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다른 때의 취향을 아는 사람들에겐 ‘의외’일 수도 있겠지만 최재훈을 듣고 있다. (이 ‘의외’라는 반응은 사실, 상당히 폭력적인 반응이다. 그건, 상대를 자신이 가지고 있는 편견/선입견에 고정시켜 자신이 알고 싶은 모습으로 만들려는 통제에서 벗어날 때 발생하는 것이다. #덧붙이면, 이와 관련해선 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할 듯 하다. 지금 정도의 글은 너무도 단순화된 내용이다.) 신보일 리는 없고 예전에 좋아했던 음악들을 듣고 싶어 인터넷을 뒤져 찾아낸 몇 곡의 음악을 듣고 있는 정도. (몇 장 가지고 있는 앨범은 CDP가 없던 시절에 산 테이프들이라 찾기 귀찮은(! -_-;;) 곳에 있다.)
한국가요를 들으면 가장 좋은 점이 가사를 들을 수 있다는 것. (이런 장점은 때로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하는데 차라리 몰랐으면 하는 폭력적인 가사라서 그럴 수도 있고 너무 아파서일 수도 있고.) 그래서 음악을 듣다가 아주 재미있는 가사를 발견했다.
[#M_ 최재훈 – 함께 있으면 좋을 사람 | 최재훈 – 함께 있으면 좋을 사람.. |
우리 사랑은 이제 금방 시작됐잖아
내 인생 여기다 혼자 남겨두고 갈거니
보고 싶지만 널 보고 싶지만 안녕
떠나가는 내 사람아 날 위해 떠나가는 내 사람아
그곳까지 너를 따라 갈 수 없어
울고 있는 한 남자를 용서해줘 내 사람아
나를 잊지 말아 그토록 사랑한 걸 잊지 말아
이 세상 아픔 모두 지나가면 우린 다시 만날 수가 있을 거야
떠나가는 내 사람아 날 위해 떠나가는 내 사람아
그곳까지 너를 따라 갈 수 없어
울고 있는 한 남자를 용서해줘 내 사람아
나를 잊지 말아 그토록 사랑한걸 잊지 말아
이 세상 아픔 모두 지나가면 우린 다시 만날 수가 있을 거야
잊어버려야 좋을 사람 잊어버릴 수 없어
그동안 행복 했어 안녕
#듣고 싶으면…최재훈 – 함께 있으면 좋을 사람
_M#]
아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모르는 사람도 있을 노래인데 어느 드라마 주제곡인가 그런 걸로 기억하고 있다.
이 노래가 재미있게 다가온 건, “울고 있는 한 남자를 용서해줘 내 사람아” 때문.
이 가사가 귀에 들어오자 가장 먼저 떠오른 건, ‘게이’ 영화 사운드트랙으로 삼으면 딱 좋겠다는 것이었다. 대충 노래 가사처럼 그런 내용으로 해서. 흐흐.
음악이란 것이, 비단 음악 뿐 아니라 모든 텍스트가 고정된 의미를 생산하지 않는다는 것이야 누구나 알고 있을 테고 그렇기 때문에 텍스트는 그 텍스트를 만나는 사람/맥락에 따라 매순간 새로운 의미를 생산하기 마련이다. 이 노래 가사도 그런 하나의 전형으로 보였다. 스스로를 남성으로 정체화하고 게이로 정체화하고 있는 사람들 간의 연애 영화에 들어간다면, 스스로를 여성/남성으로 정체화하고 있고 각자 이성애자로 정체화하고 있는 관계의 연애 영화에 들어가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가 발생할 것이다.
그러면서 루인이 본 이반queer영화 중 ‘게이'(로 보이는 혹은 그렇게 자신들을 정체화하고 있는) 관계 중 이 노래가 어울릴 만한 영화가 뭐가 있을까 하며 마구 키득거렸다. 히히히.
사실 가요들 중엔 이렇게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가사들이 상당수 있는 편이다. 가수와 제목이 떠오르진 않지만, 얼핏 보면 이성애gender연애제도의 성역할gender rule에 가장 충실한 듯이 보이는 가사 중에 의외로 ‘레즈비언’/’게이'(으로 자신을 정체화하고 있는) 관계로 볼 수도 있는 곡들이 많다. 그렇다고 어떤 노래들이 가지고 있는 폭력성에 대한 비판이 있으면 안 된다거나 그렇게 비판하는 너의 위치가 문제야 라고 말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이런 자세가 더 위험해 보이는데 이런 자세가 바로 텍스트를 고정된 것으로 해석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흘러나오는 음악들에 대한(그리고 텍스트들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들이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더 재밌고 풍부한 삶이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