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애규범성, 불/편함과 슬픔, 그리고 장례식

2012년 10월 18일에 제출 쪽글입니다. 공개를 할까 말까를 좀 고민했습니다. 고민하다 귀찮아서 미뤘더니 벌써 두 달도 더 지났네요. 크. ;;;
공개를 망설인 이유는 이 글이 기말페이퍼 초안에 가까운 내용이라 그냥 기말페이퍼를 완성하면 그것을 공개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관련 주제로 기말페이퍼를 쓰다보니 욕심이 생겨(혹은 기말페이퍼를 제대로 못 썼다는 속상함에) 출판을 해야겠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고 내년 중에 어떻게든 출판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초안은 좀 더 묵혀두기로 하고, 쪽글을 공개합니다.
주제는 일전에도 몇 번 공개한 적 있는, ‘트랜스제더/퀴어, 감정’입니다. 감정과 퀴어이론을 연결해서 쓴 글 중에선 가장 처음 쓴 글이기도 하고요. 물론 엄밀하게 따지만 지난 봄에 쓴 “장례식과 퀴어의 위치성”이 최초지만요. 뭐, 어떤 글이 최초냐는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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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애규범성, 불/편함과 슬픔, 그리고 장례식
-루인
이성애가 일련의 규범과 이상으로서 뿐만 아니라 몸과 세계를 형상하는 감정을 통해서 얼마나 강력하게 작동하는지를 고려하는 것은 중요하다(Ahmed, 146).
“네가 번듯이 취직하고 결혼만 했어도, 그래서 외국여행이라도 보내드렸다면 네 아버지는 이런 사고를 겪지 않았고 돌아가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느냐.”
병원에서 장례식장으로 자리를 옮긴 새벽 세 시, 친척 어른이 내게 처음 한 말이었다. 뭐가 뭔지 알 수 없던 그 시간, 그래서 슬픈지 슬퍼해야 하는지 어떤지 종잡을 수 없는 상태였다. 미처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모든 감정, 특히 슬픔과 애도는 이성애 욕망, 이성애규범성, 이성애가족규범으로만 표현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되었다. 이것은 예고편에 불과했다. 거의 모든 조문객이 내게 공통으로 한 말, “이제는 결혼하자” “네가 결혼만 했어도…” “네 아버지가 손자를 얼마나 보고 싶어 했는데…” 슬픔과 애도는 유족을 걱정하는 방식이고 고인을 기억하는 형식이지만, 또한 이것은 이성애가족구조를 환기하고 고인과 유족을 이성애제도의 적법한 구성원으로 소환한다.
감정은 투명한 것도 아니고 자연스러운 것도 아니다. 슬픔과 애도는 특히 지배 규범을 통해 재현된다. 사라 아메드(Sara Ahmed)가 데이비드 엥(David L. Eng)의 논의를 빌려, “9.11 이후 애도의 공적 각본은 이성애규범성의 기호로 가득했다”(157)고 말했듯, 슬픔과 이성애규범성은 얽혀있다. 슬픔은 이성애규범성을 통해 표현되고 이성애규범성은 슬픔과 애도를 매개하여 제 토대를 더욱 견고하게 한다. 고인은 이성애 서사에서 획득한 것과 획득하지 못 한 것, 유족은 이성애 서사에서 제공한 것과 제공하지 못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손자를 획득하지 못 한 고인과 번듯한 직장, 결혼, 손자 어느 것도 제공하지 않은 나는 이 평가 체계에서 실패자(였)다. 나와 고인의 실패는 슬픔과 애도를 증폭했다. 울음이 넘실거리는 찰나, 조문객의 애통함은 고인의 부재 때문인지 나의 실패, 고인의 ‘실패’ 때문인지 모호했다.
