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밍아웃

담 주 까지 해야 하는 과제를 몸앓다가 어쩌면 다음 수업 시간에 커밍아웃 할 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스쳐갔다. 그 자리 그 수업에서 커밍아웃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 중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이랑뿐인 상황에서의 커밍아웃이라..

아웃팅 되기 싫어서 커밍아웃을 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 자리에서나 커밍아웃을 하는 것도 아니다. 어떤 의미에선 의심 받기 싫어서 커밍아웃하는 건지도 모른다. 수업에 발표할(지도 모를) 내용이 섹슈얼리티와 밀접하기 때문에, 한국 사회에선 이반queer에 관심만 있어도 “너, 혹시..”하는 시선에 시달리기 때문에 이런 폭력적인 시선에 시달리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그냥 커밍아웃하는 건지도 모른다.

동시에 수업 발표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선 루인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설명이 우선시 될 수밖에 없기에 커밍아웃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물론 주제를 바꿀 수도 있다. 전혀 상관없는 주제, 너무 진부해서 아무도 언급하지 않고 넘어갈 수 있는 주제. 하지만 지금의 루인/몸을 배반하고 싶지 않다. 그냥 드러내기로 했다. 그 다음 상황은 그때 고민하기로 하고.

어쩌면 한국사회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이 자기혐오/공포self-phobia를 과장/강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만날 수 없는 당신

당신을 만날 수 없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있어요.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당신을 맘껏 그리워 할 수 있게 하니까요.
당신을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단 1%만 있어도 당신을 떠올리지 않을 거예요.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음.
그것이 당신을 떠올리게 하는 원동력이죠.

당신을 만나요, 매일같이.
매일 같은 곳에서 당신을 만나죠.
그러니 당신은 모를 거라고 믿어요.
모르길 바라는 거죠.

당신을 다시는 만나지 않길 바라요.
과거에도 그랬듯 앞으로도 만나지 않길 바라요.

눈 위에 쓴 이름처럼 그렇게 쉽게 잊길 바라요.

매운 떡볶이

세미나가 끝나고 玄牝으로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떡볶이가 먹고 싶어서 근처에 보이는 곳으로 들어갔다. 운 좋게도 그곳은 즉석으로 만드는 곳이었고 그래서 루인이 먹을 수 있는 방법으로 주문할 수 있었다.

먹는데, 으으으, 좋아. 맵다맵다맵다맵다맵다맵다맵다. 매워서 좋다. 이히히. 정말 오랜만에 신나게 매운 걸 먹었다. 으흐흐. 좋아좋아좋아. 자주 애용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