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은 어렵다

토론은 어떻게 해야 할까? 근래 토론을 할 기회가 좀 더 많아지면서 더더욱 토론을 하는 일이 어려워지고 있다.

수업을 하는 첫째 날이면 이런저런 가이드를 하는데 그 중 하나는 텍스트를 읽는 방법이다. 나의 가장 중요한 원칙: 각 텍스트의 한계를 다루지 말 것. 그러니까 이 텍스트에는 저런 논의가 빠져 있고 저 텍스트에는 이런 논의가 빠져 있다는 식으로 읽지 말라고 요청한다. 이런 태도로 쪽글을 쓰고 수업에서 토론할 것을 요청한다. 이유는 간단한데 모든 텍스트는 한계를 내재하기 때문이다. 모든 주제와 소재를 다루는 완벽한 텍스트는 없고 빠지는 내용 없이 글을 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모든 텍스트는 각자의 목표와 기획이 있고 그래서 그 한계 내에서 논의를 전개한다. 그렇기에 빠진 내용은 무궁무진하고 빠진 부분에 집중하면 텍스트에서 배울 것은 없다. 그러니 한계 내에서도 배울 수 있은 측면에 초점을 맞춰서 텍스트를 읽어주기를 요청하고 매번 이 지점에 집중한다. 학위 논문을 쓸 때면 한계를 적어야 하지만 그건 그때고 일단은 배울 수 있는 부분을 배우고 한계 내에서도 가능성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나는 토론을 준비할 때도 정확하게 이 지점을 중시해야 한다고 믿는다. 논문이나 발표문에서 연구자의 욕망과 기획의도를 찾고, 해당 논문의 한계나 제약 속에서 어떻게 연구자의 욕망과 기획을 더 잘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인가를 찾는 것. 연구자의 욕망과 기획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논문이 설정한 한계를 초과하지 않고 가급적 그 한계를 존중해줄 것. 이것이 토론의 역할이지 않나 싶은데 사실 나도 잘 하는 편은 아니라, 토론을 할 때마다 걱정하고 두려움을 느낀다. 오랜 연구 고민을 살리지는 못할 지라도 망치지는 않는 것. 이것이 토론의 역할이라고 배웠는데 그게 또 쉬운 일은 아니라 매번 부담스럽고 발표자/연구자에게 괜히 미안하고 그렇다.

글 주소의 문제

워드프레스로 옮기고 데이터를 백업한 뒤 생긴 불편은 몇 가지 있지만 대부분은 그저 새로운 시스템이 적응하는 부분이다. 진짜 문제는 주소다. 태터툴즈-텍스트큐브 시절에 글마다 부여된 주소가 있었는데 그 모든 주소가 워드프레스로 옮기는 과정에서 다 바뀌었다. 이것은 좀 치명적이다. 또한 새 글의 주소 역시 숫자로 생성하고 있는에 그 번호가 무작위다… 😱

대충 찾아봐서는 이걸 고칠 방법이 없는 듯한데… 흠…

지하철 무임승차와 양육

지난 주, 한 학술대회에 참여해서 신지연 선생님이 광주에서 수도권으로 양육 출퇴근하는 노년을 인터뷰한 발표를 들었다. 그 발표는 광주와 수도권 사이의 이동이라 주중에는 자식의 집에 머물며 손자녀를 양육하고 주말이면 집으로 돌아가 병원 치료를 받거나 남편이 살아 있다면 남편 반찬 만드는 일로 바쁜 일상이었다. 이 발표를 들은 청중 중 한 분이 수도권 내에도 양육을 위한 이동이 많다며 함께 다루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그 두 논의가 겹치자 다른 논의 사항이 떠올랐다.

정치권에서 노인의 지하철 무인승차는 계속 논란거리처럼 다뤄지고 제3 정치를 한다는 양당 기득권의 정수 중 한 명인 ㅇㅈㅅ은 무인승차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마장에서 하차하는 인구가 가장 많다는 혐오와 비난의 의도를 가득 담은 발언과 함께. 또한 무임승차는 지하철 운영에서 적자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말해질 때가 많고 무엇보다 무임승차하는 노인이 출퇴근 시간은 피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비난하는 말도 많다. 물론 무인승차는 교통복지, 의료복지 차원에서 논해야 한다는 논의도 있으며 무임승차가 수도권에 거주하는 노년에게 주로 혜택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서울 중심주의라는 문제의식 역시 존재한다.

그런데 출퇴근 시간에 무임승차를 하는 노인이 자식의 자식, 손자녀를 돌보기 위해 이동하는 중이라면? 다른 말로 무임승차를 출산율과 양육의 문제 중 하나로 논의할 필요도 있지 않을까? 지금은 무임이지만 비용을 내야 한다면 이는 단순히 노년층의 문제만이 아니라 손자녀를 노인에게 위탁하고 있는 양육자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무임승차 논의는 이성애-비트랜스 중심의 가족주의 체계에만 제공하는 혜택이기도 하겠지만 동시에 노년만의 문제가 아니라 어린 아이를 둔 양육자에게도 중요한 의제가 된다는 뜻이다.

물론 나는 이 의제를 그저 미디어에서 다루는 정도만 이해하고 있어서 더 정교한 논의를 하기는 어렵지만, 누가 더 정교하게 논의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