그 많은 언설에 내가 할 수 있는 반응은 침묵이었다. 대답을 다그치는 이들에겐 마지 못 해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들의 언설에 ‘대항’할 수 없었다. 이성애규범이 자연질서인 장례식장에서 비이성애 실천, 비이성애 상상력은 존재해선 안 되는 것이었다. 이성애가족규범의 윤리를 통해서만 슬퍼할 수 있고 또 슬퍼해야 했다. 비이성애적 감정은 고인을 애도하지 않음, 고인의 마지막 소원마저 거부하는 불효막심함, 그리하여 장례식 행사와 공간을 망치는 망나니짓에 불과했다. 그 전까지 이성애 가족 서사에 부합하지 않는 나의 행동과 삶의 양식은 그저 철없고 세상 물정 모르는 것에 불과했다. 장례식장에서 나의 삶은 이성애규범성을 위협할 수 있기에 더 이상 내버려둘 수 없는, 강하게 규제해야 할 행동이었다. 이성애 가족 구성원의 일부면서 퀴어고 트랜스젠더인 나는 애도에 참여할 수도 없고 애도에서 추방될 수도 없는 위치를 점했다.
사흘 간 장례식장에 머물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애도 뿐이었다. 애도할 수 있는 적법한 위치에 있지 않음에도, 규범성의 실패자로 규정되었음에도 그랬다. 할 수 있는 것이 애도 밖에 없다는 말은 다른 역할에선 배제되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규범적 가족 서사에서 요구하는 ‘아들’처럼 산 적 없는 내게 모든 조문객은 이제 ‘아들’(그리하여 ‘남성’)로 살 것을 요구했다. 사흘 내내 나는 그 얘기만 들었다. 하지만 모든 장례 절차에선 주변인이었다. 내게 ‘남성’이 될 것을 요구한 모든 사람, 특히 친척 어른 누구도 ‘남성’ 역할이라 부르는 어떤 의사결정에서 내게 의견을 묻지 않았다. 애도의 이권 다툼에서 혹은 슬픔의 공적 전시에서 결정권자는 ‘상주’인 내가 아니었다. 장례식장에 머물지만, 애도를 주도해야 하지만 그곳에 푹 파묻혀(“sinking”) 있을 수 없었고 모두가 내게 적절히 행동할 것을 요구하지만 원하지는 않는 듯했다.
그리하여 장례식장은 내가 애도할 수도 없고 애도하지 않을 수도 없는 그런 공간이었다. 장례식장과 나는 서로 부대꼈다. 부대낌은 내가 머무는 공간이 어떤 규범으로 구성되었는지를 생생하게 포착하도록 했다. 편하게 슬픔과 애도의 시간을 가질 수 없었다. 장례식장에서 상주와 유족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슬픔과 애도라면 그것은 나의 역할이 아니었다. 슬픔과 애도를 규정받았지만 슬픔의 규칙과 애도의 규범성은 나를 배제했다. 내가 머무는 공간에서 나는 겉돌았다. 그리하여 나는 슬퍼할 수 없었다. 이 불편한 감정은 슬픔을 상쇄하거나 내가 느끼는 슬픔이 어떤 제도적/정치적 감정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도록 했다. 내가 슬퍼하고 있는 것은 ‘아버지’라는 자리의 상실 때문인가,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조우한 사람의 상실 때문인가, 슬퍼하고 울어야만 제대로된 애도라고 믿는 윤리 때문인가. 아메드는 공적 공간의 이성애규범적 애도와 퀴어의 애도를 따로 설명한다. 그렇다고 이것이 별개의 사건인 것은 아니다(아메드 역시 이를 별개라고 논하는 것은 아니다). 트랜스젠더인 내게 고인을 애도하는 일은 이성애규범적 애도와 퀴어의 애도가 충돌하고 경합하는 경험이다. 이 갈등에서 그리고 불편을 느껴야 하는 구조에서 또 다른 슬픔이 밀려왔다. 비규범적 젠더-섹슈얼리티를 실천하는 이에게 이성애규범적 장례식장은 이중의 슬픔을 생산한다.
아메드는 “퀴어 정치학을 위한 도전은 슬픔의 다른 방식을 찾고 다른 이의 슬픔에 반응하는 것”(159)이라고 했다. 맞다. 현재 사회에서 슬픔은 단 한 가지 방식 뿐이다. 다른 방식의 슬픔과 애도 실천은 ‘망나니짓’에 불과하다. 그러니 슬픔과 애도에 관한 ‘다른’ 정치학이 필요하다. 이때 다른 정치학은 퀴어의 이중 슬픔을 읽는 방식을 포함할 것이다. 규범성과 얽혀 있고 섞여 있지만 완전히 용해되지는 않은 그런 슬픔이 퀴어의 슬픔이고 이 슬픔의 정치학이 규범을 상대화하고 재구성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방콕, 기말 페이퍼 기간

