낄낄

버틀러고 해러웨이고 간에,

玄牝에 도둑 들었대요. ㅋㅋㅋ

농담 아니고 진짜요. 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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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러웨이 글을 다 썼을 때, 전화가 와서 받으니 집주인. 아주 다급한 목소리로 도둑이 들었다고 얼른 오라고 하더라고요. 컴퓨터는 그대로 있는데 없어진 것이 있는지 확인하라고 하더라고요. 玄牝으로 돌아오며, 허허, 웃었어요. 책이랑 CD랑 몇 안 되지만 DVD 밖에 없는 방인데, 괜히 들어 오셨구나, 했죠. 정말 도둑맞은 건 아무 것도 없어요. 저축이 없으니 도둑맞을 통장이 있을 리 없고, 당연히 꿍쳐둔 현금도 없거든요. 크크크. 근데 웃긴 건, 루인에겐 나름 꽤나 비싼 귀걸이가 몇 있는데, 모조와 같이 보관했더니 모두 모조로 취급한 것 같더라고요. 이건 왠지 씁쓸… (응?)

도둑 들었다는 집주인의 전화를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게 먼지 아세요? 크크크. 믿거나 말거나, “앗싸, 블로그에 글 쓸 거리 생겼다!” 낄낄 -_-;; 아무려나 지금은 오랜 만에 대청소 중이랍니다. 지금은 잠깐 쉬는 중이고요. 흐흐흐._M#]

몽글몽글

공문을 제출할 일이 있어 나선 길에, 하늘을 바라보니 조금은 검고도 하얀 구름들이 몽글몽글 뭉쳐 있다. 조금씩 흩어지는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드러나며 키 큰 나뭇가지에 걸리면, 까르르 웃음이라도 날 것 같다. 온 몸에 간지러움이 번지는 듯 하고, 어쩔 줄을 몰라 마냥 몸을 배배꼰다. 귀에선 “Forces”가 흐르고 바람이 살랑 불면, 꺄르르, 다시 웃음이 난다. 장마 사이의 맑음.

바람이 분다

지금 바람이 많이 불고 있다는 걸 느끼는 건, 연구실이 시원해서만은 아니다. 사무실 문이 바람에 왔다 갔다 해서만도 아니다. 루인 책상의 책장에 끼워 둔 무지개깃발이 펄럭여서만도 아니고. 예전에 쓴 적이 있는 사무실 창문 너머의 풍경 덕분이다. 바람이 불면, 사무실 창문 너머에 있는 작은 언덕의 울창한 나무들, 나뭇가지들, 나뭇잎들이 서로 부딪히면서 내는 소리, 바람과 나무-나뭇가지-나뭇잎들이 서로 몸 부비는 소리가, 조금은 무시무시하면서도 시원하고 즐겁게 들리기 때문이다. 길을 걸을 때의 바람은 머리카락을 통해 느끼지만, 연구실에 있을 때면 바람-나무의 소리로 느낀다. 이럴 때면, 이렇게 바람-나무의 소리를 눈을 감고 듣노라면, 지금 여기가 서울의 도심이 아니라 어릴 적 모계/부계 할머니 댁에 놀러간 날의 어두운 밤과 같다. 시골집 뒷산의 나무-바람 소리, 뒤뜰의 대나무-바람 소리가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