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도서관에 오늘도 몇 권의 책을 주문했다. 그리하여 지금까지 얼추 200권의 퀴어 관련 책을 주문했다. 트랜스 이슈로 공부하겠다고 입학하여 지금까지 200권 가량의 트랜스와 퀴어 이슈의 책을 주문했다면, 먼저 입학한 사람으로서의 도리는 어느 정도 한 거겠지. 물론 졸업할 때까지 더 많이 주문하겠지만.
지금 다니는 학교는 퀴어 논의가 나름 활발한(상대적 의미다.. 현실은 많이 부족하다…) 곳인데도, 입학할 당시 도서관엔 퀴어 관련 서적이 예상 외로 많지 않았다. 어느 정도냐면 퀴어 관련 논의가 거의 없었던 그 전 학교보다도 적은 느낌이었다(물론 그 전 학교에서도 열심히 주문했기 때문이겠지만…). 그래서 열심히 주문했다. 물론 내게 필요한 책이라 주문했지만 이미 소장하고 있는 책이 도서관에는 없어 주문할 때도 있었다. 사실 굳이 책을 구하겠다면 아마존이나 교보 등을 통해서 개인적으로 구입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굳이 도서관을 통해 구입한 건 이를 통해 사서가 구입하지 않을 퀴어 서적을 도서관에 강제로 구비시키는 효과도 있고, 나중에 입학할 퀴어 연구자가 도서관에서 수월하게 퀴어 관련 도서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 퀴어 학제는 없지만 도서관에 퀴어 관련 서적이 어느 정도 있다면 그나마 숨을 쉴 수 있지 않을까? 자료가 없거나 자료가 도착하길 기다리느라 연구가 지연되는 일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이 내가 현실적으로 느낀 어려움이었고 그 어려움을 줄여나가고 싶었다.
물론 여전히 많이 부족하다.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10명의 퀴어 이슈로 공부하는 사람이 100권씩만 도서관을 통해 주문해도 1000권의 퀴어 관련 서적이 구비된다. 더 많은 사람이 주문하면 더 많은 퀴어 관련 서적이 도서관에 구비된다. 그리고 나중에 등장할 퀴어 연구자는 조금은 더 수월하게 퀴어 이론에 접근할 수 있겠지. 물론 그땐 그때의 새로운 논의가 등장하기에 여전히 주문해야겠지만 그 전에 발간된 책이 없어 곤란한 일은 줄어들지 않을까.
나의 욕심 중 하나는 퀴어락에 퀴어도서관을 만드는 것이다. 아카이브와 도서관은 명백하게 다른데, 퀴어락 부설로 퀴어도서관을 만들고 전세계에서 발간된 퀴어 관련 서적을 가급적 모두, 최소 3권씩 구비하여 연구를 수월하게 만들고 싶다. 지금은 꿈이지만, 언젠가 이룰 수 있기를…
하지만 퀴어도서관이 생기는 것만큼이나 전국의 많은 도서관에 퀴어 관련 도서가 많이 구비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