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캣 다이어리에서..

생일도 안 챙기고 지나가는 인간이면서 항상 루인의 생일이 있는 달의 그림은 어떤 건지 가장 먼저 챙겨보곤 한다. 스노우캣 다이어리도 그런 연유로 루인의 생일이 있는 달을 펼쳤다.

한 면에 그림이 하나 씩 들어가 있는데, 오홋, 루인의 생일에 그림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꺅꺅. 너무 좋아했지만 그림과 함께 적힌 글씨를 보고 좌절했다.

(무인도 그림과 함께) “여긴 음악이 없잖아.”

ㅠ_ㅠ
이럴 수가, 어떻게 하고 많은 날 중에 이렇게 우울한 내용이 하필 루인 생일에 들어가 있단 말이야. 엉엉엉. 무인도 그림까지는 너무 좋은데, 말풍선 속의 내용은, ㅠ_ㅠ

첫 모임과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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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모임에 갔다. 물론 루인에게만 첫 모임이지 이미 준비활동을 하셨던 분들이었다.

끝나고 소감을 말해달라기에, 다음부터 안 나올 거라고 말 하며 여러 이야기를 했는데, 바로 그런 이유로 계속 나갈지도 모른다.-_-; 잘 모르겠다. 페미니즘은 기본적인 바탕이라고 기대했는데, 가부장적인 모습과 젠더적인 모습이 겹쳐서 당황했고 아팠다.

어떻게 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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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하지만 이번엔 결심하고 한 달도 안 되서 교보에 갔다(왠지 뿌듯-_-;;). 몇 권의 책을 사고, 스노우캣 다이어리도 샀다.

작년과 올해엔 일다 다이어리를 사용했다. 예쁘고 멋지고 괜찮다. 그런데도 스노우캣 다이어리를 산 이유는, 일다 다이어리의 단점은 일기를 쓰는 부분이 너무 좁다는 것(일기 쓸 부분이 많이 필요한 루인이기에 단점이지 때론 장점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일기 쓰는 부분이 넓은 스노우캣으로 샀다. 하지만 일다 다이어리는 올해도 살 거다.

혹시 공구하실 분 있나요? 미리 보실 수 있는 곳은 여기고요, 공구를 한다는 건 배송료를 아끼겠다는 것이니 오프라인으로 알면서 이왕이면 자주 만나는 분으로 한정 하겠죠(왠지 이랑을 말하는 분위기;;;). 공구할 분이 없어도 사겠지만 혹시나 해서요. 크리스마스 때문에 담 주에 주문할 예정이니까, 이번 주 주말까지 기다릴게요^^

예감: 죽음에 얽힌 몸의 흔적들

망자의 소식을 전해 듣고 여러 가지 몸의 흔적들이 떠오른다. 일전에 쓴 꿈처럼. 망자에 관한 글에서도 적었지만, 죽음에 대한 예감이 있어서 가까운 사람의 경우, 죽기 전에 미리 알아차리곤 한다.

몇 해 전의 일이다. 친척집에 갔다가 돌아오는 늦은 아침, 지하철역을 나서는데 지하철역 내부를 응급실 혹은 긴박함이 도는 수술실로 느끼는 환각에 빠졌다. 뭔가, 죽어나가는 공간 혹은 죽음이 머물고 있는 공간이란 환각. 순간적인 경험이지만 꽤나 강한 느낌인지라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전날 친척집에 갔다가 일찍 돌아온 이유는 오후에, 당시 알던 사람들과 연극을 보기로 한 약속 때문이다. 꽤나 괜찮게 봤지만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다-_-;; 그 연극을 보기 직전 혈연가족에게서 연락이 왔다. 친척 한 분이 위태롭다는 내용. 그 말을 듣는 순간, 지하철에서의 느낌이 되살아났다. 그 친척 아저씨와는 안면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길에서 우연히 만난다면 모르는 사람 마냥 지나칠 정도랄까. 다만 사촌과는 적지 않은 인연이 있어서 그렇게 연결고리를 가졌다. 연극은 죽는 장면이 몇 나오는 내용이었다. 그 중 한 장면에서 순간적으로, 돌아가셨구나, 하는 예감이 몸에 흘렀다. 잠시 후 메세지가 왔다. 나중에 확인해본 내용은, “방금 전에 돌아가셨다”였다.

