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붉게 타는 달이 뜬 밤. 나는 초라했어요.
피곤해요. 아침에 만난 어떤 사람은 밤새고 왔느냐고 물었죠. 잠을 잤지만 피곤해요. 쉬고 싶다는 느낌이 더해가는 날들. 그러고 보면 요즘 뭐하고 사는지 모르겠어요. 그저 정신이 없어요. 뭔가를 잔뜩 하고 있는데, 뭐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뭔가 빠진 게 있는 것도 같고. 그런데도 시간은 흘러가고 세월은 흘러가고.
일전에 [공격]을 읽을 때, [머큐리]도 같이 읽었어요. 주인공들의 외모가 꼭 나 같다고 느꼈어요. 너무 초라하고 못생겨서 얼굴을 들기가 부끄러워요. 누군가와 마주치는 게 부담스러울 때도 있어요. [공격]의 주인공은 자신의 추한 외모에서 어떤 쾌락을 얻지만 전 그렇지도 않아요. [머큐리]의 그 사람처럼 살 수도 없고요. 그저 이렇게 흔해빠진 인생을 흔해빠진 체념으로 살아가고 있어요.
확실히, 나의 몸은 나의 욕망을 배신해요. 아, 이건 단순히 외모의 문제를 얘기하는 건 아니에요. 나는 나를 배신하고, 욕망은 언제나 몸과 갈등해요. 그리고 나는 초라해서, 아무렇게나 되었으면 좋겠다고, 중얼거려요. 그래, 아무렇게나 되었으면 좋겠어. 그랬으면 좋겠어.
부리가 붉은 새. 가슴이 붉은 새. 그리고 발톱이 붉은 새.
아침마다 그 화살을 떠올리며, 잠시 잠깐 황홀할 뿐이에요.
어차피 지나가는 감정들, 이렇게 배설하고 나면 아무렇지도 않은 감정들일 뿐인 걸요. 좀 자고 나면 괜찮을 거예요. 씨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