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조금 싱숭생숭

제목처럼 그냥 조금 싱숭생숭하다. 벌써 겨울이불을 꺼내 덮고 아침이면 칼칼한 목이 신경 쓰여 따뜻한 유자차를 끓여 마시곤 한다.

그냥 조금 싱숭생숭하다. 뭔가 불안하고 마구마구 흔들리다가도 멍하니 맥을 놓고 있는 루인을 만난다.

그저 당신이란 막연한 이름을 짧게 중얼거리다가 문득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먹먹해진 상태랄까. 자꾸만 뒤돌아보고 뭔가 불안해서 다시 챙기고 하면서도 무언가를 하지 않고 지나친 일이 있는 것만 같아서 안절부절 못하고…

그냥 이렇게 살고 있다.

액땜…일지도 모르지만

고등학생이던 시절이었나, 매일같이 들고 다니던 작은 돌이 하나 있었다. 수정처럼 생긴 그 돌을 호주머니에 넣어 다니며 수호석守護石처럼 여겼다. 그렇게 아끼던 돌을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잃어버렸다. 찾아도 없었고 바쁜 길이었기에 놓칠 수밖에 없었다. 인연이 다 한 것인가 하면서도 못내 아쉬움이 남았다. 아님, 잃어버림으로써 다른 일에 대한 액땜이 된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껏 살면서 무언가를 잃어버린 적이 거의 없다. 기억 속에 잃어버린 것이라면 우산 한 번 정도랄까. 물론 정신은 잘 놓고 다니고 몸은 항상 따로 놀고 있긴 하지만-_-;;

쓸 일이 있어, 조교파일 속에 은행카드(겸 학생증)를 넣고 강의실로 갔다. 출석체크 하러 나가는 김에 은행일도 같이 처리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강의실에 도착해서 파일을 열어보는 순간, 학생증이 안 보였다. 순간, 식은땀이 흐르며 막막해졌다. 걱정은 은행카드에 있는 돈이 아니라(그렇다고 적은 액수는 아니다. 두 달 치 조교 알바비가 들어 있었다.) 개인정보 노출이었다. 학생증에 적혀 있는 학번과 주민등록번호 그리고 이름까지. 이 정도면 개인정보가 완전히 노출된 것이다. 돈이야 써버렸다고 치면 되지만 개인 정보는 그렇지 않으니 너무 불안하고 학생증을 찾고 싶어 속이 탔다.

출석 체크를 다 하고 지갑을 챙겨 은행에 가서 카드는 변경했다(학생증이 두 개 있었다, 옛 디자인과 새 디자인으로). 하지만 잃어버린 옛 디자인의 학생증이 자꾸만 불안하게 눈앞에서 왔다갔다… 흑흑흑. 심지어 카드 변경 처리하는 내내 히스테리와 불안증세를 나타냈다.

어쩌면 잃어버린 옛 카드는 이제 인연이 다 한 것인지도 모르고 앞으로 있을 지도 모를 액땜을 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누군가가 학생증을 주워서 루인이 찾을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을 놓치지 않고 있다. 인터넷 시대에 들어서면서 생긴 새로운 불안증이다. 개인정보 노출이라는 무시무시한 공포.

#후유증이 얼마나 심했느냐면, 15분에 수업을 마치는데 5분에 마치는 줄 알고 마이크를 챙기러 갔고(5분에 마치는 날/수업이 없다), 방금 전 한 약속을 잊어서 우연히 만났을 때 왜 만났는지 잊어버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