이 하나도 없는 백지 상태가 된다.

백지상태. 일전엔 글을 써야 할 상황이라 책상에 이면지를 펼쳐뒀는데, 그 이면지가 문득 망망대해로 보였다. 이걸 언제 다 채워, 하는 몸. 그럼에도 이면지를 다 채웠다. 그런데 [Run To 루인]에만 접속하면 할 말이 사라진다. 내 언어들은 어디에 간 걸까?

방금 전엔, 뭔가를 좀 길게 쓰다가 지웠다. 글을 쓰는데 흥이 안 난다. 흥. 맞다. 흥이 나지 않는 글은 재미가 없다. 지금은 그냥, 요즘 다른 글을 쓰고 있어서 [Run To 루인]엔 글을 별로 안 쓰는 거라고 말하고 싶다.

뜬금없는 책 분양

그간 아주 적은 책들이 중복으로 쌓였어요, 라고 말하면 거짓말이고, 사실은 이렇게 책 분양 하는 재미를 누리고 싶어서, 이미 있는 책도 헌책방에서 일부러 사곤 하죠. 그러니 지금 이 책들도 모두(한 권 제외) 헌책방에서 산 책들이랍니다. 물론 받아 보신다면 거의 새 책이나 마찬가지지만요. 🙂

거의 일 년 만인가요? 아무튼 6권을 분양합니다. 우선 원하시는 책을 답글로 달아 주시고, 먼저 찜하면 임자이니, 그 후에 비밀댓글로 주소(집, 학교, 회사 어디든 받으실 수 있는 곳)를 남겨 주시면 우편으로 보내드릴게요.
#댓글이 힘들면 메일(runtoruin@gmail.com)로 보내도 좋아요. 🙂

다르게 사는 사람들(내용소개보기)
-순간적으로 안 읽은 책인 줄 알았습니다-_-;; 흐흐. 목차는 위에 링크한 교보문고 페이지에 잘 나와 있어요.

우리 시대 소수자 운동(내용소개보기)
(정희진쌤의 서평)
-정희진쌤의 서평으로도 충분하지 않나요? 흐흐.

기쁨의 탄생(내용소개보기)
(정희진쌤의 서평)
-길리건은 가장 논쟁적인 작가 중 한 명이라, 경우에 따라선 전혀 다른 평가를 내리기도 해요. 하지만 책 자체는 재밌어요.

고스트 월드(내용소개보기)
-영화 [판타스틱 소녀백서](이 제목은 참…)의 원작 만화죠. 근데, 만화와 영화의 내용이 좀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좀 당황했지만… 뭐.

한 장의 잎사귀 처럼(내용소개보기)
-귀찮으니 예전에 쓴 이 글로 대체. 흐흐.

밤의 피크닉(내용소개보기)
-이 책은 헌 책은 아니고, 온다 리쿠의 다른 책을 샀더니 끼워준 판본이에요. 온다 리쿠에 대한 호불호도 심하지만 이 책에 대한 호불호도 심하더라고요. 그냥 궁금하시면 이 기회를 노려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흐흐.

+
사실은, 이 모든 책은 우편이 아니라 지렁이 행사(11월 3일) (←이 부분만 다른 색깔로 보인다면, 당신은 지렁이 행사에 오고 싶은 바람이 가득하단 의미입니다. 낄낄. -_-;;;;)때 드린다고 할까 했지요. 흐흐흐.

Nina Nastasia [You Follow Me]

좋아하는 가수의 새 앨범을 듣는다는 건 정말 기대와 흥분으로 두근거려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일이고, 그래서 신보소식을 들으면 발매되는 날까지, 그리고 앨범을 사서 듣는 그 순간까지 신보를 떠올릴 때마다 괜히 웃는 상황을 연출하곤 한다. 니나의 이번 앨범도 그러한데, 신보를 발매한다는 소식을 듣고 앨범을 구매해서 들을 수 있기까지 얼추 6개월 정도의 시간이 흘렀고, 그 시간 동안 마이스페이스에서 들려준 곡과 레이블 공식 홈페이지에서 들려준 곡을 녹음해서 듣는 걸로 신보를 기다리는 설렘과 기대를 달래곤 했다. 그리고 정작 신보를 샀는데.