이렇게 알고 있는 누군가에 대한 이런 식의 예감을 자주 받는 편이다. 어떤 날은 너무 불안해서 안절부절 못하다 호흡 곤란을 겪기도 한다. 물론 이런 날 어떤 소식을 들은 적은 없다. 하지만 또 모르지. 다만 루인에게로 연락이 닿지 않았을 뿐, 루인이 아는 누군가가 죽었을 지도.

2003년 개학을 얼마 안 남기고 서울 가는 기차에서, 다시 부산에 가겠구나, 했다. 몰래 도장 파서 휴학했다가 설날이 지나 들켰고 부산으로 끌려갔었다ㅠ_ㅠ 그렇게 여러 날을 지내다 다시 학교를 다니기로 했고 서울 가는 길이었다. 학기 중에 한 번은 부산에 가겠구나, 하는 예감. 일 년에 두 번, 부산에 가기에 이런 느낌은 싫었지만 내려갈 수밖에 없음을 알았다. 두 달여 지난 4월 어느 날.

방 바깥은 너무도 환했다. 눈이 부신 환함은 아니었지만 하얗게 빛나는 빨래란 표현처럼 그렇게 하얗게 환했다. 텃밭엔 모계 큰숙모가 허리를 숙이고 뭔가를 하고 있었다. (텃밭에 채소를 심고 있었을까, 뽑고 있었을까, 그저 잡초를 뽑고 있었을까, 모르겠다.) 모계 할머니 집이었다. 루인은, 방 안에 있었다. 방은 너무도 어두웠다. 칠흑 같은 어둠. 방 바깥은 너무도 환한데 그 빛이 방 안으론 들어오지 않는지, 너무 어두웠다. 엎드려 있었다. 엎드려서 큰숙모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자고, 같이 자자는 목소리가 들렸다. 모계 할아버지의 목소리였다. 어디에 있었을까. 할아버지가 루인 주변에 있는 것 같지 않았지만 분명 주변에 있었고 자자고 했다. 루인은 계속 큰숙모를 바라보고 있었다. 밤인지 낮인지 구분은 안 되지만 자자는 말에 잠들 시간인가 했다. 그때 문자 도착을 알리는 소리로 꿈에서 깼다.

식은땀이 흘렀다. 그 날 하루 종일 불안에 시달렸고 으스스하게 몸이 떨렸다. 저녁 즈음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고 “별 일 없냐”고 묻고 싶었지만, 관뒀다. 다음 날, 늦은 밤, 모계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너무 담담하게 알고 있다고 대답해서 소식을 전해준 ps는 상당히 당황/황당해 했다.

다음 날 가기로 했지만, 불안했다. 기차를 타고 가는 길에 죽음을 맞거나 다시는 서울로 돌아오지 못할 것 같았다. 꿈이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루인에게 같이 자자고 했고 그 말은 같이 죽음의 공간으로 들어가자는 의미였다. 물론 루인은 잠들지 않았다. 그랬기에 한 편으론 안심이었지만 한 편으론 불안했다. 친구 둘을 제외한 다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부산엘 갔다.

평소 건강이 안 좋은 큰숙모는 영안실에서 몇 번 쓰러졌고 모두의 만류로 영락공원 화장장에 가지 못했다(꿈의 의미는 이것이었을까, 혹은 할아버지가 대신 죽는다는 의미일까). 루인은 화장가루를 본 몇 안 되는 사람이었다. 회색빛 뼛가루와 커다란 두개골. 그런 흔적만 남기고 할아버지는 떠났다. 아직도 왜 할아버지가 루인에게로 왔는지, 같이 가자고 했는지 모른다. 굳이 해석하려면 여러 가지가 있지만 어느 하나 몸에 드는 것이 없다.

이런 식으로 (죽음의) 예감은 자주 왔다. 비단 누군가가 죽는다는 소식만 오는 것이 아니라, 불길한 예감도 자주 온다. 어떤 사람은 루인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마”, 라고 할 정도로 루인이 “불길한데”라고 하면 어김없이 뭔가 문제가 생기곤 한다. 이런 예감들이 마냥 나쁘지는 않지만 때론 이런 예감으로 인해 생활이 엉키기도 했다. 하긴, 일전에 분신사바에 재미 들렸을 때, 루인에게 가르쳐 준 사람은 루인이 지나치게 빨리 귀신을 부른다고 했다. (관련해서 한 가지 더 있지만 차마 말 못하겠다;;)

…글이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려고 한다. 추운 날, 부음을 들으니 여러 흔적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