지난 목요일 오전에 학교에 잠깐 갔다가 오후에 집에 들어온 이후 계속 집에 있다. 현관문 밖으로 일절 안 나가고 있다. 기말 페이퍼 기간이라 콕 틀어박혀 계속 논문 읽고 정리하고 글 쓰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조금 전 한 편 끝냈고 이제 마지막 하나 남았다.

학기 초만 해도 이런 기말을 예상하지 않았다. 일정이 꼬였는데 근본적 이유는 이번 학기에 세 과목을 들었다는 점이다. 주 5일 알바를 하면서 세 과목을 듣는 와중에 기말 페이퍼를 미리 준비하는 건 절대 불가능하단 사실을 절감하고 있다.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어떻게 조율할 수 있겠거니 했는데 아니었다. 그래서 수강취소기간에 하나를 취소할까 했지만 한 달 들은 것이 아까워 그냥 뒀더니 지금 이 모양. ㅠㅠㅠ 수업 듣는 날을 포함해서 한 과목 수업 준비에 이틀이 걸리니 세 과목이면 엿새가 필요하고 여기에 알바까지 감안하면… 다음부턴 반드시 두 과목만 듣겠노라고 다짐하고 있다. 그래야 제대로 된 기말 페이퍼를 쓸 수 있다.
암튼 마지막 남은 기말페이퍼를 단 며칠 사이에 A4지로 15매 분량의 글로 써야 한다니… 말도 안 되는 일정이지만 기말페이퍼 기간엔 초인 같은 힘이 생기는 걸. 후후. 물론 글의 질은 보장 못 합니다. 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게 가장 속상하다. 글의 질이 엉망일 게 뻔하단 점이 가장 속상하다.
아무려나 지금 바깥 날씨가 추운지 더운지(음?) 모르겠다. 그냥 방구석에 콕 박혀 바람만 괴롭히면서 기말페이퍼를 쓰고 있으니 뭐가 뭔지 모르겠다. 그래도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은 즐겁다. 며칠 전 수업 뒷풀이 자리를 가졌는데 선생님께서 요즘 에로스 지수가 어떻게 되냐고 물었다. 이른바 에너지 지수라고 이해해도 무방할 듯한데, 100을 기준으로 난 85-90 사이라고 말했다. 기말이라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기말이라서 오른 것이다. 기말이 아니었다면 80 전후였을 듯. 글을 쓰는 시간, 글을 써야 하는 일정이 있으면, 그 촉박한 일정과 내 글의 한계에 엄청난 자괴감을 느끼지만 그래도 힘이 난다. 힘이 나는만큼 글도 잘 쓰면 좋으련만.. 엉엉엉.
암튼 내일 오전엔 집 근처로 산책이라도 좀 해야겠다. 너무 집에만 있으니 환기가 필요하다. 기분 전환도 필요하고. 오래 돌아다닐 수 없으니 10-20분 정도 산책이라도 해야겠다.
아, 그리고 1월 3일 사고를 칠 예정이다. 뭔가 중대 발표할 거다. 물론 귀찮거나 까먹으면 그냥 넘어가겠지만. 크. ;;; 박근혜도 대통령이 되는 시대에 나라고 못 할 게 뭐냐 싶어 일단 지르기로 했다.

