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기획과 정보 습득의 갈등

무언가가 어디에 좋다라는 식의 정보는 차고 넘치는데 이 정보는 정부가 좋아할 내용이다. 국민 건강은 국가 재정의 문제, 즉 건강보험료 지출의 문제란 점에서 사람들이 건강과 관련한 정보를 많이 주고 받을 수록, 그리고 실제 실천할 수록 정부는 좋아한다. 다른 말로 건강 관련 정보는 국가/정부가 어떻게 국민/시민을 살릴 것인가를 관리하는 장치다.
그런 점에서 이 정보는 여러 사회적 배제를 밑절미 삼는데 장애, 퀴어, 그리고 비만이다. 건강 정보는 언제나 장애인 안 되기를 표명하고 퀴어를 (‘건강한’) 국민에서 배제하고 비만을 질병으로, 사회의 위협으로 호명한다. 비만이 반드시 건강에 문제를 야기하지 않음에도 거의 모든 건강 정보는 비만을 적대하고 무조건 건강에 문제가 있는 존재로 소환한다.
따라서 내게 건강 관련 정보는 첨예하게 갈등하는 이슈며 사회 질서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의제다. 그런데 여기에 비염 관리가 개입되면 복잡해진다.
첨예한 논쟁거리인 건강 관련 정보가 내겐 어쨌거나 필요한 정보로 변한다. 모든 정보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지만(비염에 좋다는 음식은 수천 가지일 것이다) 어쨌거나 알아는 둘 필요가 있는 정보다. 그리하여 나는 계속 갈등한다. 내가 이렇게 자료를 찾고 있는 건 어떤 목적에서인가,라고.
물론 어쨌거나 아픈 몸, 혹은 결코 내가 조절할 수없는 몸(다음주 수요일엔 절대 비염이 터져선 안 된다고 해서 이걸 내가 관리할 수 있는 게 아니다)이기에 어떤 정보는 필요하다. 아픔을 정치적으로 사유한다고 해서 아픔을 방치하거나 아픔을 무조건 참아야 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갈등한다. 내게 유익한 정보가 동시에 내게 유해한 정보이자 내가 가장 비판하는 정치학을 함의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비염에 효과가 있다는데 남성 성기능 문제에도 효과가 있고 고혈압 및 당뇨에도 효과가 있다고 할 때 이 정보는 내게 골치 아픈 이슈가 된다. 이 정보는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 정보를 받아들임은 무엇을 받아들임인가?
그래서 계속 갈등한다. 내가 갈등하지 않는 방삭으로 정보를 습득함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모든 건강 정보는 현시점에서 가장 잘 팔릴 내용을 다루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 할까?

비염 관리는 몸 변화 프로젝트

어떻게든 비염이 덜 터지도록 몸을 관리하겠다고 이것저것을 알아보고 있다. 그러면서 깨닫기를 비염 하나만 해결하기란 거의 불가능하겠더라. 비염이 발생했을 때 처방약을 먹으면 일회적으로 진정시킬 수는 있다. 하지만 비염 발생 횟수를 줄이고 터지더라도 약하게 터지도록 관리하기 위해선 몸 자체를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 허허… 이것 참…
예를 들면 나는 오래 전부터 약하게 가래가 있었는데 담배를 한 번도 피지 않았기에 그 원인을 알 수 없었다. 그저 추정하기를 태어난 직후부터 아버지가 피웠던 담배 연기와 냄새로 인해 그런 것이려니 했다(고인에게 덤터기 씌우기…). 그런데 최근 알아본 바로는 비염 때문일 수 있었다. 즉 비염이라 코 호흡보다는 입으로 주로 호흡을 하는데 입으로 호흡을 할 경우 각종 먼지와 바이러스 등을 그냥 몸에 받아들이게 된다. 또한 비염이라 코로 호흡을 하더라도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를 제대로 거르지 못 해 기관지가 직접 영향을 받는다. 그러다보니 가래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 그렇다면 이건 기관지와 폐의 건강을 같이 살펴야 하는 문제가 된다. 허허… 그 동안 장 건강에 집중했는데… 허허…
암튼, 이런 식이다. 비염을 제대로 관리하겠다는 건 기존의 몸과는 전혀 다른 몸으로 바꾸는 작업이란 걸 뒤늦게 배우고 있다. 허허… 하지만 비염만 관리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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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비염이 작년보다 더 심했다. 보통 4월이나 5월 한 달 내내 비염이 심하게 터지고 나면 남은 여름은 비교적 괜찮았다. 한 달에 한 번 터지는 정도였달까? 그런데 올해는 거의 매주 비염이 터졌다. 그 이유를 문득 깨달았는데 고양이가 한 마리 더 늘었구나… 허허… 고양이털이 두 배로 늘었구나…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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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공부하다가 나베르에 건강과 다이어트를 주제로 하는 블로그를 개설하고 집 장만 프로젝트에 돌입할까,란 농담을 E와 했었다. 호호. 근데 안 될 거야. 고양이 블로그도 따로 만들었다가 결국 포기했는데…

