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질근질

루인은 질투의 천재. 열등감의 화신. 키득.

뭔가, 아주 신나는 세계를 발견한 느낌이야. 킥킥. 루인은 질투의 천재. 열등감의 화신. 아니 에르노의 소설을 그토록 사랑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아. 알고는 있었지만 그냥 지나쳤던 그곳에 엄청 신나는 세계가 있을 줄이야. 킥킥.

아아…, 입이 근질근질.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ㅇㄴㅇㄱㄹㅎㅎ
꺄릇꺄릇.

친구랑 에니어그램

붉은 꽃: 감정

붉은 꽃 피고 진 자리에 남겨진 흔적.
붉은 꽃, 활짝 핀 자리보다는 피지 못하고 시든 자리가 더 선명하고 오래 남아. 응어리처럼 고여선, 오래도록 피지 못했음을 알려주지.

사실은, 정작 나 자신의 감정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는 걸, 깨닫고 있어. 아니, 나의 감정 상태는 언제나 뒷전이라는 걸.

그래, 그래서 슬프니? 슬펐니? … 응. 그런가봐.
근데 기쁘니? 기뻤니? … 응, 기쁘기도 했던 것 같아.
혹은 그때, 그 순간, 먹먹했던가.
감정은 언제나 복잡하게 얽혀있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덤덤하면서도 울 기회를 찾고 있어.

오랜만에 “공허”라는 단어를 썼어. 루인의 상태를 설명하며 [Run To 루인]에 “공허”란 단어를 쓴 적은 거의 없는데. 지금은 “공허”, 그러다 어느 순간 “빈곤”을 얘기하겠지. 아냐. “공허”와 “빈곤”은 그저 설명하는 언어일 뿐, 설명하고자 하는 대상은 같아.

붉은 꽃이 피고 진 자리의 흔적. 이 계절이 오고 반팔을 입는 시기가 오면 이렇게도 신경 쓰여. 혼자서 자꾸만 신경 쓰고 있어. 별거도 아닌데 자꾸만 신경 쓰여서 이렇게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어. 이제 그만 말해야지.

붉은 꽃

붉은 꽃 피고 진 흔적이 선명하다.

길을 걸을 때면 종종 아무 문장이나 만든다. “눈을 감으면 눈이 분시다.” 아냐, 아냐. “감은 눈 사이로 붉은 물결이 인다.” “붉게 핀 꽃이 시들며, 팔에 흔적을 남긴다.” “팔에 핀 붉은 꽃의 흔적들이, 부끄럽다.” “붉은 꽃 피고 진 흔적이, 종종 부끄럽다.” “붉은 꽃 피고 진 흔적이 선명할 때마다, 숨고 싶다.” 하지만 부끄러운 일은 아닌데. 괜히 팔을 숨긴다. 몸에 새겨진 흔적들. 누구나 자기만의 방법으로 세월을 견딘다. 시간을 견디며 몸에 새긴 흔적들, 세월을 견뎠음을 알려주는 흔적들. 붉은 꽃 피고 진 흔적은 세월 속에 색이 바래지만, 그렇다고 아주 사라지진 않는다.

허수경의 시집에서였나, 공후인이란 악기는 악기의 형태는 남아 있지만 연주법은 남아 있지 않다는 구절을 읽은 기억이 있다. 붉은 꽃 피고 진 흔적은 남아 있는데, 왜 그랬는지, 이제는 모르겠다. 왜 그랬을까. 왜.

언제나 그렇듯, 정말 하고 싶은 말은 못 하기 마련이다. 에둘러, 에둘러 몇 번을 에둘러 표현을 하지만, 정말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다. 그렇게 하지 못한 말이 자꾸만 몸에서 맴돌면, 붉은 꽃 피고 진 흔적을 바라본다. 그러면 다 잊는다. 아니, 잊을 수 있을 것 같다. 하고 싶은 말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을 것 같다.

시간은 아주 천천히 흐르고, 아침에 학교에 왔다는 사실이 까마득한 옛날 같다. 그러니, 지금까지 살아 왔듯, 계속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