KSCRC 퀴어 아카데미 2013 겨울

많은 분들이 기다렸을 거라고 믿는 KSCRC 퀴어 아카데미 2013 겨울 강좌가 열립니다! 🙂

많은 신청 부탁할게요. 헤헤.

자세한 내용은 http://kscrc.org/academy/class.html 을 참고하시고요.
[강좌1] 이론 입문: 감정과 관계에 대한 퀴어적 읽기
강사_우주현 (중앙대 한국사회학연구소 연구원)
        김영옥 (한국여성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이미지 비평가)
        루인 (트랜스/젠더/퀴어 연구활동가)
 
동성애자는 즐겁기만 한 존재인가? 그동안 기쁨, 쾌락을 중심으로 퀴어를 이야기해 온 것 자체가 이성애 규범성의 위반이라는 정체성에 도리어 얽매였던 것은 아닐까. 애도의 이성애규범성, 우울과 시간성, 자아와의 관계 맺기 등 그동안 잘 다루지 않았던, 하지만 너무나도 중요한 감정과 관계의 문화 정치를 퀴어 이론과 접목해 퀴어적 시각으로 다시 읽기를 시도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 전체 4강
□ 2월 셋째, 넷째 수요일, 목요일 저녁 7시~9시
□ 수강료 5만 원 (센터회원 10% 할인)
 
1강 <응답하라 XXXX>: “손발 오그라드는” 퀴어 아카이브 (2월 13일, 수) 강사_우주현 (중앙대 한국사회학연구소 연구원)
 
뜨겁고도 순수했던, 그래서 시리도록 그리운 그 시절. 들리는가? 들린다면 응답하라, 나의 90년대여.”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 화제다. 케이블 TV 드라마로는 이례적으로 평균 시청률 8%를 기록하며 대중들의 호응을 얻었던 <응답하라 1997>에 대해 혹자는 “1990년대 학창 시절을 보낸 이들이라면 이 드라마에 응답해야 한다”(중앙일보)라고 말한다. <응답하라 1997년>은 현재 20-30대를 위해 1997년이라는 과거의 시간을 일종의 종합선물상자의 형태 (아카이브의 형태)로 포장한다. 이성애 규범 사회가 구성하는 ‘시간의 종합선물 상자’를 비판하고 그 시간성에서 배제된 퀴어버전의 <응답하라 ‘XXXX’>를 기억하며 (혹은 상상하며) 본 강의는 시작한다
 
2강 퀴어 시간성과 퀴어 감정 (2월 14일, 목) 강사_우주현 (중앙대 한국사회학연구소 연구원)
 ‘과거의 퀴어 ‘시간’은 어떠한 ‘감정’을 통해 기억되고 어떻게 현재의 나의 퀴어한 몸과 정체성을 구성하는가?’라는 굵직한 질문을 던지고 이러한 질문에 함께 ‘응답’해 보고자 한다. 토니 모리슨에 의하면 ‘감정적 기억(emotional memory)’은 우리가 감정을 통해 하는 기억이자 몸을 통해 표현되고 나타나는 기억이다. 수치감, 혐오, 즐거움, 민망함, 슬픔, 씁쓸함, 당당함, 소외감을 통해 기억되거나 망각되는 과거에 대해, 퀴어 감정과 퀴어 시간성의 관계에 대해 살펴보자.
 
