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은 어렵다

토론은 어떻게 해야 할까? 근래 토론을 할 기회가 좀 더 많아지면서 더더욱 토론을 하는 일이 어려워지고 있다.

수업을 하는 첫째 날이면 이런저런 가이드를 하는데 그 중 하나는 텍스트를 읽는 방법이다. 나의 가장 중요한 원칙: 각 텍스트의 한계를 다루지 말 것. 그러니까 이 텍스트에는 저런 논의가 빠져 있고 저 텍스트에는 이런 논의가 빠져 있다는 식으로 읽지 말라고 요청한다. 이런 태도로 쪽글을 쓰고 수업에서 토론할 것을 요청한다. 이유는 간단한데 모든 텍스트는 한계를 내재하기 때문이다. 모든 주제와 소재를 다루는 완벽한 텍스트는 없고 빠지는 내용 없이 글을 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모든 텍스트는 각자의 목표와 기획이 있고 그래서 그 한계 내에서 논의를 전개한다. 그렇기에 빠진 내용은 무궁무진하고 빠진 부분에 집중하면 텍스트에서 배울 것은 없다. 그러니 한계 내에서도 배울 수 있은 측면에 초점을 맞춰서 텍스트를 읽어주기를 요청하고 매번 이 지점에 집중한다. 학위 논문을 쓸 때면 한계를 적어야 하지만 그건 그때고 일단은 배울 수 있는 부분을 배우고 한계 내에서도 가능성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나는 토론을 준비할 때도 정확하게 이 지점을 중시해야 한다고 믿는다. 논문이나 발표문에서 연구자의 욕망과 기획의도를 찾고, 해당 논문의 한계나 제약 속에서 어떻게 연구자의 욕망과 기획을 더 잘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인가를 찾는 것. 연구자의 욕망과 기획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논문이 설정한 한계를 초과하지 않고 가급적 그 한계를 존중해줄 것. 이것이 토론의 역할이지 않나 싶은데 사실 나도 잘 하는 편은 아니라, 토론을 할 때마다 걱정하고 두려움을 느낀다. 오랜 연구 고민을 살리지는 못할 지라도 망치지는 않는 것. 이것이 토론의 역할이라고 배웠는데 그게 또 쉬운 일은 아니라 매번 부담스럽고 발표자/연구자에게 괜히 미안하고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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