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난 라면 먹기

일단 500ml 물병에 물을 채우고, 그 물을 냄비에 붓습니다. 불을 켜고 가장 센 불을 유지합니다. 다진 마늘 한 스푼 정도, 홍고추 액기스 한두 스푼을 넣습니다. 라면의 건더기 스프를 넣고, 분말스프도 넣습니다. 잠시 기다리면 물이 팔팔 끓어오릅니다. 끓는 물에 면을 넣습니다. 면을 넣고 그냥 두기보다는 젓가락으로 계속 괴롭혀 줍니다. 면을 계속해서 공기에 마찰시킵니다. 이렇게 하면 면이 훨씬 쫄깃하거든요.
만약 떡이나 만두를 넣겠다면, 떡이나 만두를 별도로 조리합니다. 둘 다 따로 조리해서 80% 수준으로 익혀둡니다.
면을 계속 괴롭히면서 끓이다가, 3분 정도 되면 떡이나 만두를 넣어줍니다. 만약 떡이나 만두를 넣지 않겠다면 무시. 그리고 나서라면조리예에 4분 30초 정도 끓이라고 나와 있다면, 3분 50초에서 4분 정도가 되면 불을 끄고 냄비 뚜껑으로 덮어줍니다. 면을 넣기 전에 초시계로 시간을 잰다면 4분 정도, 면을 넣고 나서 초시계를 잰다면 3분 50초 정도입니다. 어떻게든 4분을 넘기지 않습니다.
뚜껑으로 덮은 상태에서 라면 먹을 테이블로 이동. 이런저런 먹을 준비를 한 다음 라면을 호로록, 호로록 먹으면 쫄깃한 면발과 맛난 국물을 맛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라면은 한입만. 저는 “한 입만”을 할 수 없어 아쉽지만, 또 아쉽지만도 않고요. 그래도 남이 끓여주는 라면이 가장 맛있겠지요.
이상 사진 하나 없는 라면 조리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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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
한땐 믿을 게 체력 뿐이었다. 근 10년 간 병원 한 번 안 갔다느니 하며 체력을 믿었다. 두통을 제외하면 특별히 어디 아픈 일도 없었고 병원에 갈 일도 없었다. 아울러 늦게까지 많은 일을 처리해도 체력이 어떻게 버텨주었다. 그러니 그런 몸에 맞춰 늘 살았다. 가끔 일주일 정도 빈둥거리는 시간을 어떻게든 만들어 푹 쉬곤 했는데, 그렇게 쉬고 나면 또 곧잘 움직였다.

몸살
믿을 게 체력 뿐이었는데, 올해 들어 나는 쿠크다스 몸, 순부두 몸이다. 계속 어디 아프거나 체력 부족으로 헥헥 거리거나, 피로에 쩔어 헤롱거리며 지내고 있다. 어제는 종일 멍하고 정신이 없고 어질어질해서 왜 이렇게 컨디션이 안 좋지 했는데, 저녁에 몸살로 판정이 났다. 갈수록 바쁠 이 시기에 몸살이라니… 덧붙여 오랜 만에 헤르페스도 피었다. 아, 싫다. 피로가 쌓이고 쌓여서 면역력이 현저히 떨어지면 입술 주위에 헤르페스가 피곤 했는데 몸살과 헤르페스가 같이 왔다.

일정
체력이 예전 같지 않으면 일정을 좀 더 수월하게 조절해야 하는데 아직 이걸 잘 못 한다. 몸 한 곳에선 예전처럼 일해야 한다는 감각으로 살고 있고, 또 다른 한 곳에선 일을 줄여야 한다는 감각으로 살고 있다. 둘이 충돌하니 엉망진창이다. 어지럽다. 그래도 나름 일을 좀 줄였지만 여전히 해결 못 하고 허우적 거리는 상황.

내년
나중에 더 자세하게 적겠지만, 내년 일정은 올해와 다를 듯하다. 생계형 일 자체가 달라질 예정이다. 또 어떻게 살아가려나… 한 가지 확실한 건 향후 몇 년은 다른 모든 일, 아마도 다른 거의 모든 일은 중단하거나 포기하고 논문에만 집중할 예정이다. 그렇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어쨌거나 나도 살아야지. 살아 남아야지.

견딤
어쨌거나 아직은 살아 있다. 이건 중요하다. 아직은 살아 있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비록 현재의 삶이 보잘 것 없다고 해도, 비루하다고 해도 이것은 중요하다.

[f] 목이 아프다

목을 약간 다쳐서 병원에 갔다 왔다.

지금 사는 곳은 일요일 저녁이 쓰레기를 버리는 날로 정해져 있다. 일요일이었던 어제 밤에도 이런저런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정리를 했고 집을 나섰다. 복도식 아파트라 잠깐 복도의 창밖을 바라봤다. 어째서인지 내 집 앞 창문만 열려 있기도 하고, 평소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에 아래를 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고개를 쭈욱 내밀고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잠깐 사이였다. 뭔가 섬뜩하다고 느꼈을 때 무언가가 내 목을 잡았다. 묵직하고 날카롭지만 또한 가벼운 것 같기도 했다. 위층에서 누군가 뛰어내리다가 내 목을 붙잡았다. 스스로 뛰어내린 것 같았지만, 그 짧은 순간, 내 목을 붙잡고 어떻게든 살고 싶어하는 눈과 마주쳤다. 두려움과 체념 사이에서, 삶의 마지막 순간을 바라보는 표정 같기도 했다.

서로의 눈을 길게 바라보고 있다고 느꼈지만, 귀엔 바닥에서 올라오는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어두웠지만 검붉은 색의 액체가 흐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으려 했지만 복도 난간에 기대어 간신히 서 있었다.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경비실에 연락했다. 얼마 후 경찰차와 앰뷸런스가 왔다. 쓰레기를 버리러 나왔던 사람들이 주변을 서성였고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내가 무엇을 증언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고, 경찰 조사를 받는 것도 번거로울 듯해서 그냥 우연히 발견했다고만 답했다. 따지고 보면 내겐 알리바이가 없지만 혐의도 없기에 일단은 연락처를 넘기고 넘어갔다.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워 한숨을 돌리려 했다. 하지만 목이 아팠다. 그 짧은 순간에 목을 다친 것인지, 뛰어내리던 사람의 손이 내 목에 남긴 어떤 잔상이 강하게 남은 것인지 모호했다. 왜 뛰어내렸고 그 짧은 순간의 눈빛으로 내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다행스럽게도 병원에선 목에 별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목에 뭐가 묻은 듯, 무언가 혹은 누군가가 목을 잡고 있는 듯 거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