3강 그 여자의 수줍음: “내게도 근육이 있어요” 혹은? (2월 20일, 수) 강사_김영옥 (한국여성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이미지 비평가)
 
오인된 자아에는 빗금이 쳐진다. 그 여자도 빗금쳐진 자아로 산다. 그 여자의 빗금쳐진 자아가 타자/외부와 만날때 그곳에는 희미한 수줍음의 경계지대갸 형성된다. 일종의 non/contact zone 이다. 감정이 심리 뿐만 아니라 아니 오히려 그보다 훨씬 더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이라면, “자신에게도 근육이 있음”을 인정받고 싶은 그 여자의 수줍음은 무엇을 전달하고자 함인가.
<핑거스미스>를 거울 삼아 <고독의 우물>을 읽으며 ‘수줍음’이라는 코드로 감정교육의 누락된 장을 열어보자.
   
4강 나와 나 사이에서 나를 이루는 이물감: 트랜스젠더, ‘우울’ 그리고 변동 (2월 21일, 목) 강사_루인 (트랜스/젠더/퀴어 연구활동가)
 
나 자신에게 커밍아웃을 한 이후 나는 나와 매끄럽게 만나지 않는다. 언제나 어떤 이물감을 매개하여 나를 만난다. 다른 사람들 역시 어떤 식으로건 이물감을 경유하며 이런 나를 만난다. 내가 겪는 변화는 나를 어떻게 바꾸고 나는 어떤 감정을 느끼며 다른 사람들은 이런 나와 어떻게 관계 맺을까? 이번 강좌에선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붉은 애무>와 같은 작품을 중심으로, 나의 변화가 나 자신의 감정과 타인과의 관계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얘기하고자 한다.
 [강좌2] 십대와 비십대를 위한 상담치유워크숍: 나를 만나는 겨울 여행- 소통!
진행자_장원모 | 라이더
   
요즘은 모두들 소통, 소통 외칩니다. 그럴 만큼 소통이 인간에게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지요. 또 한편으로는 우리가 소통을 참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해요. 소통을 잘 하려면 가장 먼저 자기 자신과 소통을 시작해야 합니다. 내 생각, 내 감정, 내 상처 등 내 것을 잘 알고, 보듬지 못한 상태에서는 다른 사람과 소통하기는 참 어렵지요. 자신을 좀 더 잘 알고 싶은 분들, 자신을 좀 더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은 분들, 다른 사람들과 만나고 나누고 싶은 분들 모두 모여 우리, 소통해요!!
   
[프로그램 세부 내용]
   
– 1회 1월 6일 일요일 오후 3시~5시
  명함만들기: 미래의 내 모습 궁금하지 않나요?
– 2회 1월 13일 일요일 오후 3시~5시
  내 마음의 우산: 내 마음을 만나는 시간 가져보아요.
– 3회 1월 20일 일요일 오후 3시~5시
  찰흙대화: 자신과의 대화, 내가 모르던 나를 만날 지도 몰라요.
– 4회 1월 27일 일요일 오후 3시~5시
  나, 우리: 상처를 딛고 나아가는 우리가 될 거예요. 첫 기억 떠올리기
 
□ 참가주체: 퀴어, 퀴어로 살아가기를 고민하는
    청소년, 성인 (4인 이상, 8인 이하)
□ 본 프로그램은 4회 전회 참여를 원칙으로 합니다. 다만, 지방 거주 등 부득이한 경우 반드시 신청 시에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 참가비 청소년 2만 원(5천 원 X 4회) / 성인 4만 원 (1만원 X 4회) 참가비는 재료비와 다과비 실비입니다.
 
 
[강좌3] 논쟁과 이슈: 20년간 뜨거웠던, 아직 끝나지 않은 논쟁들
 
1993년 초동회를 한국의 성적소수자 인권운동의 시작으로 친다면 2013년으로 20년이 된다. 하지만 단지 운동의 시작점이 아니라 소식지를 만들고, 회원을 모았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다른 커뮤니티 형성의 역사로도 읽을 수 있다. 그 20년의 시간동안 갈등과 논쟁들 중에서 먼저 여섯 가지를 뽑아 보았다. 이번 시간은 20년간의 흐름을 다시 정리하고 살펴보는 자리이기도 하겠지만 이 논쟁들을 잠재우기 위함이 아니라 그동안 놓친, 혹은 더 새롭게 문제 제기할 것은 없는지를 강사와 수강생이 함께 다투어보는 자리가 될 것이다. 역대 가장 뜨거운 논쟁과 이슈의 시간.
 
