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그렇게 노래를 부르더니, 정말로 그 시절의 대통령 두 명을 모두 잃어버렸다. 나는 이번에도 오보이길 바랐고, 믿고 싶지 않았다.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다시 잃어나길 바랐다. 그런데 …. 그는 정녕 떠난 건가.

어제 낮에 소식을 듣고 반신반의했다. 밤에 라디오로 뉴스를 들으면서도 반신반의했다. 계속 오보이길 바랐다. 오늘 아침 라디오에서 다시 소식을 들으며 조금씩 받아 들이고 있다. 울음이 목에 걸려 꺽꺽 거린다. 병세가 위독해도 다시 일어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회복할 거라고 확신했는데 ….

정말 안타깝다.

쫑알쫑알

요즘 기승을 부리는 찜통더위 덕분에 옥탑방은 사우나가 따로 없다. 밤에 잠을 못 자고 계속 깬다. 덕분에 지금 아무 것도 못 하고 멍하니 있다. 서둘러 처리해야 하는 일을 앞에 두고 동동거리면서도 미루는 행동. 무기력하고 무력하다. 모든 것이 귀찮고 모든 것이 피곤하다. 몇 시간이 지나면 헛되이 보낸 시간을 자학할 게 분명한데도 지금은 멍청한 표정이다. 아, 피곤해.

푸른 빛, 정전

번개가 우르르쾅쾅. 뒤늦게 등 뒤가 환했다는 걸 깨달았다. 밤에 처리해야 하는 일이 있어 망설이다 카페에 갔다. 워드작업을 하는데 갑자기 들려온 천둥번개 소리. 그리고 미리 찾아왔던 푸른 빛.

다시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일찍 泫牝에 갈 걸 그랬다고 구시렁거렸다. 짐을 챙겨 카페를 나섰을 땐, 차마 걸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泫牝에서 멀지 않은 카페에 들어갔지만, 10분 정도의 거리가 아득한 거리같았다. 몇 번을 망설이다 서둘러 걸었다. 집 근처에 도착했을 땐 옷이며 가방이 다 젖었다.

문을 열고 泫牝에 들어섰다. 스위치를 켜는데, 아, 이런. 불이 안 켜졌다. 천둥에 정전사태가 발생한 걸까. 이 더운 여름날 선풍기 없이 잠들어야 하는 걸까. 밖에선 간간히 푸른 빛이 번졌다. 그러고 보면 이 건물의 다른 집들도 모두 불이 꺼진 것 같다. 아닌가. 기억이 긴가민가하다. 아, 그래. 계단의 야간등은 켜진 것 같은데, 야간등은 별도의 전지를 사용하는 걸까. 옆 건물도 모두 불이 꺼진 거 같다. 이 일대가 모두 정전인 걸까. 근데 가로등엔 불이 들어왔던데. 근처 가게도 불이 환했는데. 가정집만 정전인 걸까. 옥상에서 살피니 대부분의 집이 불이 꺼졌지만 불이 켜진 집도 있다. 어떻게 된 걸까. 泫牝만 문제인 걸까. 천둥번개가 泫牝만 정전사태로 만든 걸까. 泫牝의 전기배선이 고장난 걸까. 며칠 동안 계속 전기가 안 들어오면 만나기 싫은 주인집을 찾아가야 하는 걸까. 주인과 마주치는 건 정말 싫은데, 다른 방법이 없는 걸까.

일단 하루는 그냥 지내기로 했다. 만약 번개로 이 일대가 정전이라면 수요일에도 비가 많이 내린다고 했으니 목요일 즈음에나 복구가 가능하겠지. 그렇담 내일도 어둠 속에서 선풍기 없이 잠들어야 하는 걸까. 소리 없는 번개가 참 많이 친다. 심심찮게 푸른 빛이 泫牝을 비춘다. 이런 고민을 하면서, 씻고 라디오를 듣다가 잠들었다. 자면서도 걱정했다. 이러다 복구가 안 되면 이 여름을 어떻게 버텨야 하는 걸까. 걱정을 껴안고 잠으로 빠져들었다. 가끔씩 잠에서 깨기도 했다. 그래도 이렇게 비가 내리니 덥지는 않아 다행이야. 잠결에 몇 번 중얼거린 것 같기도 하다.

늦잠을 잤다. 라디오 알람을 들으며 깨어났다가 다시 잠든 기억이 난다. 벌써 7시가 넘었다. 이런, 이런. 서둘러 씻고 나갈 준비를 하다가, 두꺼비 집을 찾았다.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 방 안에 있다. 이제 5년 째 살고 있는데, 두꺼비 집을 찾은 건 처음이던가. 기억나지 않는다. 예전에도 두꺼비 집을 찾은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두꺼비 집의 위치를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같기도 하다. 기억이 헝클어진다.

두꺼비 집 뚜껑을 여니 차단상태다. 어제 천둥번개로 스위치가 자동으로 바뀌었나 보다. 조금 허탈했다. 갖은 걱정을 이렇게 간단하게 해결하다니. 불이 들어오고 선풍기도 잘 돌아간다. 잠을 설치게 했던 고민을 간단하게 혹은 허탈하게 해결하고 나선 泫牝을 나설 준비를 계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