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변화가 모두에게 분명하게 인식되지는 않는다. 어떤 사람에겐 엄청난 변화가 타인에겐 별다른 변화 없는 것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러니까 변화란 것도 인식할 수 있는 정도에서만, 변화라고 가정하는 수준에서만 인식된다. 일상에서 상상하지 않는 변수가 야기하는 변화는 변화로 인식되지 않는다. 그냥 변화가 없다고 이해되거나 전혀 다른 사람으로 인지되거나. 그래서 타인의 변화를 인식하는 능력은 관심과 함께 상상력, 내 삶의 관심사를 모두 포괄한다. 내가 타인의 변화를 잘 감지한다는 뜻이 아니라 그냥 그렇다는 뜻이다.
[월:] 2014년 02월
휴식 혹은 좀 쉬는 방향으로
어머니 수술 결과가 나오고 몇몇과 연락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한 선생님이 내게 당분간 글쓰는 일은 중단하거나 미루라는 조언을 줬다. 단지 그 조언 때문은 아니다. 어머니 수술 때문도 아니다. 작년 말부터 계속해서 해왔던 고민이다. 2014년 한 해는 출판원고를 줄여야겠다고.
올 한 해는 쓰는 즐거움보다 읽는 즐거움에 좀 더 집중하고 싶다. 그저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음미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 글을 쓰기 위해서 논문이나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냥 읽는 일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싶다. 글을 쓰는 게 힘들다는 뜻이 아니라 읽는 일에 더 집중하고 싶다는 뜻이다.
그래서 올 한 해는, 작년에 이야기를 해서 올 해로 이어지는 원고를 제외하면 추가로 더 출판원고를 가급적 쓰지 않기로 했다. ‘가급적’이란 예외 조건을 둔 건 속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몇 가지 가능성엔 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원고료가 적절해서 생계에 보탬이 되는 원고는 쓸 가능성이 높겠지. 후후. 그렇지 않으면 올 한 해는 쓰지 않으려고. 물론 내가 출판원고를 쓰고 싶으면 쓸 수 있는 깜냥은 아니다. 누구라도 청탁만 해주신다면 냉큼 받을 준비는 되어 있다. 그저 올 한 해는 글을 줄이고 싶을 뿐이다.
그렇다고 글 자체를 쓰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다. 글은 계속 쓸 것이고 늘 쓸 것이다. 출판원고를 줄이겠다는 것 뿐. 그리고 작년에 얘기한 원고도 이미 가득이라.. ㅠㅠㅠ
덧붙이자면 설연휴 동안 어머니가 입원하고 수술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그저 좀 쉬고 싶기도 했다. 부담을 좀 덜어놓고 싶기도 하다. 글쓰기가 부담이란 뜻이 아니라, 그저 어떤 일정의 부담을 덜고 싶다. 한 숨 돌리고 싶다.
+
이것은 ‘차이기 전에 내가 찬다’는 태도입니다. 원고 청탁하는 사람도 없는데 청탁 받지 않겠다고 미리 떠드는 웃긴 상황. 우후후. ㅠㅠㅠ 크크크 ㅠㅠㅠ
후기
ㄱ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많이 피곤하지만 다시 제 일상을 유지해야죠.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고요
ㄴ
어머니의 수술은 끝났습니다. 잘 끝난 것일지는 회복 과정을 지켜봐야죠. 수술이 목표로 한 부분은 잘 끝났습니다.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는데 잘 끝났다니 다행입니다. 하지만 회복 과정을 거쳐야 수술의 효과를 더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죠. 그러니 좀 더 기다려봐야죠.
ㄷ
뇌 수술을 하고 나면 성격이 변한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뇌와 성격의 관계가 매우 밀접하다는 얘기죠. 뇌가 성격을 결정한다는 뜻이 아니라 뇌와 성격 사이엔 강한 인과관계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성격은 뇌가 결정하니 어쩔 수 없다는 얘기를 해선 안 된다는 뜻이지만, 뇌가 성격에 영향을 끼치면서 때론 어쩔 수 없는 일도 생긴다는 뜻. 모순 같지만 모순은 아닙니다.
ㄹ
댓글로, 개별 연락으로 안부를 물어주신 분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태블릿으로 블로깅을 하다보니 댓글에 답글을 못 달았네요. 좀 정신차리고 답글 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