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문답

이 시기 즈음이면 등장을 예상할 수 있는, 그래서 등장하지 않으면 섭할 법한 문답이에요. 오리님 블로그의 이 글에서 트랙백했어요. 🙂

1_ 2006년 초의 당신의 ‘결심’은 무엇이었나? 기억나는대로 적으시오.
무계획이 상팔자라고 아무 계획을 안 세웠지요. 하지만 아마도 대학원 입학을 앞두고 얼른 적응하자고, 열심히 하자고 다짐 정도는 했을 것도 같아요. 딱히 뭔가 계획을 세우는 스타일도 아니고요. 🙂

2_ 2006년은 당신에게 어떠한 해였나? 한 단어로 답하시오. 부연 설명은 세 줄까지 가능.
꼬였어!
6월 3일 있었던 TG수다회를 기점으로 인생이 꼬였어요. 평생 운동단체에서 활동이라곤 안 할 것만 같던 루인이 성전환자인권연대 지렁이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관련 기획단에서 활동하고 있고 세미나팀에서 활동하고 있으니까요. 대학원 졸업할 때까지는 학교만 다니겠거니 했던 인생, 어쩌다보니 그 구분이 가장 모호한 지점에서 살고 있는 루인을 발견했더래요. 후후. 그래서 좋아요.

3_ 2006년, 이것은 성공했다 5가지.
1. 예상보다 빠른 논문 진행. 다행히 지도교수를 잘 만나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어요. 그래서 6학기에 걸쳐 쓰려고 했던 논문을 4학기에 끝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었지만요 -_-;;
2.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현재의 상황에서 열심히 한, 트랜스관련 공부들. 만족이란 것이 가능이나 하겠어요? 다만 꾸준히 했고 그래서 인쇄매체에도 몇 편의 글을 실었다는 것으로, 미약하나마 하나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어요.
3. 사주팔자의 예상을 피했어요. 후후후. 관재수가 있다고 했거든요. ㅡ_ㅡ;
4. 길에서 쓰러질 뻔 했지만 어쨌든 아직은 튼튼하고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는 것. 일 년 만 더 버티자!
5. 좋은 동기들을 많이 만났다는 것. 비록 학교는 다르지만 같이 수업들으며 친해졌고 그래서 언제나 고마워요 🙂

4_ 2006년, 이것은 실패했다 5가지.
1. 나름대로 하고 있지만 욕심을 채우지 못한 공부. 이건 언제나 불만족이죠.
2. 사주팔자의 예상을 피했어요! 시험운이 있다고 했는데 완벽하게 피해버렸죠. ㅠ_ㅠ
3. 끝없는 우울증의 바다에서 허우적 거리다. 조만간 수영이라도 배워야겠어요. 흐흐흐.
※더 쓰려고 하면 더 쓸 수도 있겠지만, 그저 무난하게 지나갔으니 이 정도에서 마무리!

5_ 2006년 1월 1일의 자신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
노는 게 남는 거야! 후후후.

6_ 2006년이 가기 전에 남기고 싶은 말!
그 동안 어둠의 경로로 받은 일본 TV판 애니메이션 보고 싶어~~!!!!!! 그러니 논문 빨리 쓸 수록 애니메이션도 빨리 볼 수 있다! 푸훗. (이봐, 이봐!)

7_ 이 문답을 받아주었으면 하는 사람!
과감하게 즐겨찾기에 링크한 분들을 적고 싶었으나, 소심함이 갑작스레 돌아와서, 꼬리를 내려요. 흐흐. 하지만 해주시면 고마워요^^

추운 사무실: “방학” 계획

중앙난방식의 장점은 한 번 틀 때 확실하게 틀어준다는 것. 그래서 때론 너무 더울 정도다. 중앙난방식의 단점은 종종 너무 더울 때까지 튼다는 것(어떤 날은 사무실 온도가 29도를 넘어선다), 일괄적으로 관리 통제한다는 것, 그리고 주말엔 틀지 않는다는 것. 맞다. 지금 연구실은 냉기로 썰렁하다. 춥다. 전열기가 있지만 건조해서 그다지 좋아하는 건 아니다. 그래도 틀어두면 따뜻해서 좋다.

대학원생은 학생 혹은 공부가 직업인 사람이기 때문에 하루에 8시간 이상 공부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동시에 월화수목금금금도 당연할 수 있다고 느낀다. 방학과 학기 중의 차이는 수업을 들으러 가느냐 아니냐 정도이다. 지식노동자라면, 지금까지 너무도 태만하게 살아왔기에 그에 대해 충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느낀다. 그래서 언제나 자학한다, 넌 너무 게을러.

이번 방학 계획도 지난번과 비슷하거나 더 단순하게 짤 것 같다. 우선 27일에 있을 개인연구발제를 준비해야 하고, 내년 1월 15일까지 있을 기말논문을 마감해야 한다. 정말 2월 말에 나올 수 있을지 걱정이긴 하지만 두 권의 책 발간을 위한 작업을 해야 하고(한 권은 공동책임편집이고 다른 한 권엔 두 편의 글이 들어갈 듯) 방학 동안의 재충전-여이연 강좌도 들을 예정. 여기에 [트랜스젠더 스터디 독본The Transgender Studies Reader]에 실린 50편의 논문도 다 읽어야 한다. 시간이 남으면(혹은 어떻게든 만들어서) 영문도서 4권 정도를 읽어야 하고(읽으면 좋겠다가 아니라 “읽어야 한다”이다-_-;;) 방학 동안 지도교수와 별도의 수업을 하기로 했으니 그것 준비도 해야 한다. 운이 좋으면 설날 부산에 가지 않을 수도 있고 호르몬을 시작할 수도 있다.

이러다보면 어느새 새 학기가 되겠지?

이렇게 일정을 적고서야 루인이 왜 저금을 못 하는지 새삼 깨닫는다. 사무실에만 살면서 무슨 돈 쓸 일이 있겠느냐만, 이 모든 일정이 다 지출이다.ㅠ_ㅠ 아, 중복게재가 될 수 있어서 포기했던 원고투고를 새삼 아쉬워하고 있다. 원고료가 꽤나 괜찮았는데. 흑흑. 메피스토펠레스가 공부시켜 줄 테니 영혼을 팔라고 하시면…, 예의상 3초 고민 한 다음 팔지도 모르겠다. 흐흐흐.

종강파티 뒷풀이

이번 학기에 들은 수업의 한 과목 기말논문이 끝나고 종강파티? 뒷풀이?가 있었다. 어제 저녁 혹은 밤. 1차로 고깃집에서 3시간가량 있었는데 온 몸에, 옷에 고기 냄새가 배여서.. 으으윽..ㅠ_ㅠ

2차로 술집에 갔는데 담배 냄새가 몸과 옷에 배여… 으으윽..T_T 그래서 머리가 아팠음.

하지만 대화는 즐거웠다. 끝.

이상 초등학생버전으로 쓴 일기였습니다. …사실은 아직도 머리가 아파서 제정신이 아닙니다. 玄牝엔 새벽 2시 경에야 도착했고 아침은 여전히 6시…는 아니고 살짝 늦잠자서 7시에 일어났더래요. 후후. 아침에 옷에 배어 있는 냄새에, 비명을 지를 뻔 했다는 후문이 있고요. 큭큭. 아무튼 어제 참 재미있는 얘기를 많이 나눴는데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