눈병 났습니다… 흐흐

신기한 경험이라 기록 삼아…
지난 수요일, 아침에 일어났는데 왼쪽 눈이 좀 아팠다. 눈을 감으려면 통증이 있었고 따끔거렸나, 뭐 그랬다. 많이 피곤하거나 피로가 쌓였을 때마다 눈이 따가웠던 적이 여러 번이라 그냥 그러려니 했다. 둔탁한 느낌의 통증으로 예전과는 달랐지만 그냥 그러려니. 푹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지려니.
어제 목요일, 아침에 일어났는데, 무려 평소보다 1시간 가량 늦잠을 잤는데 눈이 여전히 아팠다. 어쩐지 눈이 좀 부은 것 같았다. 왜지? 신경이 쓰였지만 생활에 큰 불편은 없어 그냥 무시했다.
오늘 금요일, 자고 일어나서 거울을 보니 눈이 퉁퉁 부어있다. 헉… 병원에 가야겠구나, 싶었다. 출근해서 간단하게 일을 한 다음 바로 병원에 갔다. 기다리는데 2~3분, 진료에 5초, 처방전 받는데 1~2분 걸리는 일정이었다. 정말이지 살림의원 생각하며 다른 병원에 가면 안 된다니까. -_-;; 암튼 내가 하는 말은 들을 생각도 않고 서둘러 검사기를 잠깐 보는둥마는둥 한 마디 했다. “다래끼네.” 다래끼? 다래끼가 뭐지? 질문을 할 시간도 없이, “약 줄 테니까 다음 주 월요일에 다시 오세요.” 그리고 끝. 사무실에서 나서서 진료하고 약 사고 돌아오기까지 15분도 안 걸렸다.
같은 공간의 C가 내게 눈이 왜 그러느냐고 말하더니 곧장 다래끼냐고 물었다. 나는 엄청 놀랐다. 어떻게 딱 보고 바로 알지? C는 본인이 겪었거나 주변에서 많이 봐서인지 매우 익숙한 듯 말했지만, 나로선 생전 처음 겪는 일이다.
찾아보니 드문 증상은 아닌 듯한데… 나로선 생전 처음 겪는 일이라 신기하고 낯설었다. 더 정확하게 말해서 내가 기억하는 한 다래끼는 지금 처음 겪는 일이다. 초등학교 때나 그 이전에 다래끼에 걸렸을 수도 있지만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니 다래끼는 이제야 처음으로 겪는 사건. 이것은 경험과 서사가 구성되는 방식이고 사건이 발생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지금 이 기록이 남지 않은 상태에서 내게 다래끼가 생겼음을 잊을 수도 있다. 그리고 먼 훗날 다시 다래끼가 생긴다면 그때도 나는 “생전 처음 겪는 일”이라고 말하겠지.
아무려나 약을 먹으니 금방 진정된다. 다래끼인 걸 알았다면 병원에 가지 말고 그냥 둘 걸 그랬다 싶지만, 뭐 빨리 낫는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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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래끼가 생긴 이유는 여럿일 듯한데…
하나는 피로가 쌓여서 그럴 것이다. 지금 하는 일 자체가 엄청난 고강도의 노동은 아니다. 핵심은 여름이다. 더위와 여름에 취약한 나는 더 쉽게 피로를 느낀다. 그렇다면 다래끼 정도로 넘어가서 다행이겠거니 혹은 이번 여름은 다래끼로 마무리하려나.
다른 하나는 내가 눈을 자주 비비는 편이다. 비염이 터지면 눈물이 나고 눈이 많이 가려워서 눈을 많이 비비기도 하지만, 비염이 터지지 않아도 알레르기 증상처럼 눈이 과하게 가려울 때가 있어서 자주 비비는 편이다. 아마 이것이 중첩된 것이 아닌가 싶다.