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우분투, 등등

01
요 근래 귀가 많이 건조하고 조금 아픈 듯 했다. 그러려니 하다가, 오늘 아침 면봉에 후시딘을 묻혀 귓구멍에 넣었더니… 피가 묻어 나왔다. 켁. 흐흐흐. 오른쪽 귀만 그랬다. 왼쪽 귀는 문제가 없는 것 같고. 오른쪽 귀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사실, 그러려니 한다. 아는 사람은 알지만, 나의 경우, 오른쪽 귀와 왼쪽 귀의 청력이 다르다. 더 정확하게는 왼쪽 귀가 더 잘 들린다(같은 뜻이지만 다르게 표현하면, 오른쪽 귀가 잘 안 들린다. 흐흐). 어릴 때, 교통사고라기 쓰기엔 무척 민망하지만, 암튼 그 비슷한 사고의 여파랄까. 아무려나 오른쪽에서 피가 나자 심드렁하다. 그럼 왼쪽이었다면? 사실 왼쪽 귀에서 피가 났어도 심드렁했을 거 같긴 하다. 흐흐. 다만, 조금 더 신경 쓰일 뿐.

02
요즘 밤이면 玄牝에서 한 시간 정도 우분투로 인터넷을 한다. 얼추 열흘 정도 전, 후치(노트북)에 우분투(ubuntu)를 설치했다. 엄밀하게는 윈도우 XP에서 간단하게 설치할 수 있는 Wubi(http://wubi-installer.org/)를 설치해서 우분투를 사용하고 있지만. Wubi는 윈도우 사용자들이 우분투/리눅스를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것. 정말 설치도 쉽고, 제거하기도 쉽다(인터넷 연결은 필수며, 제거는 uninstall을 더블클릭하면 깔끔하게 지워진다).

굳이 玄牝에서 사용하는 이유는, 우선 인터넷을 연결해서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시켜야 하는 이유가 첫 번째고, 우분투/리눅스에 적응하기 위한 것이 두 번째.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우분투에서 무선인터넷이 안 잡혀, 그 방법을 배워야 하는데, 유선인터넷은 玄牝에서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분투/리눅스를 사용하면서 느끼는 건, 의외로 사용하기 쉽고, 예상한 것 이상으로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는 것. 예상 이상의 공부는, 그동안 윈도우에 너무 익숙했기 때문일 터. 기억이 정확하다면 윈도우를 처음 사용할 때, 더 정확하게는 컴퓨터를 처음 사용할 때도 무언가를 배웠다. 고장 내면서 배웠건, 누군가에게 물어가면서 배웠건. 그렇게 배우다 보면 어느 순간, 몸에 익은 습관이 되겠지.

우분투/리눅스를 사용하며 놀란 것 중엔, 기본적으로 윈도우용 프로그램은 리눅스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 예전엔 막연하게만 알았는데, 이번에 우분투/리눅스 관련 글을 이것저것 읽으며 배운 것이, 바이러스도 컴퓨터 운영체제에 따라 작동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고(하긴, 어떤 바이러스는 웹브라우저도 가린다니까, 당연한 걸지도). 웹상에 떠도는 많은 혹은 거의 대부분의 바이러스들이 윈도우에서 작동한단다. 그래서 재밌는 건, 윈도우에 안티-바이러스 제품을 설치하면 실시간 감시기가 작동하는데, 우분투/리눅스에 안티-바이러스 제품을 설치하니 실시간 감시 기능이 없더라. ;;; 첨엔 깜짝 놀랐다. 제대로 설치가 안 된 건가 싶어서. 대신 바이러스에 감염된 파일이 우분투에선 문제가 없는 듯 인식되어도, 윈도우를 사용하는 이들에게 파일을 전송하면 감염되기에 리눅스 운영체제가 바이러스 유통경로가 되기도 한다고. 흐흐.

