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숨책은 지하와 지상으로 이루어져 있다)에서 책을 고르고 있는데, 한 통의 문자가 왔다.
핸드폰에 저장한 번호 중엔 받지 않기 위해 저장한 번호가 하나 있다. 모르는 번호, 낯선 번호는 웬만하면 받지 않지만 간혹 그런 번호 중에도 받아야 하는 경우가 있다보니 받기 싫은 번호를 저장한 것이다. 숨책에서 책과 술래잡기를 하고 있는 중에 온 문자의 번호가 그 번호다. 내용은? 이번 주말에 결혼한다고 찾아오라는 내용.
그 번호의 사람을 알게 된 건, 어떤 일을 통해서이다. 하지만 그 일이 그다지 유쾌한 일이 아니기에 그 일과 관련해서 알게 된 사람과는 연락하지 않고 지낸다. 그간 번호가 한 번 바뀌었고 바뀐 번호를 알려주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사람은 어떻게든 번호를 알아냈고 친한 척하며 연락 해왔다. 그것이 불편해서 번호를 저장했고 받지 않고 있다.
벌써 결혼한다는 말에 깜짝 놀랐지만 찾아갈 리 없다. 가장 가고 싶지 않는 곳 중의 한 곳이 결혼식장이거니와 그곳은 서울과는 꽤나 거리가 먼 곳이다. 아니다. 핑계다. 번호의 사람이 싫은 것이고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아서 이다. 그 뿐이다.
부딪히지 않고 도망치기만 해선 소용없지만 때론 이렇게 도망치며 회피하고 싶은 일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