□ 전체 6강
□ 1월 셋째주~2월 둘째주 매주 수요일, 목요일 저녁 7시~9시
□ 수강료 7만 원 (센터회원 20% 할인)
 
1강-[에이즈] 게이들이 놓친 에이즈와 선택한 에이즈 사이의 갈등 (1월 23일, 수)
강사_ 김현구 (iSHAP 소장)
 
에이즈예방운동과 에이즈인권운동은 다른 것일까? 한국의 게이들은 어디까지 현실을 인정하고 어떤 현실은 외면하고 있는 것일까? 그동안 에이즈 관련 토론회에서 들려지지 않았던 이야기, 199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게이들과 에이즈의 갈등, 그 운동의 역사와 갈등까지 모두 벗겨보는 자리가 될 것이다. 더불어 iSHAP 활동 10년을 되돌아 보는 흔치 않은 기회!
 
2강-[진정성] 여기서, 지금, 누가 퀴어인가 (1월 24일, 목)
강사_ 현수 (이화여대 여성학과 박사과정, 유섹인 활동가)
부치와 팸을 두글자와 한글자로 대체하고, “티나는 사람”을 경계하며, “팸투팸”이 유행하고 있는 최근의 L커뮤니티의 흐름 속에서, 또 한 켠에서는 “제가 머리가 짧으니 상대방 분은 길었으면 해요”와 같은 언설이 자연스럽게 이 공간을 비집고 다닌다. 연애 안 한지 5년이 넘었지만, 연애하고 싶은 마음도 없는데 그럼 나는 L인가, 무성향인가 묻는 친구와 남친과 예전과 같은 레즈비언 섹스를 시도하고 있으니 여전히 L이라고 주장하는 친구들이 공존한다. 여기서, 지금, 누가 퀴어인가? 는 이러한 담론들 사이에서, 누가 퀴어인지를 정의내리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속에서 퀴어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관계를 맺으며, 어떤 변화 속을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그래서 이 커뮤니티에서의 배제에 대해, 정치적 올바름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떠나가고 남겨지고, 배제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일어나는 과정 속의 느낌들, 감정들, 정서들에 주목하고자 한다.
 
3강-[커밍아웃] 클로짓 게이의 예정된 커밍아웃 (1월 30일, 수)
강사_ MECO (대학원생, 클로짓 온라인 게이)
모두가 커밍아웃을 말한다. 그러나 대립하는 의견은 첨예하기만 한 듯하다. 커밍아웃은 무언가의 수단인가, 혹은 수단이어야만 하는가? 한 클로짓 게이에게 커밍아웃이 가지는 의미를 고민한다. 그에게도 커밍아웃의 가능성은 존재하는가. ‘주말 게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그려지는 커밍아웃의 모습과 가능성, 그리고 변화를 설명하고자 하는 어떤 시도 또는 제안.
 
4강-[아웃팅] 아웃팅의 딜레마, 그 함정에서 빠져 나오기 (1월 31일, 목)
강사_ 한채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대표)
 
2000년 커밍아웃과 아웃팅은 한국 사회에 동시에 던져졌다. 그 후 아웃팅방지캠페인이 시작되었고 ‘아웃팅은 범죄’와 같은 슬로건이 ‘아웃팅 가중처벌’과 같은 정책적 요구로 정착되었다. 하지만 이것이 정말 성적소수자의 인권에 도움이 될까. 아웃팅으로부터 안전할 권리란 가능한 것일까. 아웃팅 개념이 강화될수록 우리가 놓치는 것은 없는가. 과연 프라이버시 보호권일까. 우리가 빠진 딜레마를 직시하고, 함정에서 어떻게 빠져나올지 모색해보자.
 
