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하는 감정싸움

울음에 체하기라도 한 것 마냥, 종일 짜부라져 있다가, 결국, 이른 저녁, 터벅터벅 걸어서 玄牝으로 돌아왔다. 지겹지도 않은지, 혼자하는 감정 싸움을 매일 하면서도, 또 이렇게 혼자서 지친다.

29편의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그 중 17편의 시나리오는 기승전결까지 완성하고, 이렇게 완성한 시나리오들의 결론들이 서로 충돌하고, 서로가 서로의 결론이 더 좋다고 우기고, 서로가 서로의 취약함을 들추어 내고, 있지도 않은 일을 상상하고 과민반응하며, 혼자하는 감정싸움. 그러다 제풀에 지쳐, 울음에라도 체한 것 마냥, 푹삭 짜부라지면, 영화를 볼 힘도 없어, 마냥 시간을 흘린다.

태양과 햇살 사이

아침, 학교에 오는 길, 태양을 바라본다. 눈을 감고, 혹은 눈을 조그맣게 뜨면서. 아침 햇살에 눈이 익어갈 즈음, 세상은 낯설다. 태양을 바라본 후 바라보는 세상은, 색깔부터 풍경까지 모든 것이 낯설게 바뀐다. 태양은 푸른 색. 옅은 파란 색으로 눈부시다.

오후, 태양을 바라보며, 점심 겸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 창백한 표정으로 거리는 휘청 인다. 얇게 부서질 것만 같은데, 비틀거리면서도 용케 걷는다.

일주일 만에 친구들을 만났다. 우연히. 한 친구는 밥을 먹고 연구실로 돌아가는 길에.

ㅇ은 그 와중에. 오랜 만이라 기뻤는데… 미쳐 말은 못 했지만 표정이 많이 안 좋아 몸이 무겁다. 진작 물어볼 걸 그랬다는 후회.

태양과 햇살 사이, 그 언저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