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밍아웃

담 주 까지 해야 하는 과제를 몸앓다가 어쩌면 다음 수업 시간에 커밍아웃 할 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스쳐갔다. 그 자리 그 수업에서 커밍아웃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 중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이랑뿐인 상황에서의 커밍아웃이라..

아웃팅 되기 싫어서 커밍아웃을 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 자리에서나 커밍아웃을 하는 것도 아니다. 어떤 의미에선 의심 받기 싫어서 커밍아웃하는 건지도 모른다. 수업에 발표할(지도 모를) 내용이 섹슈얼리티와 밀접하기 때문에, 한국 사회에선 이반queer에 관심만 있어도 “너, 혹시..”하는 시선에 시달리기 때문에 이런 폭력적인 시선에 시달리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그냥 커밍아웃하는 건지도 모른다.

동시에 수업 발표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선 루인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설명이 우선시 될 수밖에 없기에 커밍아웃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물론 주제를 바꿀 수도 있다. 전혀 상관없는 주제, 너무 진부해서 아무도 언급하지 않고 넘어갈 수 있는 주제. 하지만 지금의 루인/몸을 배반하고 싶지 않다. 그냥 드러내기로 했다. 그 다음 상황은 그때 고민하기로 하고.

어쩌면 한국사회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이 자기혐오/공포self-phobia를 과장/강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느슨한(황당한?) 식욕

요즘 들어 먹고 싶은 것이 눈앞에 왔다 갔다 하는데 그 중에 몇 가지는…자장면이라든가 피자 같은 것이다. 뭐, 모르는 사람이라면 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겠지만 그것이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다. 루인은 채식주의자vegan이기 때문. (비건이라서 안 먹는 것은 아니다. 종종 비건vegan/채식주의자를 금욕생활자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먹고 싶다는 욕망은 슬금슬금 몸을 타고 도는데 그렇다고 정말 먹고 싶은 것은 아니다. (일테면 최근 우연히 순대 냄새를 맡고 토할 뻔 했다.) 피자가 먹고 싶은 것은 피자라기보다는 뭔가 느끼한 것이 먹고 싶은 것이고 자장면이 먹고 싶은 것은…흠…모르겠다-_-;;

어쩌면 이렇게 먹고 싶다고 떠올리고 있는 건, 그 음식이라기보다는 다른 무언가에 대한 불만/억압의 변형된 형태인지도 모른다. 요즘 워낙 스트레스 받는 일이 많아 그것이 다른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일종의 히스테리. 스트레스와 다른 억압을 스스로가 받아들일 수가 없거나 몸이 말 할 수가 없어 이렇게 먹지 않는 것을 먹고 싶다는 형태로 발생한 욕망.

암튼 요즘 뭔가 별난 것을 먹고 싶어 하고 있다.

자기공포/혐오self-phobia

8월 말 즈음이었나, 영문텍스트 읽기에 대한 몇 개의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후, 대충 6개 정도의 논문을 챙겼고 꾸준히 혹은 게으르게 읽어 나갔고 그렇게 5개의 글을 읽고 나니 한 달여의 시간이 지났다. 남은 한 편은 영화 리뷰의 성격이 짙은 글이라 아직은 읽을 수가 없다. 그 영화 두 편을 구해서 본다면, 그제야 읽겠지.

[#M_ 게으름에 대한 변명? | !!! |

논문 5편 읽는데 한 달여의 시간이 걸린다는 건, 게으르다 못해 빈둥거리며 놀았다는 말 밖에 안 된다. 그럼에도 이렇게 시간이 걸린 것은 개별 논문의 분량이 많아서라기보다는 중간에 추석이라든가 다른 일이 좀 있어서 이전만큼 충분한 시간을 투자할 수 없어서 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한 권의 책일 경우, 매일 같이 정해진 페이지만큼 읽으면 되지만 논문의 경우는 꼭 그렇지가 않다는 것이다. 이 부분이 스스로도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인데, 왜 책을 읽을 땐 매일 정해진 분량을 꾸준히 읽는데 논문일 때는 그렇지 않느냐는 것이다. 뭐, 이래저래 말도 안 되는 변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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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편의 글을 읽는 동안, 몸이 많이도 변했다. (스스로는 그렇게 믿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볼까.) 몸은 더 우울해졌고 스스로가 감당할 수 없을 그런 몸앓이에 도달하기도 했다. (그 몸앓이를 통해 몸을 다시 위치 짓는다면 기존의 몸을 다 바꿔야 한다. 아마 그렇게 진행할 것이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가장 큰 두려움은 타인의 공포/혐오phobia가 아니라 자신이 자신에게 보내는 그것이다. 자기공포/혐오를 극복하는 과정이 몸을 통한 앎과 만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자신의 경험과 글 읽기를 통한 지금, 자신의 포비아를 만나고 그것을 극복하려고 몸 앓고 있다. 한 걸음 딛기 위한 무수한 망설임과 갈등 속에 있고 그래서 이전엔 그다지 정치적이지 않게 보이던 영역이 첨예한 정치적 현상으로 다가왔다.

아울러 몇 개의 언어를 몸 앓고 있다. 물론 그 언어를 이루는 개개의 단어들에 대한 이해/몸앓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 과정 자체가 상당한 시간을 요할 것이다. (어쩌면 평생 걸릴 일인지도 모른다.) 그 언어들 중 어떤 언어를 사용할 것인가로 루인의 정치성/위치가 드러나겠지. 그렇다고 그 중 하나만 쓰고 다른 언어는 쓰지 않을 것이냐면 그렇지는 않다.

어쨌거나 이제 다시 bell hooks읽기의 시간이 돌아왔다. 다음 주는 다섯 편의 논문을 다시 한 번 더 읽으며 정리할 것이고 다담 주부터 읽을 예정. 다음 주말에 바빠 새로운 글 읽기가 애매해서 일전에 바꾼 일정이다.

아, 벌써부터 두근두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