5강-[트랜스젠더] 나를 해부하라 (2월 6일, 수)
강사_ 김비 (소설가)
‘대한민국에서 트랜스젠더라는 이름으로 살아온지 15년이 넘어서고 있다. 내가 나의 혼란스러운 존재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을 때, 한국에는 트랜스젠더라는 말 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무지한 세상에 <나>라는 존재를 각인시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고, 특정 연예인의 출현으로 세상은 편견 위에, 또 다른 편견이 덧대어졌다. 2013 년 마흔셋이 된 지금, 나는 편견 속에서 생존하려했던 나의 발버둥을 추적하려한다. 아울러 시간의 힘을 빌어 그 시절의 혼란을 해부하고자한다. 이것은 과거를 되짚어가는 일이자, 또한 한국의 트랜스젠더라는 이름으로 생존을 모색하는 또 다른 발버둥일 것이다.’
 
6강-[범주논쟁] 범주의 문제, LGBT의 불/가능 (2월 7일, 목)
강사_ 타리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 상임연구원)
 
바이섹슈얼과 트랜스젠더의 존재와 성소수자 내부의 차이가 드러나기 시작했지만 성소수자 운동에서 B와 T의 자리는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다룰 수 있는지 여전히 어렵다. 그러나 현재 알 수 있는 것은 그러한 존재와 차이들이 그간에 전제해왔던 것들을 의심하고 다시보게 한다는 점이다. 바이와 트랜스의 등장은 LGBT라는 범주의 불가능성을 보여준다. 바이와 트랜스의 존재와 실천은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이라는 두 세계에 대한 더 넓은 이해를 가능하게 함과 동시에 안정적 범주로서의 LGBT의 경계가 불안정하며 교차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끊임없이 환기시킨다. 한편으로는 LGBT 범주가 특권화되었다고 비판하면서 IAQ, 퀴어, 젠더퀴어, 안드로진, 판섹슈얼, 데미섹슈얼 등의 용어를 주장하는 움직임이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실천들은 어떤 문제를 제기하고 있고, 어떤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가.
[강좌4] 퀴어문화: 일본 <게이 스터디즈> 함께 읽기
 
서구 퀴어 이론과의 차별성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기획되었던 일본 최초의 게이 이론 서적 <게이 스터디즈>! 특히 동경도와 아카(행동하는 게이/레즈비언의 모임)사이에 있었던 동성애자의 유스호스텔 이용 여부를 둘러싼 역사적 소송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담은 귀중한 자료이기도 하다. 이 책은 KSCRC에서 2004년에 이미 번역과 저자들과의 추가 인터뷰까지 모두 끝냈지만 미처 출판하진 못했다. 시간은 흘렀지만 지금도 매우 흥미롭게 읽을 지점들이 있기에 이번 아카데미에서 공유의 기회를 만들었다. 국내에서는 거의 접하기 힘든 일본의 동성애 이론과 운동의 역사를 접하고, 즐겁게 한 권의 책을 마스터해보자.
 
□ 전체 2강
□ 1월 16일(수), 17일(목), 저녁 7시~9시
□ 참가비 2만 5천 원
□ 게이 스터디즈의 세부목차는 강의신청 게시판에 공지로 올려놓으니 참고해주세요. 수강 신청하신 분들에게 번역본을 제본해 드리고 원본 제본은 따로 신청을 받겠습니다.
1강: 일본 <게이 스터디즈> 함께 읽기 (1월 16일, 수)
책소개/읽기 이끔이_ 한채윤 (게이 스터디즈 번역감수)
   
2강: 일본 <게이 스터디즈> 함께 읽기 (1월 17일, 목)
책소개/읽기 이끔이_ 한채윤 (게이 스터디즈 번역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