아직은 많은 시간을 사용하지 않아, 우분투를 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다만 무선인터넷 연결(계속해서 공부할 필요가-_-;; 현재 알 듯 말 듯 ㅠ_ㅠ)과 한글 워드프로그램 사용만 해결되면 윈도우를 사용하지 않아도 큰 불편함은 없을 듯. 그 이유가, 어차피 후치로 인터넷 결제를 안 하기 때문. 아래아 한글은 wine으로 해결할지 리눅스 버전을 구할지 고민 중. 아…! 그러고 보니, 무한도전을 보려면 ActiveX가 필요하구나;;;

어쨌거나 뭔가 낯설고 신기하고 재밌는 세계다.

+
불편하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사실 윈도우에서 내가 사용하고 있는 방식이 더 불편할 듯. -_-;;
그리고 [Run To 루인]을 처음 시작했을 때, 내가 우분투/리눅스는커녕 컴퓨터 운영체제와 관련한 주절거림을 끼적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

03
생활이 조금씩 자리를 잡고 있다. 좋은 징조다.

길고양이

책을 나르다가 집 근처 어느 골목에서 길고양이와 마주쳤다. 한쪽 끝에 고양이, 다른 쪽 끝에 나. 둘은 눈이 마주쳤고 안절부절 못 했다. 나는 조심스레 골목의 한쪽 벽으로 붙었다. 고양이는 내 움직임에 따라 다른 쪽 벽에 붙었다. 그리고 서로 눈을 마주보며 길을 지나갔다.

동반종과 관련한 소재를 다루는 어느 웹툰에서 읽은 내용: 길에서 고양이가, 강아지가 귀엽다고 다가가는 건, 그에게 일종의 위협일 수도 있다고, 예를 들어 당신보다 5배는 덩치 큰 사람이 당신이 귀엽다고 막무가내로 다가오면 어떤 기분이겠느냐고. 이런 내용을 읽은 이후, 길고양이에게 막무가내로 다가가는 일은 삼가고 있다. 멀리서 마주치면 다가가고 싶어 안절부절 못 하면서도 조심스레 피한다. 나 나름대로 ‘너에게 다가가지 않을 테니 안심해’라는 신호를 보내며.

다만 서로 다른 쪽 벽에 붙어 지나 간 건 재밌는 일이었다. 마치 이야기가 통한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오늘 아침엔 건물을 나서는데 건물 밖에 있던 길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길고양이는 경계했고, 나는 멈췄다. 그리고 최대한 느리게 움직였다. 길고양이가 경계를 풀면서도 나를 피할 수 있는 충분한 여유를 주기 위해서. 안타깝지만 잘 된 일이다.

내용 없는 주절주절

일을 마무리 짓고 시계를 보니 새벽 1시였다. 장소는 학과 사무실. 켁. 학부 시험기간에도, 대학원 기말보고서를 쓸 때도, 심지어 학위논문을 쓸 때도 11시를 넘겨서까지 학교에 있은 적이 없었다. 그러나 시계는 새벽 1시. 아픈 눈을 부비며 玄牝으로 향했다. 그러나 오늘 있을 일을 완벽하게 마무리 지은 건 아니었다. 결국 오늘 회의 준비는 많은 실수와 부족함을 노출한 상태로 끝났다. 그래도 한숨을 돌린다. 다음에 더 잘하면 되니까.

하지만 듣고 싶은 강의를 못 들어서 너무 속상했다. 일을 마무리 짓고 강의 들으러 가려는 바로 그 즈음 일이 늘어났다. 물론 상당히 큰 행사에 해당하는 회의를 앞두고 강좌를 들을 수 있다고 기대한 건 나의 어리석음이긴 하다. 그래도 속상했다. 공부 좀 하게 잠수라도 탈까, 하는 고민을 진지하게 했다. -_-;; 흐흐. 결국 좀 더 부지런해야 한다. 이 방법 외에 다른 수가 없다.

요즘 눈이 아프다.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있다. 불면증은 아니고 그냥 일시적인 현상이다. 눈이 따갑고 아픈데, 그리고 너무 졸린데 잠이 안 와 늦게까지 깨어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다 말거란 건 안다. 근데 눈을 비비다가 찌르는 듯이 아픈 경우는 처음이라 잠깐 놀랐다. 뭐, 일주일 안에 없어 진다에 한 표.

이러나저러나 최근의 깨달음 하나. 난 쉴 팔자는 아닌가 보다. 이걸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는데 별 수 없다. 그냥 내 팔자려니 하면서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