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쁜 일

어제, 아는 사람은 아는, 루인이 너무도 좋아하는 정희진 선생님의 강연회가 있었다. 대학원에서 초청한 강연. 루인이 다니는 학교에서 선생님을 이렇게 초청 강연 한 건 이번이 처음. 하지만 워낙 인기가 많아 초청하고 싶은 페미니즘 강연의 일 순위라고 하니 오히려 이번이 처음인 것이 더 이상한 일이기도 하다.

여기서 어제 있은 강연 내용에 대해 말하려는 것은 아니고, 하고 싶은 말은 선생님이 이번에 낸 책, [페미니즘의 도전]에 싸인을 받았다는 것. 우훗. 그냥 싸인만 받은 것이 아니라 루인에게 주는 말과 함께. 아아, 너무 좋아서 쓰러질 뻔 했다는.

아직도 저자에게 직접 싸인 받는 일에 대한 로망이 있는 것이야. 냐햐햐. 하지만 선생님이었기에 이런 몸이 가능한 것!!!

(지금도 마치 어제 그 순간인 것처럼 심장이 두근두근 설레고.. 꺄릇꺄릇)

깊고 무거운 잠

무거운 눈꺼풀을 억지로 비비며 [이터널 선샤인]을 봤다. 몸이 무겁게 가라 앉는다. 잊기 싫어, 당신을 기억하고 싶어, 그렇게 몸부림치면서도 당신을 잊고 있는 루인을 만난다. 희미해지고 빛바랜 기억이 몸에서 지워지고 있다. 더 많이 지우면 그리울 일도 없을 테지. 그 전에 당신을 억지로 지우진 않겠어, 하면서도 어쩌면 강제로 당신에 대한 기억을 소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는다.

울지는 않았지만 무거운 눈을 비비다, 흔하디흔한 우울증에 빠져 있음을 깨달았다. 더 이상은 우물에 빠질 일이 없을 거라 믿었기에 자각하지 못했을 뿐이다. 잠들기엔 고통스럽고 잠들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어 Nina Nastasia와 Portishead가 들어있는 엠디 디스크를 틀어 놓고 저녁 6시 즈음 잠들었다.

잠든 사이 두 건의 문자가 왔고 한 통의 전화가 왔다. 문자는 잠결에 (늦게라도) 답장을 했고 오랜만에 전화한 친구는 잠결인 걸 알고 일찍 끊었다.

일어나고 싶지 않았지만 해가 떴을 즈음 눈을 떴다. 씻지도 않고 멍하니 앉아 나스타샤를 켰다. [플라이트 플랜]을 보며 ‘레즈비언’ 관계로 읽었는데, 모성애로 읽은 글들을 보며 당황했다.

간신히 몸을 추스르고 있다.

옅은 그리움-얼룩

이랑 엠티를 갔다 왔다. 엠티를 가면 항상 그러하듯 뜬 눈으로 밤을 새웠고 졸음이 폭염처럼 쏟아지는 이 와중에 옅은 농도의 그리움이 심장을 옥죄어 든다. 그립다, 라는 말로 환생한 것인지 “그리움의 샌드위치”에 낀 인생인건지, 이렇게 그리움으로 범벅된 상태에 빠진 자신을 만난다는 건, 조금 아픈 일이다.

무엇이 이렇게 옅은 농도의 그리움에 빠지게 했을까. 빨아도 빨아도 너덜해질 뿐, 지워지지 않는 그리움으로 얼룩진 삶. 막막한. 정적에 갇힌 시간들.

보고 싶고 그립다. 하지만 무엇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