다들 알다시피 이렇게 기대해서 듣는 앨범은 종종 미묘한 상황일 때가 있다. 예전에 나온 앨범을 다시 꺼내 들으며 눈물을 흘리는 경우도 있고, 좋긴 한데 뭔가 미묘하게 아닐 경우도 있고. 기대가 커서 발생한 문제일 수도 있고, 예전 앨범에 너무 익숙해서 생기는 현상일 수도 있다. 특히나 새 앨범에서 색깔의 변화를 시도한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첫 앨범부터 좋아하는 팬들에게 색깔의 변화를 시도하는 건 정말 모험일 수 있는데, 오랜 팬들과 새로운 팬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니나의 이번 신보는, 이전의 앨범들이 그렇듯, 직전의 앨범에서 들려준 음악 그 이상을 들려주는 동시에, 그 자체로도 멋진 앨범이다. 후후후. 아마 니나가 무슨 음악을 해도 좋다고 열광할 듯-_-;; 흐흐

니나의 앨범을 듣다보면 뭔가 새로운 발견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일테면 “That’s All There Is”는(들으러 가기) 그전까지 그저 앨범을 마무리 하는 곡 정도로 여겼던 다른 앨범들의 마지막 곡까지 다시 듣게 했고, 작년에 나온 앨범, [On Leaving]은 이전 앨범들에서 피아노를 비롯한 악기 편곡을 어떻게 했는지를 다시 듣게 했다. 그리고 이번 앨범의 첫 곡, “I’ve Been out Walking”(들으러 가기)은 이전 앨범들의 첫 곡을 다시 듣게 하고 있다.

사실 이전 앨범까지, 니나의 앨범에서 첫 곡을 들을 때면, 앨범을 여는 인트로 정도의 성격으로만 들은 경향이 없지 않다. 물론 두 번째 앨범의 “Run, All You”(이 곡 제목을 읽으며 뭔가가 떠오르는 분들도 있을 듯, 흐흐)는 무척이나 근사하고 잘 만든 곡이라 니나의 곡 중에서 상당히 좋아하는 곡이고, 세 번째 앨범의 “We Never Talked”(들으러 가기)는 그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이긴 하다. (근데, 사실 하나마나한 소리긴 하지만, 니나의 곡 중에서 싫어하거나 아끼지 않는 곡이 없다;;; 흐흐) 그럼에도 니나의 앨범에서 첫 곡은, 앨범의 전체적인 색깔을 잘 담은 인트로, 혹은 소품이란 느낌이 강했다.

근데 이번 앨범의 시작하는 곡은 완전히 다르다! “I’ve Been out Walking”은 이 앨범 기획 자체가 그러하듯, 기타와 드럼만으로 연주하는데, 단 두 개의 악기로 긴장감을 증폭시키며 별도의 곡으로도 멋진 동시에 이 앨범이 어떤 성격인지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진짜, 음악은 듣지 않으면 알 수 없다는 건, 이럴 때 절감한달까. 흐흐.) 이 앨범을 들으며 너무 좋아서 이제까지의 앨범에서 첫 곡들은 어떤 성격이었는지 요즘 새로 듣고 있고(시작하는 곡들 한 번에 들으러 가기), 그러면서 마치 처음 듣는 음악처럼 좋아하고 감탄하고 있다. 흐흐. 어느 정도냐면 요즘 들어 이번 앨범을 하루에 두 번 정도는 기본으로 듣고 있는데, 첫 번째 곡이 너무 좋아서 앨범 전체를 몇 번 더 들을 정도랄까.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