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학과 행사에서 있었던 두 가지 일화.
#1
옆자리에 앉아 있던 누군가가, 다리를 모아 웅크리고 있는 루인에게 “진짜, 엘 같다.”고 말했다. 순간적으로 깜짝 놀라며, 긴장. 속으로, 어떻게 알았을까?, 저 사람에게 커밍아웃을 했나?, 아님 루인도 모르는, 저 사람만 아는 어떤 레이더가 있나? 등등의 질문들이 한순간에 스쳐 지나갔다. 루인이 다니는 학과는 아닌 것 같으면서도, 말하기엔 좀 부담스러운 곳이고 그 자리는 아예 처음 만나는, 그래서 다시는 안 만날 사람도 있었다. 그 누군가는 다시 “엘 같다.”고 말했다. 루인은 아주 조심스럽게, 말을 조금 더듬으며 “L… 같다니?” “데쓰노트의 엘.” 아아. 낄낄. 그제야 무슨 말인지 깨달았다.
루인은 레즈비언의 L을 떠올렸고(자주 이렇게 표현하니까), 상대방은 데쓰노트란 만화의 엘을 말했고. 그제야 긴장을 푼 루인은, 엘/L의 이중적인 의미를 얘기하며 눈치 챈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순간 상대방이 당황했다.
아무려나, 조금은 슬프게도 혹은 재밌게도 루인은 데쓰노트의 엘과 비슷하단 얘길 몇 번 들었다. 따로 분장할 필요도 없이 그냥 앉아만 있으면, 그 자체로 코스프레라면서. -_-;;; 크크. (이와 관련한 지점에서 쓰고 싶은 얘기가 있는데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라 묵히고 있다. 언젠간 쓰지 않으려 해도 쓰고 싶어서 온 몸이 근질근질 하는 순간이 올 테니까, 기다려야지.)
#2
간담회에 왔던 한 사람이 루인의 이름을 어떤 잡지에서 봤다고 했다. 얘기를 나누다 그 잡지가 이랑이란 걸 알았다. 아아… 이랑을 읽고 기억하는 사람과 만나다니. 뭔가 기분이 복잡했다. 정작 이랑이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기엔 이랑을 안다고 하는 사람을 못 만났는데, 이제 사라지지도 않았지만 존재하지도 않는(정말, 존재하지만 부재 중인) 모임을 기억하는 사람과 만날 줄이야. 그러고 보면 예전에도 그런 적이 한 번 있다. 이랑블로그를 통해 [Run To 루인]을 알았다고.
여러 가지로 복잡하다. 아니, 좀 심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