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보리

바람과 보리는 언제나 예쁘지! 후후후

어느 날 아침 바람이 내 곁에서 이런 애교를 보여줬다. 출근하지 말아야 할까? 흐흐흐

보리에게 장난감을 흔들면 엄청 흥분하면서 좋아하는데 그때 얼굴이 정말 예쁘다. 동공이 커지고 입이 더 크게 부풀고 코는 벌름벌름. 그 장면을 잘 포착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무척 아쉽지만 어차피 나만 봐도 충분하지. 🙂

나는 음치

조용필 콘서트를 앞두고 전곡을 처음부터 듣고 있다. 그러며 내가 길에서, 집 아닌 곳에서 조용필 음악을 들을 수 없는 이유를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조용필 전곡을 다 따라 부를 수 있음 자체는 특별할 것 없다. 특별히 더 좋아하는 곡을 나도 모르게 따라 부르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게 소리를 내며.
지난 추석 때 어머니께서 말씀하시길, 어째 언니와 나 둘 다 아버지를 닮지 않았냐고 했다. 노래와 관련한 부분이다. 언니와 나는 둘 다 음치에 박치인데 아버지는 그렇지 않고 어머니가 그렇다고 한다. 이런 것도 유전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려나 나는 지독한 음치에 박치다. 아마도 내가 음치와 박치가 아니었다면 음악하겠다고 설쳤을지도 모를 정도로 노래하는 걸 좋아했지만 음치에 박치임을 깨닫고 모든 걸 포기했다. 무엇이 잘 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무려나 이런 지독한 음치가 길에서 노래를 흥얼거린다면 이건 민폐지. ;ㅅ;
이번에 음악을 들으며 새삼 가슴을 친 가사는 “무정유정”의 한 구절
“천 조각난 달빛은 자꾸만 모이는데  두 조각난 내 사랑 그 정은 모을 길이 없어요”
아, 정말 죽이는고만.

가습기가 떠올린 리카

환절기라 집이 너무 건조하다. 어느 정도냐면 자다가 새벽에 비염으로 깨어나선 한두 시간 잠을 제대로 못 자는 수준이다. 코를 풀면 피가 나온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가습을 더 잘 할것인가가 고민이다. 추우면 비염이 덜 터지지만 건조하면 비염이 도지기 때문이다.
결국 사지 않고 버티던 가습기를 샀다. 가습기 관리가 귀찮아서(!!!) 안 사고 버텼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가습기를 개시했다.
책상 위에 가습기를 켜두고 작업을 하는데 바람이 책상 위로 올라왔다.
“바람, 기억나? 어릴 때 이거 사용했잖아.”
이태원에 살 때 가습기를 잠시 사용했다. 그러니까 리카가 있을 때고 바람이 무척 어릴 때였다. 집 한 곳에서 가습기를 켜두고 지냈다.
‘바람, 기억나? 리카랑 살 때를 아직 기억해?’
예기치 않은 순간에 리카가 떠올랐다. 잊은 적 없지만 애써 분명하게 기억하려 애쓰지도 않는다. 그냥 바람과의 옛기억을 공유하려다가 리카가 떠올랐다. 너는 기억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