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만에 숨책에 갔다 왔다. 물론 지난 주인가 지지난 주인가 갑작스런 알바로 몇 시간 있다 오긴 했지만, 책을 사러 숨책에 들리긴 참 오랜 만이다. 대학원에 입학한 이후로는 거의 안 갔었다. 1학기 초엔 그래도 꾸준하게 들리다가 어느 순간 바쁘다는 이유로 뜸하게 들렸다. 그러면서도 숨책에서 갑작스런 알바가 필요하면 루인에게 우선적으로 연락을 줬고 그럼 또, 별일이 없는 한, 망설이지 않고 흔쾌히 가서 일하곤 했다.
이번엔 그저 한 번 들리고 싶었다. 물론, 예전에 그저 지나가는 말처럼 무슨 책이 있느냐고 물은 적이 있는데, 그 책이 들어왔다는 전화가 왔기에 간 것이기도 하지만, 그렇다해도 오랜 만에 가선 여유있게 책을 둘러보고 얘기도 나눌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숨책에 정말 가고 싶은 바람을 품고 있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다 뜻하지 않게 정희진선생님 강연 소식을 접했다. 작년, 한겨레21에서 주최한 “거짓말”에 이어 올해는 “자존심”으로 한다고 한다. (정보는 여기로) 만약 “자존심” 강좌에 간다면, 작년 여이연 강좌에서 뵙고 처음 뵙는 셈이다. 어떻게 반응하실까? 작년 “거짓말” 강좌에선 “당신 내 강의 50번은 듣지 않았어?”라고 하셨는데, 이번엔 어떻게 반응하실까? 물론 루인을 기억한다는 가정 하에서지만.
장소: 연세대학교 위당관
주제: 누구의 자존심? 자존심의 경합
이제는 자주, 매주는 아니어도 한 달에 두어 번은 숨책에 가야지, 했다. 가면, 헌책의 냄새에 뭔지 모를 편안함이 있으니까. 그곳 사람들도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