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인간입니다’라는 말의 급진성을 고민한다. 일견 기존 인간 개념에 순응하는 듯, 동화주의적 발언인 듯한 이 말은 결코 그렇게만 사유할 수 없도록 한다. 우리도 인간이란 말은 인간이란 개념에 배제된 존재의 발화다. 이 발언은 인간으로 취급되지 않은 존재의 저항적 발화이자 삶의 경험을 응축한 발화다. 나도 인간이라는 발언, 그리하여 네가 나를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는 그 태도를 나의 인식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발언이다. 그래서 ‘우리도 인간입니다’라는 발언은 이 발언을 할 수밖에 없는 맥락을 되새기도록 한다. 지금 2014년에 ‘우리도 인간입니다’라는 발언을 한다는 건 이 사회의 분위기가 어떤지를 가늠할 수 있도록 한다. 물론 ‘우리도 인간입니다’는 인간 개념 자체를 재구성할 것을 요구한다. 나도 인간이라면 인간의 개념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가장 보수적이고 순응주의적, 동화주의적 발언이 사실은 기존 인간 개념을 뒤흔드는 발언이기도 하다. ‘그럼 도대체 인간이란 어떤 범주의 존재인가?’그래서 ‘우리도 인간입니다’란 발언은 좀 무서운 발언이자 근본적으로 사유할 것을 요구한다. … 당신은 지금까지 ‘인간’이란 단어를 들었을 때 누구를 떠올렸나요? 당신이 떠올리는 사람은 장애인인가요 비장애인인가요? 트랜스젠더인가요 비트랜스젠더인가요? 비이성애자인가요 이성애자인가요? 비이성애자라면 동성애자인가요 다른 성적지향의 사람인가요? 그리고 인터섹스인가요 비인터섹스인가요? 당신이 떠올리는 인간의 모습에 누가 자리하고 있나요? … 뭐, 이런 질문을 하도록 한다.
[월:] 2014년 02월
잡담
ㄱ
어제 밤엔 상한 음식에 피는 하얀 곰팡이처럼 곱상하고 예쁜 눈이 내렸다. 소복하게 길에 쌓였고 그 길을 걸으니 즐거웠다. 눈이 내리는 밤, 통유리로 된 카페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며 바라본다면 더 예쁘겠다는 생각을 했다.
ㄴ
긴장하며 어떤 일을 집중해서 하다가 갑자기 긴장이 풀리면 기절하거나 쓰러질 수 있음을 깨달았다. 이번 주 내내 긴장과 피곤의 연속이었다. 어머니 수술과 알바를 새로 시작하는 일로 잠시도 긴장을 놓지 못 했다. 피곤했음에도 느긋하게 푹 잘 수도 없었다. 어제 하루는 좀 여유있는 일정이었고 그래서 금요일 밤에 일찍 자서 토요일 아침에 늦게 일어났다. 그럼에도 어지러웠고 눈 앞이 어둑하니 사물이 잘 안 보였다. 이대로 쓰러지는 것일까 싶은 수준. 그래서 낮에 눈을 붙였고 몇 시간을 더 잤다. 그러고 나서야 몸이 좀 괜찮았다. 피로와 긴장이 몸에 가득 쌓여있었구나…
여기서 덧붙일 내용은 긴장감 자체는 좋지만 이번 긴장감은 복잡한 심경의 긴장감이었다.
ㄷ
어머니는 더디지만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 어제 통화를 했는데, 물론 아직 얘기를 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라서 다른 사람이 통화를 도왔다. 그런 와중에 내게 한 말, 빨리 결혼해라. 아, 온갖 복잡한 기분이 드는 말이었다. 회복이 진행될 수록 결혼하라는 말을 더 자주하겠지. 아, 싫다.
러시아, 올림픽, 구글, 그리고
‘스포츠 활동은 인간의 권리이다. 모든 사람은 어떠한 차별도 없이 우정, 단결, 페어플레이 정신과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올림픽 정신에 입각하여 스포츠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누려야 한다.’ – 올림픽 헌장(번역 제공: Google)
“The practice of sport is a human right. Every individual must have the possibility of practicing sport, without discrimination of any kind and in the Olympic spirit, which requires mutual understanding with a spirit of friendship, solidarity and fair play.” –Olympic Charter
구글의 첫 화면은 소치올림픽을 기념했다. 올림픽이 어떤 행사인지 그 의미를 그냥 전달했다. 구글에서 특별한 문장을 쓰기보다는 그냥 올림픽 헌장에 있는 문장을 골랐다. 그리고 이것이 또 하나의 정치적 의미를 구성했다. 인용은 언제나 가장 정치적 행위 중 하나고 오늘의 구글 두들 역시 그러했다. 러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퀴어 혐오(http://mitr.tistory.com/ 이곳에서 잘 전하고 있다)를 환기시켰고 이런 행위가 어떤 의미인지를 다시 한 번 살피는 계기를 만들었다. 물론 구글이라는 일개 기업의 일에 이렇게 호들갑 떨 필요는 없다. 그냥 일개 기업의 일이다. 하지만 이런 일개 기업의 일, 한 개인의 일이 모두 어떤 힘을 만든다. 어떤 특별한 존재의 특별한 발언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 아니다. 그것은 임계점을 넘어서는 계기일 뿐이다. 일개 기업 하나, 일개 개인 한 명의 힘이 변화를 이끈다. 그래서 어제 있었던 일을 기록하고 싶다. 구글이 아니라, 퀴어 혐오에 분노하거나 저항하며 노력하고 고민하는 모든 사람을 기억하기 위해서.
이 날의 메인화면은
영어 판본 http://goo.gl/D8FNMW
한국어 판본 http://goo.gl/Kcqc8c
+
사실 구글한국어 사이트에 나온 번역은 구글번역기 번역인데 바로 이런 이유로 놀랬다. 구글번역기가? 정말 구글번역기가? 하긴, 구글번역기는 학습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